볍씨학교 제주학사 배재우 학생.
볍씨학교 제주학사 배재우 학생.

 

안녕하세요.

저는 볍씨학교에 다니는 제주학사 1년차 16살 배재우입니다.

이번에 제주학사에서 제주 투데이 글을 처음으로 써보는데,

올해 8월, 저희가 생명평화 자전거 대행진을 갔다 오게 되어서

대행진에 관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처음에 ‘생명평화 자전거 대행진’에 관한 얘기를 들었을 때, 마냥 좋았다.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녔는데, 제주학사에 온 뒤부터는 거의 타지 못했다. 타는 감각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우려가 됐다. 내 머릿속은 온통 자전거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서, 본래 취지인 ‘생명, 평화’는 오간데 없었다.

예전에 제주학사를 졸업한 누나에게 ‘평화 대행진’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평화, 인권, 환경 등등에 주제로 활동을 하는 볍씨학교의 수많은 활동 중, 그저 하나라고만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큰 관심은 없었고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에 관한 얘기도 여러번 들어왔지만 큰 문제의식이 없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해군력이 증강되는 것 아닌가? 그 목적이 비록 중국일지라도, 라고 생각했다. 

평화 대행진 첫날 우리는 구호를 외치며 강정 해군기지 앞을 지나갔다. 막상 군인들이 눈앞에 보이니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것이 주저됐다. 무서운 감정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의 기후행동, 평화를 위한 활동, 즉 난개발과 폭력을 일삼는 정부에 반하는 행동들을 해오면서 내가 지금 외치고 있는 이 메시지와 뜻이 이루어지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국가의 권력대로, 입맛대로 맞게 이 나라는 굴러갈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런 활동에서의 큰 기대를 가지고 열심히 행동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내가 속한 사회 안에서의 잠깐 목소리를 내는 그 사실만으로도 뿌듯했다. 그래서 군인들 앞을 지나가면서 조금 쫄았던 것 같다. 

첫날에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신산리까지 동쪽으로 이동하며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었다.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나는 제주도를 한 바퀴 돈다는 것에 대한 약간의 로망도 있었다.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달리며, 바람을 만끽하는 상상을 했었는데 현실은 상상 이상이었다.

바다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물길과 숲은 마치 쥬라기 공원에 나올법한 정글을 연상케 했다.

둘째날에는 서귀포시 성산읍을 거쳐서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까지 이동했다. 가는 동안 성산 일출봉, 세화, 김녕 등을 거쳐갔다. 우리는 함덕에서 서쪽 한림읍까지, 한림에서 다시 강정까지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았다. 

제주도 한바퀴를 돌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북쪽으로 갈수록 바다가 오염된 것 같았다. 성산, 김녕, 월정 등 바닷물이 에메랄드 빛이 아닌, 초록색의 녹조와 거품이 떠다니는 오물로 보였다.

공사중인 현장도 적지 않게 발견했다. 특히 세계자연유산인 천연동굴을 훼손시키고 그 위에 하수처리장을 짓는다는 이야기와 대정 레이더 기지를 보면서 난개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게 다가왔다. 직접 훼손 된 곳과, 그렇지 않은 제주의 차이를 몸소 체험하면서 난개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제주도와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가다간 제주도는 쓰레기로 뒤덮인 군사기지가 되지 않을까. 

 코로나19로 중단된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을 대신해 ‘평화의 섬 제주를 위한 여행-두바퀴’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4일간 진행됐다. (사진=볍씨학교)
 코로나19로 중단된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을 대신해 ‘평화의 섬 제주를 위한 여행-두바퀴’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4일간 진행됐다. (사진=볍씨학교)

나는 국가의 폭력과 개발에 대해 어느정도 수긍하고 또 침묵하며 살아왔지만, 강정에서 국가 폭력에 맞서시는 강정 삼춘분들을 보며 앞으로 직접, 사회에 나가 나의 목소리를 내고 옳은 것을 주장하는 것이 진짜로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고 인권을 보장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내가 진심으로 느낀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생명평화 자전거 대행진이 끝난뒤, 해군기지의 군인들 앞에서 절도하고 춤도 추고 구호를 외치며 좀 더 당당한 나를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군인들이 무서웠지만 불과 10년 후 저 기지 앞에서 내가 보초를 서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증오와 두려움에 대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앞으로 나는 내가 그 자리에서 보초를 서게 되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더라도 나의 확고한 신념을 지키며 나의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해준, 사회 안에서 좀 더 당당하게 서게 된 나를 만나게 해준 이 평화대행진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리고 강정마을 삼춘들께도 감사하다. 앞으로는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 당당하게 맞이하는 내가 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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