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2022년 올해의 단체로 제주참여환경연대(박유라 사무국장, 이학준·홍영철 공동대표)를 선정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2022지방선거에서 적극적인 의원 평가 활동을 펼쳤다. 오등봉공원 민간 특례 개발사업 문제를 집중 분석 및 대응해 왔고, 제주도의 가로수 벌채 문제 개선과 보행권 확보를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의 홍영철 상근대표와 박유라 사무국장을 만나 지난 한 해를 돌아보았다.
-2022지방선거 때 영수증 형식으로 도의원 평가를 한 작업을 비롯해 가로수 보전을 위한 활동 등 눈에 띄는 제주참여환경연대의 활동이 많았어요. 도의원 의정 평가 작업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저희가 특별히 잘했다기보다 다른 시민단체들이 숨을 고르는 중이라서, 아마 좀 부각이 되었던 것 같아요. ‘주권상회’(영수증 방식 도의원 평가)는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의정 모니터링을 해오긴 했는데, 매번 표로 심판한다고 하지만 막상 선거를 하면 다 잊어버린 모습을 보게 되잖아요? 그렇게 되면 도의원들이 계속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태도를 갖게 되고요.
도정질의 횟수 등을 기준으로 해서 정량적으로 도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방식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만 해서는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제대로 들여다보기가 어려워요. 오등봉공원 민간 특례 사업나 자연체험파크 등 개발사업은 도의원 차원에서 어느 정도 제동을 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민들의 뜻과 반대로 가고 있고요. 그래서 도의원들의 이런 문제에 대해 도민들이 인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도민들이 알아보기 쉽게 평가 자료를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 했습니다. 영수증처럼 사람들한테 친숙한 아이템으로 다가갔고요.
도의원 영수증 이전에,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오등봉공원 관련해서 만든 자료도 기획 및 디자인이 뛰어났다. 이렇게 시각적 작업물을 잘 만들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체에서 만드는 소식지는 박유라 사무국장 혼자만의 몫이다. 박 국장이 혼자 디자인 및 편집하고 책자까지 만들어낸다. 박 국장은 “근데 저게 디자인도 물론 힘들었지만. 그냥 디자인만 아니고 드러나지 않는 그런 자료들을 다 찾아내야 했거든요.” 디자인은 빙산의 일각이다. 하나의 디자인의 수면 아래는 무수한 자료더미들이 깔려 있다. 잘 만들어진 시각 작업물은 수많은 자료와 그 자료를 찾아낸 수고를 토대로 한다.
“제가 도시공원위원회 위원을 한 4년 동안 했었요. 한창 도시공원 민간 특례를 한다, 만다 얘기가 나올 때였어요. 근데 그때 2019년도에 안 한다고 기사가 나왔는데 내부 회의를 하는데 무슨 자문을 한다고 하면서 할 수도 있다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되게 노발대발 화를 냈거든요. 그러면서 이렇게 제주도가 기만적으로 했다는 것을 도민에게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정말 죽어라 정보 공개 청구를 했고요. 저 자료를 찾아서 제주도의 모순된 행정의 민낯을 보여주자, 해서 만들게 됐어요.” -박유라 사무국장
-2022년 한 해, 가로수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 활동한 것 같습니다.
수원과 대구에 다녀왔어요. 제성마을 벚나무 이후로 어쨌든 가로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는데, 나 재성마을 번나무 얘기를 우리 단체에서 성명 내고 하니까 그 이후로 전화가 많이 와요. 예를 들면 교육청 시교육청 같은 경우 누가 그 옆에 있는 사람이 전화 와가지고 나무를 엄청 막 자르는데 불쌍해서 못 보겠다는 경우도 있고요. 남자분인데 울먹이면서요. 생태에 대한 사람들의 감수성이 달라졌어요.
제주도 상황을 들여다보면 전국에서 가장 도시 숲도 적고, 공원도 적고, 도시 나무도 적어요. 게다가 가로수도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조그만 나무들 심어놓고... 상황이 열악하기도 하고 기후위기와 관련해 가장 급한 게 도로를 나무 그늘로 가려 식혀주는 거거든요. 도심의 열섬 현상의 주원인이 도로니까요. 제주도의 도로포장률이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아요.
제주참여환경대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상가들을 대상으로 가로수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상가 앞 가로수를 벌목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 “설문조사를 해보니까 상인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상가를 찾는 시민들이 가로수 그늘이 있는 쪽으로 걸어다닐 거고요.”
요새 15분 도시 얘기도 나오지만 제주의 인도와 자전거도가 좀 넓어지고 개선되어야 해요. 사람들의 인식은 변했는데 제주도정만 안 변한 것 같아요. 칸막이 행정으로 한쪽에서는 가로수를 자르고 한쪽에서는 심고 있고요.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중앙 버스차로제를 하면서 가로수를 다 없앨 때, 일부 구간 사진을 찍고 왜 다시 나무 안 심냐고 했는데 나무를 이번에 심었는데 제대로 된 수목은 몇 없고 무릎 높이의 나무들을 쫙 심었더라고요. 오영훈 도정은 6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했는데 뒤에서 보면 제주도가 그런 자잘한 관목 같은 것들을 심고 있는 거죠.
-가로수 관련 좌담회도 열고 또 타 지역의 가로수 관리 현황을 살펴보러 수원시와 대구시도 다녀오셨잖아요?
대구를 대프리카(대구 아프리카)라고 하잖아요. 근데 이제 도심 온도가 2도씨 낮아졌다고 해요. 나무를 2천만 그루였던 삼천만 그루였던가를 심은 거죠. 진짜 엄청난 건데... 대구 동대구 ktx 역 앞 가로수들이 히말라야 시다라고 전나무 같은 나무들이에요. 넓은 도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요. 가로수가 5열이에요.
히말라야 시다가 워낙 높기도 하고 이렇게 전나무처럼 이렇게 퍼지고 퍼지고 하니까 밑에 그늘이 져요. 이렇게 가로수를 심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도로를 덮기 위한 거거든요. 열섬 현상을 줄이면 어쨌든 밤에 에어컨이나 열대야 일수가 줄어들고 열대야 일수에 가장 영향을 미치게 되죠. 전기 사용, 탄소 배출 줄이고요.
또 나무가 탄소를 흡수하고 나무가 증산 작용에 의해서 기온 낮추고 이런 여러 가지 시너지 효과를 내거든요. 대구 도심 기온을 떨어뜨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건 도로 가운데 가로수를 심어놓은 거예요.
대구처럼 도로 중앙 가로수를 하기 위해서 3m 정도의 도로 한 차선을 차지하게 돼요. 그러면 기존 도로 폭을 줄이든지 아니면 하나 없애든지 해야죠. 그런데 인도는 되게 넓더라고 인도 폭이 6m 정도 돼요.
수원은 장안문 쪽에 잘 자란 플라타너스 가지를 모양을 내서 다듬었어요. 토피어리라고 하는데, 사각형처럼 만들어요. 이게 단순히 모양적으로 좋게 하기 위한 게 아니고 어쨌든 가로수라는 거는 차가 다닐 때 방해가 돼서도 안 되고 표지판을 가려서도 안 되고 상가랑 접촉해 가지고 상가를 때려서도 안 되니까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이죠. 그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 토피어리 전정이라는 걸 생각해낸 건데, 토피어리 전정을 하니까 잎사귀 밀도가 되게 높아져서 거의 나무가 붙어서 가로수들이 길이 길게 형성이 되더라고요.
-2023년에는 어떤 사업을 중점적으로 하게 될지요?
가로수 시민 모니터링을 하고자 해요. 처음에는 우리끼리 해보자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가로수 시민연대라고 해서 가로수에 관심 있는 단체들이 모였고 서울에서 회의와 사례 발표도 하면서 전국적인 단위에서 같이 추진해보자 하고 있어요.
또 제주도가 국비를 받아서 진행하는 일들에 관련해서도 주목을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하고 잇어요. 어떤 국비를 갖고 오고 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행되고 이런 것들을 파악해서 내용을 공개도 하고 이슈화시킬 필요가 있겠다고 보고 있고요.
그리고 마을 갈등, 마을 규약 관련해서도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제주시 한 마을 같은 경우는 40년을 살아야 마을회 가입 자격이 생겨요. 그리고 그 마을회의 운영위원회에서 간접 선거로 통장을 뽑고요. 마을주민들의 주권 행위가 이뤄지지 않는 거죠. 개발 사업 같은 게 있더라도 거주 주민들이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추진될 수 있는 거예요. 마을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데, 그래도 적극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많은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제주 지역 시민단체 중 하나지만 발로 뛰는 실무진은 홍 대표와 박 국장 둘 뿐이다. 상근자가 두 명으로 줄어든 지 2년 가량 된다. 이와 관련해 얘기를 하자 박 국장이 웃으며 말했다. “죽을 것 같아요.”
-다른 단체들도 함께 할 활동가들을 찾고 있는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도 계속 뽑고자 하고, 좋은 분들도 계시는데, 오래 함께 가는 게 중요하잖아요. 새로운 활동가가 오면 교육도 필요하고요. 이렇게 채용에 약간 피로함을 느끼다가 이제는 채용의 필요성을 격하게 느끼고 있어요. 또 권력 감시 쪽이 많이 힘든 편이거든요. 뉴스 모니터링이 필요하고요. 힘들죠. 그런데 어느 정도 내용적으로 지역도 이해하고 그래야 어떤 활동이 가능하고요. 그전까지는 잡다한 일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일들을 하게 되면서 활동의 의미나 이런 것들을 느끼기가 좀 어렵고요. 그리고 그무엇보다 일은 힘든데 월급은 적죠. 3년 정도는 버텨주길 바라는데 그게 힘들 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