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만장일치 불가’로 결정이 났던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논의에 불을 지피는 발언이 제주도의회에서 다시 등장했다. 여기에 제주도는 ‘갸우뚱’하는 모습이다.
2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제413회 임시회 2차 회의를 열어 관광교류국으로부터 올해 주요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강상수 제주도의원(국민의힘·서귀포시 정방·중앙·천지·서홍동)은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논의를 시작하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수십 년 해묵은 ‘지역 경제 활성화’ 명분이었다.
강 의원은 “40년 넘게 논란이 되어온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조건부 승인이 됐다. 제주도에도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논란이 있었다”며 “보전이냐 개발이냐 하는 문제”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해 문화관광체육위원회가 프랑스 유네스코 본부에 들렀을 때 제가 한라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 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며 “거기선 ‘유네스코 자연유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개발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며 ‘개발과 보존이 같이 가야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지난해 8월31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유네스코 본부를 방문해 간담을 가졌다.
그러면서 변덕승 도 관광교류국장에게 “한라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 제주 관광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변 국장은 “전체적으로 크게 영향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강 의원은 “단순히 케이블카 이용 요금 수익이 문제가 아니고 한라산 접근성이 좋아지니 관광객이 많이 오게 된다. 지역에 파급되는 경제효과를 무시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 국장은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코로나19 때 방역지침이 가장 강화가 됐을 때도 제주 관광객이 1000만명이었다. 완화됐을 땐 1500만명까지 왔다”며 “제주도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1200~1300만명까진 들어온다고 본다. 관광 정책 등을 통해 추가로 유치할 수 있는 수준은 100~200만명 정도”라고 답했다.
여기에 강 의원은 재차 “설악산에 이어 제주에서도 이제는 케이블카 논의가 나올 거 같다. 아주 시끄러워질 것 같은데 장단점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피력했다.
이날 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환경단체 측에선 “유네스코 측의 답변 취지를 의원이 잘못 이해했거나 다른 의도를 가지고 악용한 것”이라고 봤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지난 2009년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해 TF팀이 있었고 당시 참여했던 사회·경제·환경 분과에서 모두 (설치와 관련해)부정적인 의견을 내 앞으로 이와 관련된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의원이 얘기한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충분히 생기려면 케이블카 스테이션 주변 곳곳에 엄청난 상업시설들이 들어가야 한다”며 “케이블카를 설치한 경남 통영을 가보면 미륵산 정상에 엄청나게 많은 상업 시설들이 있다. 한라산 윗세오름에 그런 시설들이 들어간다고 생각해 보라”고 지적했다.
유네스코 답변과 관련해선 “유네스코에서 말한 ‘개발과 보존의 공존’은 생물권보전지역이라고 해서 모든 지역을 꽁꽁 싸매고 보존만 하진 말라는 것”이라며 “그래서 생물권보전지역을 핵심구역과 완충구역, 협력구역으로 나누고 있는 것이다. 이걸 악용해서 아무 데나 개발이 되는 것마냥 적용시키는 건 잘못됐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핵심구역을 제외한 완충구역이나 협력구역 등에서 과도하게 재산권을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핵심구역인 한라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를 하라마라는 아예 거론조차 안 될 거리”라고 비판했다.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 분류
핵심구역은 한라산국립공원, 인근 국유림지역, 일부 곶자왈을 포함한 생태계보전지역 등이다. 완충구역은 핵심구역을 제외한 국내법에 의해 보호받는 지역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이 고려되는 지역이다. 협력구역은 핵심구역과 완충구역을 제외한 육상지역과 주민이 친환경적으로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다.
그러면서 “케이블카가 단순히 위에 철선만 설치해서 환경 훼손이 없다고 주장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케이블카를 설치하게 되면 그 아래 쪽에 유사 시 탈출할 수 있는 길도 내야 하고 주차장도 조성해야 하고 정류장 인근 상업시설이 들어와야 하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환경을 더욱 심각하게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