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지도(편집=김재훈 기자)
다음 지도(편집=김재훈 기자)

제주 트램 용역진, 생활인프라 접근성 떨어지는 노선 우선 검토

‘제주 트램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을 맡아 수행중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발표한 트램 노선 계획안은 기대 이하다. 주민들의 주요 생활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업비가 많이 들어가는 비가선 트램(동력원으로 전선을 이용하지 않고 배터리 혹은 수소를 이용하는 트램)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구상이라고 해도 그 정도가 지나치다.

용역진이 가장 경제적 타당성이 높다면서 우선적으로 제시하는 노선1은 주민들의 생활 인프라 접근성과 동떨어져도 한참 동떨어졌다. 주민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종합병원과 재래시장은 아예 경유하지 않는다. 노선2 역시 종합병원과는 무관한 노선이다. 용역진의 노선 계획은 철저하게 공항 이용자 및 렌터카 이용 관광객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공항에서 렌터카 차고지(환승센터)를 잇는 ‘공항 셔틀 트램’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원희룡 도정의 공항 쏠림 제주 대중교통...이제 트램까지?

원희룡 도정의 대중체계개편 이후 제주시 교통의 중심축은 제주국제공항이 되어버렸다. 현재 제주국제공항은 제주 최대 버스환승터미널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트램 사전타당성 용역진 역시 공항 접근성을 우선으로 두고 트램 노선을 계획했다. 그 결과, 주민들이 많이 찾는 종합병원과 재래시장(민속오일장, 동문시장)과 주택 밀집 지역, 핵심 상업지구를 잇는 노선은 후순위로 밀렸다.

제주국제공항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트램 노선은 어떻게 구상하게 될까? 시민의 일상적인 동선에 집중하지 않을까? 관광객보다 주민의 생활 편의를 도모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주요 주택 밀집 지역과 상업 및 업무 지구를 연결하면서 재래시장과 종합병원, 체육시설과 도서관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트램을 통한 생활 인프라의 접근성은 오영훈 지사의 ‘15분도시’ 공약과도 부합한다.

프랑스 마르세유의 가선 트램(사진=김재훈 기자)
프랑스 마르세유의 가선 트램(사진=김재훈 기자)

트램 노선, 오영훈 15분도시 공약과 겉돌아...생활인프라 접근성 높은 노선 필요

그런가 하면, 제주시 남북 축을 잇는 노선은 아예 제시되지도 않았다. 제주시청에서 제주지방법원 교차로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의 경사각이 높다. 그렇다고 제주시 남북 축을 연결하면서 원도심부터 아라동 택지지구로 잇는 노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해당 도로 구간을 우회하는 노선을 고려할 수 있고, 트램 남북 축 노선 구간으로 서사로(주택 밀집지역이다) 등을 고려할 수도 있다.

물론, 노선 구상이 마냥 간단한 일은 아니다. 도로법, 도시철도법 등을 따라야 하며 '노면전차 건설 및 운전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도로 폭이 좁아 자동차와 도로와 혼용하는 노선은 혼용구간을 전체 노면전차 선로의 5분의 1 이하가 되도록 정하고 있는 등 제한 조건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민 생활인프라 접근성은 결코 놓칠 수 없는 사안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생활인프라 접근성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15분도시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용역진이 제시한 트램 노선은 15분도시와 겉돈다. 오영훈 도정은 공약 실천을 위해 생활 인프라 접근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트램 노선에 대한 검토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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