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사(사진=제주투데이 DB)
제주도청사(사진=제주투데이 DB)

올 초부터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는 3개의 기초자치단체를 두는 행정체제 개편안을 잠정 결정하고 중앙정부 설득과 도민홍보에 나서왔다. 지난달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하, 교육청)은 제주고와 제주여상고를 평준화 일반계고로의 전환을 골자로 하는 고교체제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10여 년 전부터 3개 기초자치단체 수립과 이에 연동하는 교육권역 안을 주장해왔던 필자의 입장에서 일단 이러한 제주도와 교육청의 개혁 시도를 환영한다. 그런데 최근 두 기관이 추진하는 개편의 세부 방향을 둘러싸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나도 여기에 한목소리를 보태고 싶다.

제주도가 추진하려는 3개 기초자치단체는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인데 그것을 나누는 행정권역은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위성곤 국회의원은 이를 법률적으로 뒷받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제주도와 위 의원의 입장에 대해 김한규 의원이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일찍이 오상학 교수를 비롯한 여러 도민과 전문가들도 선거구를 기준으로 하는 동서 제주시 분리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오상학 교수의 반대 논지는 역사성, 문화적 동질성, 원도심 생활권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김한규 의원도 생활권과 통근 및 통학권 등을 논거로 반대한다. 나도 한때는 선거구 기준안을 주장한 바 있는데, 반대의견에 동의하게 되었다.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이외에도 있겠지만, 3개의 기초자치단체 안에 대한 원천 반대는 아니길 바란다. 설사 그렇더라도 그동안 많은 공청회와 숙의민주주의 과정을 거쳐 잠정 결정된 3개의 기초자치단체 안은 존중되어야 한다. 숙의민주주의 과정에 참여한 도민들의 55%가 이 안에 찬성했고, 43.5%가 4개 구역 안을 찬성했다. 이것은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다. 다만, 이 틀 내에서 동서 제주시 분리 권역, 사무분장 등의 문제는 도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 수렴할 필요가 있다. 동서 제주시 분리 권역으로 홍명환 전 도의원의 한천 경계 안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원도심(구제주)과 신제주 사이를 경계로 삼자고 주장한 바 있다(관련기사:3개의 기초자치단체와 교육권역을 제안한다). 한천 경계도 원도심을 분리시키는 것이기에 역사성, 문화적 동질성, 생활권 등에 문제가 있다. 그러나 구제주와 신제주로 나누는 안은 이러한 문제를 대체로 해소할 수 있다고 여긴다.

제주도심 전경.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도심 전경. (사진=제주투데이DB)

특히, 필자가 원도심과 신제주를 경계로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를 두고, 현재의 서귀포시를 두는 3개 기초자치단체 안을 주장하는 이유는 교육자치와 관련이 있다. 필자는 ‘행정과 교육이 함께 가는 자치모형’을 구상하자고 주장해왔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주장하는 핵심 논거 중의 하나가 지역균형발전이고, 지역균형발전을 모색하면서 교육의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제주시 동 지역 평준화 일반계고로 몰리는 고입의 역사와 현실을 고려할 때, 고교체제의 혁신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중요한 사안이다. 동 지역 일반계고와 읍면지역 일반계고, 그리고 특성화고의 고른 발전을 고려하는 고교체제 혁신안이 필요하다.

지난달에 발표한 교육청의 고교체제 개편안은 늘어나는 학생수요에 맞춰 제주고와 제주여상고를 제주시 동 지역 평준화 일반계고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열악한 읍면지역 일반계고 발전안으로 자율형 고교 지정, 행·재정지원 등을 말하지만 그것은 새로운 대책도 아니고 근본적 대안도 아니다. 동 지역 평준화 일반계고가 늘어날수록 읍면지역 일반계고는 낙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 지역과 읍면지역의 일반계고를 고루 발전시킬 수 있는 혁신안이 반드시 모색되어야 한다. 필자는 3개 기초자치단체와 어우러지는 3개 권역의 평준화 일반계고를 주장해왔다. 여기서는 구제주와 신제주 사이를 경계로 하는 동제주시와 서제주시, 그리고 서귀포시를 상정하고 고교체제 개편 혁신안을 다시 수정 제안해본다.

필자가 제안하는 ‘행정과 교육이 함께 가는 자치모형’(안)을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행정과 교육이 함께 가는 자치모형(안). 
행정과 교육이 함께 가는 자치모형(안). 

행정체제 개편에서 필자의 관점으로 권역 분리안을 보면 동제주시 인구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다. 서제주시와 서귀포시는 대략 비슷하다. 인구수 편차가 있지만, 이것이 기초자치단체를 꾸리고 운영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역사성, 문화적 동질성, 생활권과 통행권 등을 고려하면 이렇게 구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여긴다. 이것이 양해될 경우 자연스럽게 기초자치단체의 구분에 따른 3개의 교육권역이 성립한다.

교육이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려면 3개 기초자치단체에 소속된 학교들이 발전해야 한다. 초등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까지 연동되어 발전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필자는 <표>에서 제안한 것처럼 3개 권역으로 구분하여 운영되는 평준화 일반계고 안이 구상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그래야 동 지역과 읍면지역 일반계고의 고른 발전이 가능하고, 해당 지역의 초·중학생들이 자기 권역의 평준화 일반계고로 진학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들이 교육권역을 넘어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완전히 막을 필요까진 없을 것이다. 특히, 특성화고와 특목고로의 진학은 교육권역에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용역진이 제시한 행정체제 구역 개편 대안 2(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군·서제주군)(표=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군·서제주군으로 나뉜 제주도 행정체제 구역 개편 대안. (그래픽=제주도 제공) 

<표>에서 보듯, 동제주시 7개교, 서제주시 6개교, 서귀포시 6개교를 권역별로 묶어 평준화 일반계고를 설계할 수 있다. 동제주시는 인구수가 많기에 1개교가 더 배치될 수 있는 것도 다행한 일이다. 다만, 여고가 셋인데 이 중 한 학교는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것을 설득해내야 한다. 현 제주여상고는 일반계고로 전환하는 김에 교육감이 부임 초에 공약했듯 서제주시 권역으로 이설하는 것을 강력히 권고드린다. 그래야 서제주시에 6개의 평준화 일반계고가 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 제주여상고는 남녀공학으로 전환하여 신설 특성화고로 발전시킬 수 있다. 서귀포시의 경우 표선고는 현재 IB학교임을 감안하여 평준화고로 편입할지 안 할지 검토해야 한다. 평준화고로 편입하지 않을 경우 특목고에 준하는 IB학교로 남으면 된다.

그리고 김광수 교육감은 현재 흩어져 운영되고 있는 애월고의 미술과, 함덕고의 음악과, 남녕고의 체육과를 합하는 예체능고 신설안을 캐비넷에 보관 중인듯하다. 필자는 이들 학과를 함덕고로 모아서 예체능고 신설을 현실화하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특성화고 발전안으로 발표한 특화된 학과 신설안이 구체적으로 뭔지 모르지만, 교육청의 혜안을 기대한다. 특히, 제주의 미래 산업구조를 고려하는 가운데 각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라 여긴다.  

3개의 기초자치단체에 따라 3개 시의 교육지원청도 설립되어야 한다.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구도 연동하여 조정될 것이고, 기초의회 의원도 선출될 것이다. 그러면 기초자치단체, 지역구 국회의원 및 도의원, 기초의원, 교육지원청이 모두 망라되어 협력하며 자기 지역발전과 교육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첨언으로, 교육사무의 많은 부분이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교육청은 정책을, 교육지원청은 집행을 담당하는 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청을 대폭 슬림화하여 교육지원청과 학교 현장에 더 많은 인력이 배치되어야 학교와 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 교사들이 행정이 아니라 본업에 더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
강봉수 제주대 교수.

강봉수(姜奉秀). 제주시(애월읍 어음리)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동양철학과 도덕교육학을 전공하여 문학석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재야연구단체인 사단법인 제주대안연구공동체의 연구원장직을 맡아왔다. 때로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었고, 한국(제주) 사회와 교육의 민주화를 위해 시민운동진영에도 기웃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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