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4·3융합전공은 제11회 월례 콜로키움을 사회과학대학 1층 멀티강의실에서 개최했다. 염철호 건축공간연구원 부원장이 ‘네거티브 헤리티지 보전·활용과 갈등관리’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7일 오후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4·3융합전공은 제11회 월례 콜로키움을 사회과학대학 1층 멀티강의실에서 개최했다. 염철호 건축공간연구원 부원장이 ‘네거티브 헤리티지 보전·활용과 갈등관리’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유적지 활용과 관련한 정책사업을 진행할 때 ‘보전 아니면 철거’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열린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7일 오후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4·3융합전공은 제11회 월례 콜로키움을 사회과학대학 1층 멀티강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염철호 건축공간연구원 부원장이 ‘네거티브 헤리티지 보전·활용과 갈등관리’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염철호 부원장은 강연을 시작하며 ‘네거티브 헤리티지(negative heritage)’의 개념에 대해 “‘부정적인 집합기억이 저장된 갈등의 장소’(Meskell)로 특정한 역사 및 사건과 관련돼 역사적·문화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대중들에게 부정적이고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문화유산”이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특징 때문에 정책사업 추진 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경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기, 민주화운동 시기 등 세 범주로 나눠지며 예를 들어 옛 서대문형무소, 거제포로수용소, 남영동 대공분실이 각 시기의 네거티브 헤리티지에 해당한다. 

네거티브 헤리티지의 특징은 첫째 고려시대나 조선시대가 아닌 비교적 가까운 시대에 만들어져 유산과 관련 있는 사건 당사자가 동시대에 존재한다는 점이 있다. 이는 역사적 비극에 대한 경험이나 감정, 기억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므로 당사자의 분노와 트라우마, 고통의 감정이 생생하게 남아있을 때 ‘유산’의 개념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가진다. 

둘째로 해당 유산에 대한 여러 가지 가치평가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바라보는 사람의 국가나 성별, 종교, 출신지, 정치적 견해에 따라 네거티브 헤리티지로 인식되기도 하고 반대로 포지티브 헤리티지로 인식될 수도 있다. 또 애도와 반성, 희망, 평화, 민주, 예술 등의 보편적인 가치 개념이 해당 유산에 투영되는 경향을 보인다. 

7일 오후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4·3융합전공은 제11회 월례 콜로키움을 사회과학대학 1층 멀티강의실에서 개최했다. 염철호 건축공간연구원 부원장이 ‘네거티브 헤리티지 보전·활용과 갈등관리’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7일 오후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4·3융합전공은 제11회 월례 콜로키움을 사회과학대학 1층 멀티강의실에서 개최했다. 염철호 건축공간연구원 부원장이 ‘네거티브 헤리티지 보전·활용과 갈등관리’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국내에서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주로 일제강점기 유산을 두고 철거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았으나 2000년대 이후 문화유산의 범위가 한국전쟁기와 민주화 운동시기로 확대되고 ‘철거’가 아닌 보전 또는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염 부원장은 네거티브 헤리티지의 보전·활용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갈등을 정보갈등, 관계갈등, 구조갈등, 가치갈등, 이익갈등 등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이중 가치갈등은 역사적 중요성에 대한 다른 견해, 역사적 사실·인물에 대한 다른 평가 기준, 지역/생활방식/이데올로기/종교 등에 따른 가치 인식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봤다. 

제주시에 위치한 이승만 별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승만 별장은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면서 정비 시 국비와 지방비를 5대5로 부담하게 됐는데 4·3 당시 직접적인 가해 책임자인 이승만 전 대통령과 관련된 건축물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과 보수 비용을 제주시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데 반대 여론이 거셌다. 

건축학적 가치로 따진다면 이 건물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을 통해 미국식 주택건축양식과 기술이 전해진 한 단면을 볼 수 있고 제주도의 근대건축문화유산을 대표하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건축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건물은 보전할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이다. 

과거청산의 관점에서는 이승만별장을 철거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까. 이 질문에 대해선 이날 염 부원장의 강연을 마무리하는 말에서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이승만 별장. (사진=국가유산포털)
이승만 별장. (사진=국가유산포털)

염 부원장은 “네거티브 헤리티지를 보전할 것인가, 철거할 것인가 식의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 같은 방식은 해당 유산을 두고 더 큰 공공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네거티브 헤리티지의 보전·활용 정책을 추진할 시, 행정이 예상되는 공공갈등에 대해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 과정에서 보전 여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당 유산의 활용 방안에 대해 복수의 대안을 찾고 제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이승만별장이라는 공간이 관람자로 하여금 ‘이승만’이라는 인물에 대해 역사적 평가를 할 수 있게 하고 ‘인권’과 ‘민주주의’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알리고 교육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여전히 반대 여론이 높을까. 10여년 전 행정이 이 같은 관점에서 제주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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