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느 만큼 왔을까?

영등할망이 봄을 만들기 위해 뿌리는 바람은 

1만 8천 빛깔의 바람을 움직이는 할망의 변덕 

영등에 뿌린 차가운 비와 칼바람은 헤아릴 수 없다.

[새끼노루귀]

발에 닿는 굴곡, 세월이 느껴지는 앙상한 숲길 

보송보송 하얀 솜털이 앙증맞은 '새끼노루귀'가 기지개를 켠다.

[정상 순환로]

이맘때쯤이면 설레는 맘으로 찾게 되는 숲속 

오름 정상을 황금빛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초록 치마에 샛노란 저고리로 갈아입은 

세복수초의 향연이 펼쳐지는 바람마저 샛노란 봄을 기억하지만 

아직은 봉오리...봄은 더디기만 하다.

[상산]
[줄사철나무]
[세복수초]
[변산바람꽃]
[세복수초]
[변산바람꽃]

가냘프고 여린 모습의 꽃 아기씨 '변산바람꽃' 

언 땅을 뚫고 찬비와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용기를 내준 고운 마음씨 

차가운 땅 위로 바닥을 하얗게 수놓는다.

[변산바람꽃 뒤태]

숲 속 나무들이 초록잎을 만들기 전에 

제주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용기를 내준 순박한 아씨 

가냘프지만 아름다운 모습으로 고개를 내미는 이 아이들은 

햇빛과의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변산바람꽃 '쌍두']

숲과 더불어 살아가는 꽃 아기씨들 

잠시 피었다가 봄바람 타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만 

아직은 수줍은 듯 차가운 땅 위로 하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

무리 지어 핀 모습, 멀리서도 유난히 돋보이는 아기씨 

까꿍! 드디어 눈 맞춘 '변산바람꽃 쌍두', 

녹화, 변이도 제법 보인다.

[변산바람꽃 '쌍두']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 

변산아씨 쌍두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변산바람꽃 '녹화']
[변산바람꽃 '녹화']

봄햇살에 방긋 웃어주는 녹화 변산바람꽃이 참 예쁘다.

[변산바람꽃 '변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바라봐주는 꽃 아기씨들 

하얀 그리움으로 봄바람 타고 자취를 감춰버릴 '변산바람꽃'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봄이 가장 먼저 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햇빛이 다녀가고 바람이 길을 만든 곳에는 어김없이 끈질긴 생명력 

나뭇잎을 이불 삼아 보송보송 솜털을 단 앙증맞은 '새끼노루귀' 

욕심 없이 그려낸 풍경은 봄햇살처럼 스며든다.

[새끼노루귀]
[(분홍)새끼노루귀]
[중의무릇]
[산괭이눈]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과 세복수초]

숲 속 나무들이 초록색을 감췄기에 세복수초의 샛노란 색감이 도드라진다.

[세복수초]

따스한 햇살도 찬바람도 나눠가지는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기 전 낙엽 수림대 아래에는 

깊고 어두운 땅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 

어김없이 찾아와 주는 마음씨 고운 작고 여린 봄꽃들 

영등달 차디찬 바람에 기지개 켜는 봄의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고은희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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