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항공기 소음 피해를 입고 있는 공항소음지역의 유치원·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그림그리기 대회와 중·고등학생 대상 백일장(운문, 산문)으로 나눠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비행기·하늘·바다 중 한 가지 주제를 선택해 개인당 1점의 작품을 제출토록 했다. 우수작품은 공항소음 대응 관련 홍보영상과 포스터 제작에 활용할 예정이라 한다.

문제는 공모전 주제 중 하나로 비행기를 넣었다는 데 있다. 학생들에게 소음 피해를 주는 바로 그 비행기 아닌가.

공항 소음 피해 지역 어린이 및 학생 들을 대상으로 공항 소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사진=챗GPT로 제작)
(사진=챗GPT로 제작)

제주도는 수상작들을 공항소음 대응 관련 홍보 영상 제작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행기 소음 때문에 귀를 틀어막은 그림이나 주민들이 괴로워 하는 글이 수상하더라도 홍보 영상으로 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린이와 학생 들을 대상으로 한 대회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를 작품들이 수상되는 경향이 있다.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진솔한 마음을 담은 글이 수상할 수 있을까.

애초, 제2공항을 추진하는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이 이번 공모전을 주최한다. 결국, 공항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학생들의 창의력을 동원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류일순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창의적 사고와 표현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공항소음대책지역 교육환경 개선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음 피해 지역 학생들에게 학생들에게 소음을 야기하는 비행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내면화시킬 우려가 있다. '창의력 대회'를 명분으로 한 비행기 소음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자기 검열하는 대회가 되고 말 가능성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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