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이 필요할까?
모래언덕에 독특한 모습의 하얀색 '초종용'
해마다 달리 모습을 보여주는 환상적인 모습에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와 마주하는
대한민국 최남단 마지막 산인 바다 올레길이 아름다운 송악산이 보이는 해안가
오랜 세월 동안 시간과 바람, 파도가 머물다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용암 위로 이끼 낀 바위가 연출하는 바다정원, 물이 빠져나가면서 넓은 암반지대가 펼쳐진다.
신비롭고 독특한 색감의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
해안가를 둘러싼 모래가 쌓여 언덕을 만들었다.
바닷가 모래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좀보리사초'
깔때기모양을 한 해안 사구 식물인 '갯메꽃'이 바다를 향해 나팔을 불고
청보라색 고운 꽃잎에 새겨진 하얀 별모양 '반디지치'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 '잔개자리'는 벌써 콩팥모양의 열매를 달고
사막의 오아시스 '흰대극'
장단이 서툰 귀화식물 '양장구채'
바닷가 삶은 눈부심으로 '갯장구채'도 활짝 문을 열었다.
가파도가 그리웠을까?
가파도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모래언덕에는
더부살이 '초종용'이 흐트러짐 없이 곧곧한 자세로 시선을 끈다.

제주의 해안 절경만으로도 아름다운 시간을 품은 해안사구
해변의 검은 모래는 세월의 흔적을 남기고,
급경사를 이룬 모래언덕에는 사철쑥 사이로 삐죽이 얼굴을 내민 반가운 모습...
사철쑥 뿌리에 기생하는 '초종용'은 반가움과 기쁨이 되어준다.

초종용은 열당과의 여러해살이 기생식물로
바닷가의 햇볕이 잘 드는 건조한 모래땅에서 사철쑥이나 국화과 식물이 있는 곳에 기생한다.
사철쑥 뿌리에 기생하며 자라 '사철쑥더부살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양분을 전혀 만들지 못하고 기주식물로부터 양분을 얻는다.
자생지와 개체수가 많지 않아 귀한 대접을 받는 식물이기도 하다.


줄기는 연한 자줏빛이 돌고 원줄기는 굵고 가지가 없고 백색 융털이 있다.
높이는 10~30cm 정도로 자라고 비늘 같은 잎은 드문드문 달린다.
줄기 기부에 육질의 근경에서 자란 잔뿌리가 기주의 뿌리에 기생한다.



입술모양의 꽃은 푸른빛이 도는 연한 자주색으로
원줄기 끝에 빽빽하게 길이 3~10cm의 이삭꽃차례로 달린다.
꽃부리는 겉에 털이 있고 물결모양이며, 수술은 4개로 그중 2개가 길다.
5~6월 백양더부살이와 같은 시기에 꽃을 피운다.

대부분의 초종용은 연한자주색을 띠고 있지만
흰색의 초종용도 가끔 만날 수 있다.



좁은 타원형 모양의 삭과는 6~7월에 익는데 흑색 종자가 들어있다.
다른 식물에 붙어서 살아가는 기생식물
숙주식물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양분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다른 식물의 양분을 도둑질하는 셈이다.
초종용의 꽃이 질때쯤이면 영양을 다 빼앗긴 사철쑥은 말라죽는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엽록체를 가지고 있어
광합성을 하여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살아간다.
하지만 녹색식물이 아닌 기생식물과 부생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않고도 살아간다.
기생식물은 다른 생물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식물을 말하는데
엽록소가 없기 때문에 어디에도 녹색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산방산이 보이는 너른 들판
푸른빛이 도는 보라색 기생식물 '백양더부살이'
꽃 시기가 많이 늦어진 탓에 쑥 사이로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백양더부살이는 열당과/여러해살이 기생식물로
쑥 뿌리에 기생하고 볕이 잘 드는 건조한 곳에서 자란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백양더부살이는 쑥에, 초종용은 사철쑥에 기생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기생을 통해 변형된 뿌리로 숙주식물의 관다발에서 양분을 흡수하는 독특한 방법으로
부족한 양분을 보충하고 꽃을 피워서 생식을 한다.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해주는 해안 사구
염생식물이 서식하는 중요한 공간인
해안 사구가 품은 보물 모래 언덕의 주연 더부살이 '초종용'
하얀 꽃이 풍기는 옅은 향기는 '똥낭'이라는 이름을 잠시 잊게 해 주고
갯바람에 바닷물을 뒤집어써도 끄떡없는 '돈나무'는 해안 사구의 엑스트라가 되어준다.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