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패스파인더 제공)
(사진=제주패스파인더 제공)

'내 친구 소개는 내가 기가 막히게 잘하는데...'

'자기소개서' 파일을 열어놓으면 커서만 한 시간 째 깜빡거리고 있다. 면접이 코앞인데 어떻게 준비하지? 취업 준비생들이 거치게 되는 걱정꺼리다. 내가 나의 장점을 글로 쓰자니 민망하기 그지 없다. 차라리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아는 친구와 대신 써주기를 하고 싶을 정도 아닌가. 면접 연습은 또 어떻고.

제주패스파인더는 이런 취업 준비생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시아문화스튜디오의 현종호 강사가 매달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과 면접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취업 준비 청년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프로그램들이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은 취업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이와 관련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믿을 만한 곳이 많지 않다. 제주패스파인더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신뢰할 수 있다. 강사의 실력이 뒷받침이 돼 취업 준비 청년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직접적인 성과도 나왔다. 지난 5~6월 면접스터디 컨설팅을 받은 청년 3명 중 2명이 공기업에, 1명은 사기업에 합격했다고.

이주 청년들에게는 ‘제주는 청년이 제철’ 프로그램도 인기가 많다. 계절 별로 제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제공한다. 제주의 제철을 즐길 기회를 준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기업 랄라고고 장소영 씨가 진행하는데, 그는 그 누구보다 이주 청년들의 제주 정착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그 역시도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청년이었기 때문.

그는 제주에 와서 해녀가 되었다. 이제는 제주 지역 사회에 뿌리를 단단히 내렸다. 제주살이의 참맛을 알려주자. '제주는 청년이 제철'의 기획 취지다. “제주에 처음 내려 왔을 때 우리도 고사리도 꺾으러 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어디가 스팟인지, 어떻게 채취해야 할지 잘 모르잖아요. 이주민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이주민이었을 때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부분들, 혼자서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시즌 별로 한 번씩 해볼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봄에는 고사리를 꺾고, 여름에는 직접 물질을 하며 성게를 채취해 성게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러닝 후 용천수의 뼈 시린 맛을 느끼는 기회를 제공하고, 가을에는 배낚시를. 아무래도 혼자서는 좀 그래, 하고 미뤄두기 쉬운 일들이다. 이주 청년들은 이런 경험을 통해 제주살이의 즐거움을 만끽한다.(제주에서 자란 청년들도 잊었던 즐거움이다. 그래, 제주가 이런 맛이었지!) 집값도 비싸고 일자리도 마땅하지 않은 제주에서 살아가고 있는, 살아갈 이유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이 프로그램은 참여한 청년들이 또래 네트워크를 만드는 기회도 되고 있다.

고사리 채취는 패션이 반이다(사진=제주패스파인더 제공)
고사리 채취는 패션이 반이다(사진=제주패스파인더 제공)

장 씨는 기업 현장으로 나가 하루 동안 업무를 체험하는 ‘오늘만워크맨’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하루 동안 기업이나 기관에서 일을 해 보는 체험의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이다. 당장 구인 계획이 없는 소규모 기업들에게는 청년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고, 청년들에게는 업무 현장의 감각을 익히는 기회가 된다.

규모 있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은 짚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도내 공기업 중에서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곳은 제주관광공사 말고는 없다. 제주도 산하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공기업의 관심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제주도 소속 기관 및 단체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줘야 하지 않을까.

(사진=제주패스파인더 제공)
(사진=제주패스파인더 제공)
(사진=제주패스파인더 제공)
(사진=제주패스파인더 제공)

독립출판 프로그램은 어마어마했다. 김채윤 씨와 최지연 씨가 공동으로 두 달 동안 진행하며 29종의 책을 출판했다. 30명 신청자 중 29명이 책을 냈다.

최지연 씨는 “책을 출판한다는 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세상에 뭔가를 내놓는 일이잖아요. 이런 과정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았어요. 판매까지 이뤄지는 과정이다 보니 팔릴까, 하고 우려를 하기도 했고요.”라고 말했다.

기우였다. 2달 동안 노력하며 만들어낸 책을 받아든 청년들 중 일부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청년들이 자신이 쓴 책을 받아보는 표정이 어땠는지 묻자 “너무 감격해했어요. 결과물이 손에 딱 잡히는 것이잖아요. 잠을 못 자면서 열심히 준비하신 분들도 계셨거든요. 책이 나온 걸 보고는 울음을 터뜨린 분도 여럿 있어요.(웃음) 청년기에 느낀 삶의 장면들을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면서 2달 전보다 성장했다고 느끼는 거죠.”

만만치 않은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힘들지 않은지 물었다. 오히려 스스로도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는 답.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끼고 알게 되는 노하우가 있어요. 안내하고 또 인쇄소와 조율하면서 우리도 성장하고 작가 동료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작가가 30명씩 생기는 거니까요.”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그렇게 새로 탄생한 동료 작가들과 함께 북페어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제주패스파인더에는 청년들의 시선에서 공들여 만든 프로그램들이 많다. 취업 준비에 딱 맞게 만든 프로그램은 물론 조금 더 폭을 넓혀 청년들의 네트워크와 제주 정착을 도모하는 프로그램까지. 사회 진입에 어려움을 느끼는 청년과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이제, 제주패스파인더의 문을 두드릴 시간이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청년 프로그램 맛집 제주패스파인더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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