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8일, '제3회 제주드럼페스티벌'의 본 공연이 열린 제주탑동해변공연장에는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 공연 시작 시간인 저녁 6시 30분, 야외 공연 기획자가 밤낮으로 가슴 졸이며 확인했을 '날씨'라는 변수가 결국 가장 피하고 싶었던 답을 내놓았다.
하필이면 가장 중요한 그 순간,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적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비옷과 우산으로 무장한 수많은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우고 행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것이다. 최현철 PD를 비롯한 스태프들은 쏟아지는 비에 즉각적인 조치를 하며 무대를 지켰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이에 화답했다.
이날 무대는 식전 공연을 맡은 '귀일중 – 하이잭, 바이잭', '표선중- 웨이브온' 등 제주의 중학교 밴드들부터 이미 프로였다. 궂은 날씨에도 흔들림 없는 학생들의 연주가 본 공연의 열기를 예열했다.
사회자 정종우의 오프닝으로 시작된 본 공연에서는 '제3회 드럼경연대회'의 시니어부, 초등부, 중고등부 우승자들이 먼저 무대에 올랐다. 이들 역시 빗속의 무대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출중한 실력을 뽐내며 관객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진 게스트들의 메인 공연은 그야말로 '프로의 포텐이 폭발하는' 환상적인 무대였다. 서태지 밴드의 최현진, 톡식의 김슬옹, '한웅원 밴드', '타악 앙상블 프라임'은 쏟아지는 비를 무색하게 할 만큼 압도적인 연주로 제주의 밤을 울렸다.
비 오는 날의 야외 공연은 뮤지션에게 패닉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거부할 수 없는 '로망'이기도 하다.
이날 빗속 무대에 선 학생 연주자들과 프로 뮤지션들 모두 그 로망을 실현한 유일무이의 체험을 한 셈이며, 이는 현장의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이 화려한 무대 뒤에는 축제를 총괄 기획한 최현철 PD가 있었다. 다음은 '문화 불모지'를 개척하겠다는 그의 굳은 신념이 담긴 인터뷰 내용이다.
"처음엔 사비를 털어서라도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드럼 하나를 놓고 시작한 작은 세미나가 이 거대한 축제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자비로 시작했던 행사는 이제 '(사)제주메세나협회'와 '(주)소울트리' 같은 든든한 후원자들이 함께하는 축제로 성장했다. 그는 "하루 대여료만 천만 원이 넘는 음향, LED 팀이 거의 무상 봉사로 참여해주고 있다"며 척박한 환경에서도 함께 뜻을 모아준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가 축제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는 제주가 대중음악의 불모지임을 안타까워하며, 이 축제가 '지역 문화' 자체를 발달시키는 자양분이 되기를 희망했다.
"제주에도 '사우스카니발', '감귤서리단'처럼 제주를 대표하는 실력파 뮤지션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더 많이 생겨나야 합니다."
그는 축제의 핵심을 '학생들'이라고 강조했다. 식전 무대를 빛낸 중학교 밴드들과 경연대회 우승자들의 무대처럼, 페스티벌을 통해 리듬을 배우고 '루키 스테이지'에 서며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는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생업'의 문제로 꿈을 접어야 했던 자신의 경험이 투영되어 있었다. 그는 "제주의 저평가 된 대중음악 수준을 끌어올려, 다음 세대에게는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쏟아지는 비는 제주의 문화적 잠재력을 향한 열망을 끄지 못했다. 오히려 더 활활 타오르게 했다. 2025년 제주의 가을밤을 울린 드럼 소리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문화 불모지'를 깨우는 제주의 힘찬 심장 박동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