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 가시리 주민 이성홍씨가 거리 시위를 하는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 몇몇 시민들이 제작한 피켓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 서귀포 가시리 주민 이성홍씨가 거리 시위를 하는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 몇몇 시민들이 제작한 피켓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정미숙 작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 제2공항 관련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찬성’ 입장을 표명하자 절박한 심정으로 거리로 나섰다. 지난달 25일부터 낮12시에서 오후 2시까지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오가는 시민들에게 제주의 위기 상황을 알리고 있다. 혼자 시작했으나 뜻있는 분들의 동참을 기다린다.

주민투표에 갈음하는 제2공항 건설 찬반 여론조사 이후 도지사 원씨가 제주민의 제2공항건설반대 결정을 뒤집고 찬성 입장을 발표한 것이 지난 3월 10일이다.

제2공항 건설 찬반을 떠나 제주민들이 결정한 것을 그것도 제주도정과 도의회가 문서로 박아 기자들 불러놓고 합의한 사항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것이다. 이는 제주민을 배반한 것이고 도지사로서의 직무를 포기한 것이고 무엇보다 제주민을 깔보고 무시하고 장기판의 졸로도 여기지 않는 오만무도한 짓거리 아닌가

더하여 도지사라는 사람이 앞장서서, 여론조사에서 숫자는 중요치 않아 (그럼 여론조사를 왜하는가) 동쪽사람은 원하잖아, 서쪽사람들은 멀어서 그래, 제 상권 뺏길까 봐 동쪽사람들이 배가 아파서 그래, 하면서 찬반 간, 동서 간 주민들의 분열을 부추기고 대립과 갈등의 골을 깊게 한 씻지 못할 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럼에도 이 엄중한 시기에 방앗간에 쥐가 드나들듯 뻔질나게 서울나들이 하면서 테레비에 나와 아이들하고 손뼉치고 놀며 대권 놀음에 한눈 아니라 두 눈 다 팔고 있지 않은가. 뿐만인가. 우리 제주민의 혈세를 쏟아부어 제2공항 추진상황을 알려준다는 팜플렛을 2만부나 찍어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한 내용을 홍보하면서 제주민을 농락하고 있지 않은가. 

이미 제주민이 제2공항 건설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결정하였는데 누가 어떻게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이제 공이 국토부나 청와대로 넘어갔다느니, 청와대가 책임지라느니, 국토부가 결정하라느니, 무슨 말인가. 이미 우리 제주민이 결정하지 않았는가. 도민 주권 도민결정권을 선언하지 않았는가. 대통령이 무얼 결단할 수 있단 말인가. 누가 제 목숨이 달린, 생존이 걸린 문제를 남에게 책임지고 결정 지으라 하겠는가.

공은 원씨에게도, 청와대에도, 국토부에도 넘긴 적 없으며 넘길 수도 없다. 공은 늘 우리 제주민들에게 있고 우리 싸움의 모든 것은 제주민을 향한 것이어야 한다.

제주 서귀포 가시리 주민 이성홍씨가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제주의 위기상황을 알리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 서귀포 가시리 주민 이성홍씨가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제주의 위기상황을 알리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정미숙 작가)

이제 제2공항 건설 반대 싸움의 의미를 짚어보자. 제2공항 건설을 막으면 제주의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가? 제2공항 건설 반대 싸움은 공항을 하나 더 짓고 말고, 관광객을 더 받고, 덜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하수 고갈과 오염, 온 산들은 쓰레기 천지고 바다는 똥물이 되어 썩어가고 있는 지금 여기 우리 제주가 처한 위기 상황, 제주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이며 단지 제2공항을 막아내면 끝나는 싸움이 아니라 제주민의 생존을 위한 아름답고 위대한 싸움의 시작이고 출발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섰다. 복합 미항이니 크루즈 관광이니 설레발치더니 이제 강정 뒤에는 자연스레 해군기지가 붙지 않는가. 거기에 핵항공모함이 드나들고 있지 않은가. 이제 성산에 공항이 만들어지면 공군기지가 들어서지 않겠는가. 제트기 폭격기가 날아다니지 않겠는가.

지금 우리 제주민이 나서 난개발과 과잉관광을 멈추고 제주의 자연생태를 보전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우리 제주에 닥칠 현실은 이처럼 되지 않겠는가.

하늘엔 유에스아미 폭격기가 날아다니고 
온 산들은 쓰레기더미로 덮이고
땅속은 비료 농약과 돼지 똥오줌으로 썩어가고 
똥물이 된 바다에는 핵항모가 오가는
사람이 살 수없는 죽음의 섬이 되지 않겠는가, 
필리핀 보라카이섬을 보라. 우리 제주도 그 짝이 나지 않겠는가.

지금 여러분과 내 꼴을 돌아보라 불과 1,2년 사이에 마스크가 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 펜데믹의 세상을 당하고 있지 않은가. 1,2년 전에 이런 꼴이 될지 누가 상상이나 했는가. 내 작은 손주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마스크를 썼다. 마스크가 제 생활인 줄 안다. 이게 다 할배 잘못이고 어른들 잘못 아닌가. 사람과 동물이 자연을 해코지하고 생태환경을 훼손하고 파괴한 죄를 되돌려 받은 것 아닌가.

우리 제주도 마찬가지다. 제주민들이 제주를 지키고 제주를 살리지 않으면 그 누구도 제주를 살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제주민들 우습게 여기면서 땅 가지고 개발이익 얻으려는 토호무리들, 땅 투기하는 자들, 여론조사 까뭉개고 도민 갈등 부추기는 도지사 원씨 같은 껍데기 제주사람들…. 결코 용서하지 말자. 반드시 쫓아내자. 그리고 알짜배기 제주사람들끼리 오손도손 잘 살아보자.

부디 제주도정을 농단하는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제 욕심만 꽉찬 원씨에게 당부하노니,
제발 제 발로 퇴진하지 말라. 우리 제주민들이 쫓아내 주마. 제주민 여러분 우리 제주를 꼭 살려줍서.

이성홍.<br>
이성홍.

제주에 살러온 8년차 가시리주민이다. '살러오다', 한 때의 자연을 벗삼고 풍광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끼니를 챙기고 텃밭을 일구고 호롱불 아니라도 저녁무렵 은근한 난롯가에서 콩꼬투리를 까고 일찌감치 곤한 잠들어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는 생.활.자,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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