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수오 작가)
(사진=김수오 작가)

지난 2월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제주민들의 여론조사 결과 다수의 제주민이 제2공항 건설반대를 결정하였다. 제2공항 건설 찬반을 두고 지난 6년간 이어져 온 반대싸움의 엄청난 성과이며 이는 곧 제2공항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를 비롯한 제주지역 시민사회환경단체와 진보정당의 성과임에 분명하다. 

올해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제주의 난개발로부터 환경 생태계를 지켜내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기회였다. 하지만 전혀 그러질 못하였다. 어찌보면 제2공항 건설반대싸움에 묻혀있던 제주지역 사회운동의 민낯을 보여주었는지도.

#제2공항 건설은 여전히 진행 중

몇 가지 상황을 짚어보자. 먼저 제주도정과 도의회가 문서로 합의하여 주민투표에 갈음하는 주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제주도정의 입장으로 정하기로 하였으나 전 도지사 원희룡씨는 제주도민의 반대결정을 뒤집어 찬성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하였다. 

뿐만 아니라 공영버스와 관공서 등에 버젓이 제2공항 찬성 홍보영상과 홍보물을 비치·방영하였으며 지난 7월 환경부가 국토부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였음에도 이후 지속적으로 제2공항건설 사업추진을 천명해왔다. 

제주도의회는 어떠한가. 제주도정이 도의회와의 합의를 개무시하고 제2공항 건설 찬성입장을 견지함에도 오히려 다수의 개발 찬성의원들이 이에 동조하는 모습이라든지 제2공항 건설사업을 부추기는 모양새 아닌가. 그러면 이에 대한 반대 측은 어떤 액션을 취했는가. 제주도정과 도의회 그 어디도 제주민의 뜻이나 반대단체들의 액션에 전혀 개의치 않는 행보다.

제주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21일 오전 제주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지난 7월21일 오전 제주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난개발과 자연파괴는 계속되고 있다

다음으로 제2공항건설 반대싸움이 제주의 자연을 지키고 제주민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싸움이었음에도 이후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의 행보는 전혀 개의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오등봉공원부지와 중부공원부지의 민간특례사업일 것이다. 

오등봉공원부지의 경우 14층 고층의 1400여세대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는데 이미 이전에 제주시가 불가판정을 내렸음에도 오히려 제주시가 공동사업자가 되어 개발업자의 갖은 편의를 봐주고 있다. 도의회도 이에 뒤질세라 무리하고 급조된 환경영향평가서에 일사천리로 동의해주었다. 

9일 제주도의회는 제395회 2차 본회의를 열어 제주시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 등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제주도의회 인터넷방송 갈무리)
지난 6월9일 제주도의회는 제395회 2차 본회의를 열어 제주시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 등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제주도의회 인터넷방송 갈무리)

뿐만인가.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와 무리한 공사 진행으로 환경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비자림로 확포장공사를 도의회 25명의 찬성 연명으로 공사촉구를 결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곳이지 읺는가. 제주도는 이달 중에 관할 영산강유역환경청과의 협의를 끝내고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그러면 이에 대한 반대측 입장은 어떤 액션을 취했는가. 여기에 눈 하나 깜짝하던가.

더하여 제주도는 서귀포시 우회도로 공사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서귀포시 우회도로는 총사업비 1237억원을 투입해 토평동~호근동 4.2km에 폭 35m, 왕복 6차선 도로를 신설하는 공사다.

1구간(서귀포여중~서홍로 1.1km)과 3구간(동홍로~삼성여고 1.6km)은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2구간 중 토지보상이 끝난 서홍로~중앙로(700m) 구간에 대해서는 내년 초부터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서귀포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제주의 중장기정책은 막가파식 자연파괴다

지난 8월 도의회에 제출된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에 따르면 중산간 순환도로계획이 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중산간을 순환하는 도넛 모양의 고속화 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도로망 1조2000여억원에 도민 혈세 6000억원이 들어가는 대단위 토목사업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은 제주의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과 전략을 선도하는 최상위 법정계획인데 이제 중산간을 휘돌아 장기적으로 자연생태를 아작을 내겠다는 거다. 

또한 동복리에 추진중인 자연체험 테마파크는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동백동산과 인접하여 개발에 따른 곶자왈 파괴가 자명하지만 인근 선흘1리 주민들의 지속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그동안 반려되었던 환경영향평가서가 심의를 통과하였다.

아울러 이웃한 선흘2리의 동물테마파크사업의 경우 사업자와 전 이장 간 비리가 드러나고 합당한 이유를 전혀 찾아볼 수 없음에도 사업 기간 연장신청을 받아주었다. 

▲이호테우 해수욕장에서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김관모 기자
이호테우 해수욕장에서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그리고 최근 대표적인 장기부실사업으로 표류 중인 이호해안지구 개발사업이 또 3년간 사업기간을 연장 신청해놓은 상태다. 이 사업은 자연경관 훼손과 해수욕장 경관사유화 논란과 공유수면 점용료 미납문제로 기사화 되었으나 일부 도의원들의 비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원칙도 기준도 없이 제주도는 중장기적으로 망가져 가고 있음에도 이를 규제하거나 폐지할 의지도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자연환경 파괴와 훼손에 대한 인식 미비

끝으로 자연환경 파괴와 훼손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미비하다. 지난 9월 녹색연합이 제주해안 전역을 대상으로 갯녹음 확산조사를 하였는데 그 결과는 이미 제주 전체해안 조간대에 갯녹음현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거의 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안덕면 사계기 형세섬 갯녹음 현상 (사진=녹색연합)
안덕면 사계기 형세섬 갯녹음 현상. (사진=녹색연합)

그럼에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은커녕 실태조사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뿐만인가. 해안가의 갯녹음과 부영양화에 따른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는 연안 양식장의 경우 300여개의 양식장을 관리하는 담당 공무원이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각 1명뿐이다. 이 인력으로는 배출수의 수질검사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더하여 오랜 오염원으로 하수처리용량을 넘어선 하수처리장 증설 문제, 쓰레기처리와 매립에 대한 주먹구구식 접근은 최근 봉개지역 쓰레기매립연장과 관련 10만여평의 녹지를 택지개발지역으로 허가해줌으로써 난개발과 자연파괴의 악순환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강정천 원앙. (사진=임형묵 감독)
강정천 원앙. (사진=임형묵 감독)

#맺으면서

제주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이 ‘1’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여기 제주민의 생존에 대한 일말의 위협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제주지역 시민사회 환경단체와 진보정당의 무기력한 모습에선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어찌할 건가.

연초부터 1년 가까이 제주투데이의 지면을 얻어 2주에 한 번씩 칼럼을 연재하였다. 지난 8년간 제주에 터 붙이고 살면서 내가 느끼는 제주의 문제를 외부인이 아닌, 끝내 더불어 살아가야할 제주사람으로서 바라보고자 하였으며 그 해결책을 같이 고민하고 싶었다. 

여전히 제주민의 생존과 지속적인 삶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크고 단단하게 막고 서있는 현실이지만 이를 무너뜨릴 방책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칼럼에서 쓰고자 했고 말하고자 한 것도 밑천이 바닥나고 또 한동안 길을 잃을 모양이다. 그동안 뒷배가 되어준 박성인 형과 ‘가시리놀부_제주읽기’ 칼럼에 지지와 격려를 보내준 조수진 기자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에 살러온 8년차 가시리주민이다. '살러오다', 한 때의 자연을 벗삼고 풍광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끼니를 챙기고 텃밭을 일구고 호롱불 아니라도 저녁무렵 은근한 난롯가에서 콩꼬투리를 까고 일찌감치 곤한 잠들어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는 생.활.자,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기 위하여.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