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제주도의회 의사당 건물 앞에서 시민들이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사업을 위한 도유지 매각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제주도의회 의사당 건물 앞에서 시민들이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사업을 위한 도유지 매각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반대싸움은 왜 중요한가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지난해 12월  제주도정이 도유지를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2021년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심사하는 자리였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18년 국가위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를 설립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부지를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로 정하였다. 사업 부지는 전체 30여만평 규모로 그중 국정원 소유의 국유지가 반 정도이고 나머지 필요한 땅을 인근 도유지로 매입해 확보하려 한 것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2018년 국방부와 국정원, 과기정통부가 참여한 국가우주위원회(대통령은 위원장을 국무총리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에서 현재 대전 항공우주연구원의 위성 설비를 제주로 옮겨 그 규모와 조직을 격상하고 확대한 것인데 2022년 내년까지 위성안테나 3기가 설치되고 추후 확대될 예정이다. 그리고 현재 국정원 부지에서는 도의회도 모르게 관련 시설을 착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의견 수렴이나 상생 방안 미흡, 멸종위기종인 제주 고사리삼 훼손, 유해 전자파 발생, 기후위기 가중, 도유지 매각 등의 여러 문제가 있지만 꼭 주목해야 할 것은 국방부 국정원이 포함된 전략시설 보안시설이란 점, 그럼에도 구체적인 규모와 시설계획을 알리거나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밀실협의로 추진된 점, 관리주체를 자임한 항공우주연구소 측은 끝내 민간기구임을 강변하며 군사시설로서의 의혹을 모르쇠로 일관한 점 등 자칫 제주의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의혹투성이다.

2021년 3월, 차세대중형위성 1호 발사 관련 YTN 영상 갈무리
지난 3월 차세대중형위성 1호 발사 모습. (사진=YTN 영상 갈무리

#2 국가통합위성센터의 본질은 제주의 군사화 가속이다

지금까지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정리하면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라는 이름에서 보듯 국가적 차원에서 위성을 통합 관리하는 국가시설로서 ‘민간위성이냐 군사위성이냐’보다 이 시설의 주된 기능과 역할이 국방군사시설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국방 우주력 강화계획을 보면 정부가 민군 통합 우주개발계획을 본격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국방 우주력 강화를 위한 초소형 군집위성시스템 구축으로 인공위성 기술력을 계속 키워나가겠다”고 했으며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저궤도 군사 위성을 다수 보유할 전망”이며 “한미동맹 협력무대가 우주라는 새로운 지평으로 확장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본격적인 우주전쟁의 서막을 예고한 것으로 문제는 앞으로 레이다를 얼마나 더 증설할지 새롭게 관련 군사시설을 얼마나 더 갖출지 알 수 없으며 이미 강정의 해군기지와 새로 만들려고 하는 성산의 공군기지와 함께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복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더하고 있다.

#3 국가위성통합센터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없다

이처럼 일련의 국가군사시설의 설치와 운용은 제주의 군사기지화를 가속시키며 유사시 전화(戰禍)를 맨 앞에서 당할 수 있음은 자명해 보이는데 제주의 내일을 재앙으로 끌고 갈지도 모를 국가위성센터 상황에 대한 심각성이나 위기의식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물론 이를 제대로 알리려 하지 않는 정부의 책임이 크고 앞으로 어떤 시설이 들어올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도민의 입장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파헤치고 브레이크를 걸려는 노력이나 의지도 없어 보이는 제주도정과 도의회 모습 또한 난망이라면 역시 피해당사자인 제주민들을 위해 앞장서 싸우는 것은 진보정당과 사회단체 사람들의 몫이 아닐 수 없다.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설립 부지로 검토 중인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해 12월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조수진 기자)

#4 개인차원이 아닌 조직단위의 싸움으로 어떻게 이끌 것인가

지금까지 국가위성통합센터 반대싸움은 최성희씨가 이끌고 왔다. 도의회에 부지 매각 계획안이 상정된 이후 그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본질을 꿰뚫고 상임위 통과와 본회의 통과의 뼈아픈 과정을 지켜보며 그동안 줄곧 도의회 앞에서 시위와 집회, 기자회견을 조직하며 싸워온 이다. 내 경우도 그 과정에서 의리출전하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문제는 앞으로다. 

여러 개인적 사정도 큰 걸림돌이지만 개인 차원이 아닌 조직 단위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싸움을 만들어내는 일은 중요하다. 그럼에도 이를 조직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예를 들어 성산 제2공항반대나 송악산개발반대, 선흘테마파크반대 싸움 같은 경우 구체적인 피해주민이 있고 주민조직을 구성할 단위가 잡힌다.

그런데 이 싸움의 경우 피해의 심각성이 구체적이거나 실질적으로 잡히는 게 없는 데다 싸움단위를 정하기 애매하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 환경단체나 진보정당이 총대를 메기 일쑤인데 일회성의 시위나 집회 기자회견에 그치기 십상이다.

평일 점심시간에 제주시청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나의 고민 지점이기도 하다. 이에 대하여 최근 창립한 제주가치와 이제 지역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정당단체와 아울러 다음 회에 얘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이성홍. (사진=정미숙 작가)

제주에 살러온 8년차 가시리주민이다. '살러오다', 한 때의 자연을 벗삼고 풍광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끼니를 챙기고 텃밭을 일구고 호롱불 아니라도 저녁무렵 은근한 난롯가에서 콩꼬투리를 까고 일찌감치 곤한 잠들어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는 생.활.자,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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