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청탁 의혹.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 측이 선흘2리 전 마을 이장에게 돈을 건넨 의도가 '인도적 차원'이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검찰이 피고인 전원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20일 제주지법 형사2단독 강민수 판사의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배임수재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전 마을 이장 정모씨에 대해 징역 1년과 추징금 275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된 제주동물테마파크 대표이사 A씨와 사내이사 B씨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과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정씨는 마을회가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에 반대했음에도 A씨와 B씨 측으로부터 “마을회가 이 사건 개발사업을 찬성하도록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2019년 5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자기앞수표 등으로 275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의 지시를 받은 B씨가 정씨에게 직접 50만원짜리 수표 20장을 건네거나 정씨 아들 명의의 계좌로 300만원, 500만원을 송금했다.
또 정씨가 마을주민에게 이장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소송과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자, A씨는 두 차례에 걸쳐 변호사 선임료 950만원을 대납했다. 이들은 당시 차용증도 쓰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모든 과정 자체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A씨와 B씨 측은 앞서 이뤄진 피고인 심문에서 정씨에게 사업적 차원이 아닌 인도적 차원에서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이들 측 변호인은 "사업자와 마을 관계에서 의심을 할 수 있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단순히 빌려줬다는 것 자체로 부정청탁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돈을 빌려준 것 이외에 간접적 증거는 명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을 몇가지 기준으로만 판단하는 게 아닌 상황의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정청탁이 사실이라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
이들 측 변호인은 "정씨가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 위원장을 맡은 이유는 마을 전체 주민의 대표성을 띈 이장이었기 때문"이라면서 "찬성의견이라는 것은 선흘2리 마을주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는 실질적으로 반대위를 이끄는 인물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정씨의 당시 상황은 생활고를 겪고 있어 마을주민들도 도움을 주고 있던 상황"이라면서 "B씨는 사업현장에 자주 방문해 주민들과 많은 교류를 하던 중 그의 이야기를 듣고 안쓰러운 마음을 느꼈고, 통화로 전해들은 A씨가 1~2분만에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부정청탁이 목적이었다면 큰 기업의 대표이사의 입장에서는 철저히 숨기려고 했을 것"이라면서 "변호사 선임료 대납 역시 동물테마파크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애초에 갈등이 없었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빌려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마지막 발언을 통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정씨의 당시 상황이 안타까워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줬는데,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면서 "제 의도랑 다르게 물의를 빚게된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과 재판부는 구형 전 이뤄진 피고인 신문에서 사업자 측이 정씨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가정해도 돈을 빌린 것을 증명하는 문서인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은 점 등에 주목했다.
타 지역에서도 콘도·리조트 사업을 다수 추진했던 A씨가 사업에 대한 협의를 해야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정씨가 사업에 대한 공식적 반대의견을 내는 단체의 대표였던 점도 짚었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관계임을 알았음에도 금전거래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다.
A씨는 "안타까운 사연을 B씨로부터 온 통화에서 듣고 평소 의사결정 방식으로 판단한 뒤 돈을 보낸 것"이라면서 "A씨가 당시 이장인 것은 알았지만 반대위 위원장이라는 보고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반박했다.
B씨는 이에 대해 "당시 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차용증 형태로 남겨두는 건 서로 시간의 여유가 많지 않았다"면서 "형편이 어려워보여서 급히 돈을 줬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오해를 살만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오는 9월 21일 오전 10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 '제주동물테마파크가 준 불법적 마을발전기금 안 받겠다'
- 선흘2리 전 이장·서경선 대표, 뇌물 혐의 첫 재판..."법정 구속하라"
- 고영권 부지사, 서경선 측으로부터 변호사비 대납 정황...사퇴 촉구
- 선흘2리 주민들,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연장 반대 항의 농성
- 선흘2리 이장, 개발심의위서 불허 촉구 발언...사업자측 항의
- 법원 “선흘2리 전 이장, 제주동물테마파크 협약 체결 ‘불법’”
- 선흘2리 주민들, 횡령·배임 혐의로 정현철 이장 검찰 고발
- “제주동물테마파크 오해, 다 해명하겠다”면서도 곤란한 질문엔 ‘버럭’
- “원희룡, 도민 70%가 반대하는 제주동물테마파크 불허해야”
- 선흘2리 주민 78명, "정 이장, 선량한 관리자 의무 위반" 손해배상 청구
- 선흘2리 주민들 원희룡 도지사, 제주동물테마파크 대표이사 형사고발
- 동물테마파크로 인한 주민 간 법적 다툼에 로펌 김앤장 등장
- 제주동물테마파크 '부정청탁' 사실로 ... 사업자-전 이장 유죄 확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