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동장군이었다.
온 섬을 휘몰아친 강추위에
늙은 말 한 마리 눈 위에 몸을 내렸다.
들판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면
노루도 말들도 시련의 계절이다.
쌓인 눈을 헤치며 잔풀 뜯어야 한겨울 무탈히 견디는데
노쇠한 말은 끝내 동장군의 맹위에 명을 다하였다.
화산섬 뒤덮은 폭설에
먼저 잠든 망아지도 뒤따른 늙은말도
산담과 더불어 눈이불 덮었다.
저 무덤 속 주인의 생은 어떠했을까.
동장군 물러가 햇살 온화한 날
망아지와 늙은말 나란히 흙속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삶은 지속된다.
김수오
제주 노형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오 씨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한의학에 매료된 늦깍이 한의사다. 연어처럼 고향으로 회귀해 점차 사라져가는 제주의 풍광을 사진에 담고 있다. 낮에는 환자들을 진맥(診脈)하고 출퇴근 전후 이슬을 적시며 산야를 누빈다. 그대로가 아름다운 제주다움을 진맥(眞脈)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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