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제73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2018년 제70주년 추념식, 지난해 제72주년 추념식에 이어 재임 중 세 번째 참석으로 역대 대통령 중 처음이다. 

추념식은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당초 야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비 날씨로 인해 실내로 변경됐다. 

이번 추념식에는 국방부장관과 경찰청장이 참석했다. 군경 최고 책임자가 정부 주관 공식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공권력 집행기관의 책임자로서 지난 4·3 당시 벌어진 국가폭력의 역사를 반성하고 희생자와 유족, 도민들에게 사죄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또 여야 4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등도 자리했다. 

이날 추념식은 오전 10시 제주도 전역에 1분간 울린 묵념 사이렌과 함께 참석자들이 4·3영령에 대한 추모의 시간을 가지며 시작했다. 

이어 제주 흥산초등학교 학생들이 부르는 창작곡 ‘동백이 되어 다시 만나리’에 맞춰 4·3 당시 수많은 도민들이 희생당한 학살터라는 역사를 품은 관광지들이 영상으로 소개됐다. 

묵념사는 제주 출신 김수열 시인이 쓴 ‘우리의 4·3이 따뜻한 봄으로 기억되는 그날까지’를 오임종 제주4·3유족회장이 낭독했다. 

또 ‘산 자와 죽은 자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애도의 시간’을 표현한 추모 영상을 통해 허영선 4·3연구소장의 글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을 제주 출신 배우 고두심씨가 낭송했다.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제73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김창룡 경찰청장,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 전해철 행안부장관, 서욱 국방부장관, 박범계 법무부장관.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제73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김창룡 경찰청장,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 전해철 행안부장관, 서욱 국방부장관, 박범계 법무부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지난 2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의 전부개정안이 통과된 역사적 의의를 모든 국민과 함께 되새겼다. 

문 대통령은 “4·3특별법 개정으로 이제 4·3은 자기 모습을 되찾게 됐다”며 “제주도민들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죽음과 이중 삼중으로 옭아맨 구속들이 빠짐없이 밝혀질 때 좋은 나라를 꿈꿨던 제주도의 4·3은 비로소 제대로 된 역사의 자리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개정된 특별법은 4·3이라는 역사의 집을 짓는 설계도”라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정부는 4·3 영령들과 생존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의 염원을 담아 만든 설계도를 섬세하게 다듬고, 성실하게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1948년과 1949년 당시 군법회의로 수형인이 되었던 2530분이 일괄재심으로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열렸다”라며 “살인적 취조와 고문을 받은 뒤 이름만 호명하는 재판을 거쳐 죄인의 낙인이 찍힌 채 살아온 70여 년, 어린 소년들이 아흔 살 넘은 할아버지가 되어서야 비로소 '무죄'라는 두 글자를 받아안게 되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한 분 한 분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배상과 보상을 통해 국가폭력에 빼앗긴 것들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추가 진상조사는 물론, 수형인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제73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제73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은 또 정부가 진행 중인 희생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 지원을 위한 용역과 관련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유해 발굴 사업 지원과 4·3트라우마센터의 국립 트라우마센터 승격 등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를 마무리하며 “4·3평화공원 기념관에는 여전히 이름을 갖지 못한 백비가 누워있다”며 “비어있는 비석에 어떤 이름이 새겨질지 모르지만 밝혀진 진실은 통합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고 되찾은 명예는 우리를 더 큰 화합과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이끌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추념사에 이어 4·3 당시 부모와 오빠를 잃은 손민규 어르신(87)의 사연을 외손녀 고가형(대정여자고등학교 1학년)학생이 낭독했다. 손민규 어르신의 오빠는 지난달 16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고 학생은 “지난 3월 할머니의 큰 꿈이 이뤄졌다”며 “4·3 당시 대구형무소로 끌려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행방불명된 오빠가 4·3행방불명수형인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신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고가형 학생이 외할머니 손민규 어르신의 사연을 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어 “선생님이 되겠다는 할머니의 어릴적 꿈은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무슨 죄가 있어 도망가냐’셨던 아버지와 함께 불타버린 집, 함께 피난중에 총살당한 어머니, 억울한 누명으로 옥살이 후 행방불명된 오빠. 할머니는 그렇게 홀로 남아 끼니 걱정에 공부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할머니는 친구들이 ‘엄마~’하고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했다고 하신다. 눈물이 쏟아지는 걸 많이도 참으셨다고 한다”며 “입밖으로 ‘엄마’하고 부르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차마 불러볼 수도 없었다고 한다. ‘엄마’라고 얼마나 불러보고 싶으셨을까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머니! 이제 가슴 속 응어리 절반이 풀리셨다고 하셨죠? 앞으로는 제가 할머니의 상처를 낫게 해드리겠다”며 “나중에 어른이 되면 심리치료사의 꿈을 이뤄 할머니처럼 마음의 상처를 안고 계신 분들에게 위로와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인 추모 공연에선 지금까지 제주4·3 희생자로 인정받은 1만4000여명의 이름을 배경으로 남성 보컬그룹 ‘스윗소로우’가 가수 송창식의 원곡 ‘푸르른 날’을 불렀다.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유족 손민규 어르신(오른쪽)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유족 손민규 어르신(오른쪽)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추념식이 끝나고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4·3평화공원 위령제단으로 이동해 국방부 의장대의 지원을 받으며 4·3 영령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제주 4·3을 상징하는 동백꽃을 헌화 및 분향했다. 문 대통령 내외가 헌화·분향하는 동안 싱어송라이터 하림 씨가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이하은(제주동중학교 1학년) 학생이 <제주의 봄>을 불렀다. 

문 대통령은 이후 위패봉안관으로 이동해 4·3특별법 개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서명식을 진행했다. 

한편 올해 추념식은 4·3특별법 전부개정을 기념하며 제주의 봄이 무르익었다는 의미의 ‘돔박꼿이 활짝 피엇수다’로 타이틀을 정해 진행됐다. 타이틀이 붙은 추념식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는 ‘코로나 19’ 방역지침에 근거, 70여 명(유족 31명)만 참석한 가운데 간소하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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