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추념사를 대독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추념사를 대독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를 격조 있는 문화 관광 지역, 청정의 자연과 첨단의 기술이 공존하는 대한민국의 보석 같은 곳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중략) 정부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마치 선거 공약 같은 이 문구는 윤석열 대통령의 4·3추념사 중 일부다.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 방문 일정 등을 이유로 추념식에 불참했다.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해 윤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했다. 

문제는 4·3추념사에 4·3 희생자에 대한 내용은 의례적인 인사말에 그쳤고 명예회복 또는 4·3의 진전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은 찾을 수 없다는 것. 

대신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했던 개발과 산업 위주의 지원 약속만 담겼다. 4·3희생자 추념에 대한 진정성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대통령의 추념사과 상반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21년 제73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했던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와 비교해보자. 

문 전 대통령은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희생자와 유족을 위한 위로, 4·3특별법 개정에 따른 소회, 수형희생자 특별재심과 정부의 배·보상 등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약속, 유해발굴 사업 지원 약속, 국립 트라우마센터 승격 약속 등으로 추념사를 채웠다.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 대통령은 해외 방문 일정 등을 이유로 추념식엔 불참하면서도 지난 1일 대구 야구장을 찾아 시구를 하고 서문시장을 방문해 야당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다음은 추념사 전문.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추념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주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제주도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과 함께 어루만지는 일은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정부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입니다.

희생자와 유가족을 진정으로 예우하는 길은 자유와 인권이 꽃피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이곳 제주가 보편적 가치,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더 큰 번영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 책임이 저와 정부, 그리고 우리 국민에게 있습니다.

저는 제주를 자연, 문화, 그리고 역사와 함께 하는

격조 있는 문화 관광 지역, 청정의 자연과 첨단의 기술이 공존하는 

대한민국의 보석 같은 곳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견문을 넓힐 수 있는 품격 있는

문화 관광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콘텐츠 시대입니다. IT 기업과 반도체 설계기업 등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기업이 제주에서 활약하고, 세계의 인재들이 

제주로 모여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제주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제주도민 여러분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저의 약속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여러분께서 소중히 지켜온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승화시켜

새로운 제주의 미래를 여러분과 함께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며,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3년 4월 3일

대한민국 대통령

윤  석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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