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본 건 작년 가을 야외 공연 무대에서였다. 간절하면서도 강렬하게 울부짖는 보컬에선 금세 바스라질 것 같아 안타깝고 서글프다가도 손대면 폭발할 것 같은 불안이 함께 느껴졌다. 제주 인디록 밴드 ‘묘한’의 보컬 현상원. 그가 밴드에선 미처 하지 못한 “온전한” 그만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잔인해. 내가 얼마나 멀어져가기를 바래. 난 아마도 지금이 두려운 가봐. 미소를 짓는 걸 보니. 널 밟고 지나간 그만큼 더 당당히 있어주려고 해. 널 만나려고 머물러도 어차피 관심조차도 없을 테니. 넌 그저 늦어지길 난 바란 채.” 

-‘표준시(standard time)’ 중

슬펐던 걸까, 외로웠던 걸까, 두려웠던 걸까. 그의 노랫말은 몇 번이고 곱씹게 한다. 덜 정제됐고 자유롭다. 어렵고 복잡하다. 다듬거나 포장하지 않은 만큼 그가 느꼈을 감각에 더 가까이 가닿는다. ‘묘한’과 ‘현상원’의 차이이기도 하다. 

현상원에게 뮤즈는 ‘무생물’. 특히 추상적인 개념에서 영감을 자주 얻는다. 무언가에 생각이 걸려 넘어지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또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되묻는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가, 노래가 만들어진다.

공연 영상 ♪표준시♬

 

인터뷰 영상

 

소극장 이디홀(2dhall)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숲속 호랑이처럼 고요하고 날렵하게 자신의 작업을 이어가는 제주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영상에 담긴 아티스트들은 제주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생각들을 솔직담백하게 들려준다. 제주투데이는 범 같은 '재주꾼'들이 보다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재주人터뷰] 코너를 통해 이디홀이 만든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편집자주>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