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션파크와 시흥리어촌계가 지난달 14일부터 운영 중인 이동식 바닷속 전망 시설(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소재 공유수면 약 900㎡). 관람객들이 유리창을 통해 물고기떼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오션파크와 시흥리어촌계가 지난달 14일부터 운영 중인 이동식 바닷속 전망 시설(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소재 공유수면 약 900㎡). 관람객들이 유리창을 통해 물고기떼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사진=김재훈 기자)
(사진=김재훈 기자)

콘크리트 해중전망대 추진하는 우도...옆동네에 이동식 해중전망대 등장

환경파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우도 해중전망대(바닷속 전망대) 사업이 착공 신고만을 남겨둔 가운데, 총사업비의 25분의 1 규모의 친환경적 해중전망시설이 들어서 주목받고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서 운영중인 해중전망시설은 해저 지형을 훼손하는 콘크리트식이 아니라 물에 떠있는 부유식으로 제작됐다. 필요한 경우 이동이 가능하다. 우도 해중전망대가 야기하는 환경·경관 훼손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또한, 비용도 콘크리트 해중전망대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해당 시설을 제작·설치한 알루미늄 요트 제작업체 ㈜케이에스브이(KSV)에 따르면 ㈜제주오션파크는 시흥리어촌계와 지난달 14일부터 시흥리 소재 공유수면 약 900㎡에 이동식 해중전망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개발부터 설치까지 1년이 걸렸다. 총사업비는 8억 5000만원 가량.

이 시설은 직사각형 알루미늄 구조물을 바다 속에 띄워서 지지대에 고정하는 방식이다. 자동으로 계산되는 무게와 부력에 따라 구조물의 일부가 수면 아래에 잠긴다. 높이 3m, 면적 32㎡ 규모다.  만조 기준 수심은 5m.

전면의 흰색 부분이 바닷속 전망대로 내려가는 통로이다.(사진=박지희 기자)
전면의 흰색 부분이 바닷속 전망대로 내려가는 통로이다.(사진=박지희 기자)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바닷속을 볼 수 있는 전망 시설이 나온다.(사진=김재훈 기자)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바닷속을 볼 수 있는 전망 시설이 나온다.(사진=김재훈 기자)

제주투데이 취재진은 지난 3일 시흥리 수중전망대 시설을 방문했다. 물에 떠 있는 구조물 상단의 입구로 들어가 계단으로 한 층 내려가면 곧 바닷속 풍경이 펼쳐진다. 항구에 정박한 잠수함에 승선하는 것과 같다. 사업자는 이 해중전망대를 '국내 최초 해저카페'라는 슬로건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이 시설 내에서 음료를 팔지는 않는다. 바닷속 경관 조망이 목적인 시설이다.

계단을 통해 시설 내부로 들어서자 유리창을 통해 물속을 헤엄치는 돌돔 등 물고기떼를 만날 수 있었다. 물고기 떼 속에서 두 해녀가 관광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이색적인 바닷속 풍경에 어린이들이 즐거워 했다. 

제작업체 측 "설치·제거 쉽게 가능...환경오염 우려 덜해"

보트 등을 제작하는 업체 KSV에서 만든한 이 구조물은 기존 콘크리트 해중전망대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다.  고정현 KSV대표는 통화에서 "해당 설치물은 설치·제거가 쉽게 가능하고, 재활용이 가능해 환경오염 우려가 덜하다"면서 "첫 시도다 보니 규모를 작게 했지만 항만 근처에 설치한다는 전제 하에 건축면적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태풍같은 자연재해에는 취약하기 때문에 인도교를 설치하는 등 먼바다에는 설치할 수 없다"면서 "태풍기간에는 영업을 중단하고, 안전한 곳에 설치물을 옮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체 측은 앞으로 우도 등 도내 다른 지역에도 주민상생모델을 적용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업기간도 시행착오를 겪어 예상보다 늦어졌던 이번 사업과 달리, 약 6개월로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KSV 제공)
(사진=KSV 제공)

시흥리의 해중전망시설 사업이 성공하게 되면 마리나 시설 등이 설치된 포구가 있는 어촌 마을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우도 해중전망대 사업자로서는 150억원대 규모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병을 만난 셈이다.

부유식 수중전망대는 우도에서 추진 중인 해중전망대와 비교하면 제작 비용과 환경적 측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다만, 시설의 안전한 이용을 위한 관리 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공유수면 점사용 승인 등 행정 당국과 조율 역시 필수적이다. 시흥리의 경우는 어촌계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은 아니다. 사업자가 부지를 임대하고, 해녀에게도 시간 단위로 일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시흥리의 해녀가 시흥리에 위치한 부유식 해중전망 전망 시설을 가리키고 있다. 해녀가 가리키는 흰색 통로를 따라 내려가면 바닷속 전망이 펼쳐진다.(사진=김재훈 기자)
시흥리의 해녀가 시흥리에 위치한 부유식 해중전망 전망 시설을 가리키고 있다. 해녀가 가리키는 흰색 통로를 따라 내려가면 바닷속 전망이 펼쳐진다.(사진=김재훈 기자)

우도 주민 "다수 주민 투자, 우도 해중전망대...사업성 염려"

우도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이와 관련, "시흥리 해저카페 사업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동네에도 추진하면 좋을 것 같아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해중전망대 사업 자체는 논의가 시작된지 10년 가까이 지났고, 그 사이 다수의 주민들이 투자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은 해중전망대의 사업성에 대해 염려하고 있긴 하다. 사업으로 인해 침체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 흉물로 남지 않을지에 대한 걱정"이라면서 "현재 추진 중인 우도 해중전망대 사업자가 방향성을 바꾼다면 이런 식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우도 해중전망대 조감도(사진=제주투데이 DB)
우도 해중전망대 조감도(사진=제주투데이 DB)

한편, ㈜우도해양관광이 추진하는 해중전망대 설치 사업은 이달 초 건축 허가에 이어 점.사용 변경허가 승인까지 완료됐다. 이에 따라 사업의 마지막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돼 사업자측의 착공신고 만을 남겨두고 있다.

총사업비 150억원 규모의 해당 사업은 제주시 우도면 오봉리 전흘동 공유수면 2028㎡에 길이 130m, 폭 3m의 다리를 세우는 내용이다.  건축면적은 158.37㎡로 해중전망대와 안내센터, 인도교, 수중공원, 계류장 조성 등이 계획됐다.

만조 기준 해수면에서 높이 9m, 지름 20m 규모의 원형 건물을 세워 유리창을 통해 바다 생태계를 조망할 수 있는 구조다.

전망대 내부에 방송국을 설치해 제주해녀의 물질과 산호초 등 우도 바닷속 풍경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운영, 우도의 문화와 정체성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시했다.

제주에서 해중전망대 사업이 추진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보광제주(현 휘닉스중앙제주)가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섭지코지 일대에 깊이 24m의 도내 첫 해중전망대 설치를 추진했다. 그러나 환경파괴와 경관 사유화 논란을 빚어오다 17년 만인 지난해 11월 결국 사업을 철회했다.

해당 사업도 그동안 환경파괴 논란과 함께 시설물에 대한 안전성과 디자인 보완 문제로 경관건축심의만 8차례 거친 바 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