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추진 중인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을 두고 지역주민들과 제주도가 유네스코 협약 위반 논란을 두고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5월 24일 '세계유산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 172항의 이행여부를 보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제주도 세계자연유산본부에 보냈다.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을 유네스코에 보고했는지에 대한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운영지침 172항에 따르면 '당사국은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세계유산위원회에 알려야 한다. 이는 번복하기 어려운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월정리 비상대책위원회는 이와 관련, 18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재청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를 향해 "공문 수준에 그치지 말고 현장 실사 등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해당 공문이 시사하는 바는 그동안 우리가 계속 지적해 온 문제를 문화재청도 인지하고, 인정했음을 의미한다"면서 "문화재청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를 향해 "공문 수준에 그치지 말고 현장 실사 등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협약’ 위반 의혹에 관해 충실히 조사에 임하라. 최근 비대위가 전달한 공개질의서와 관련, 객관적 증거 및 조사자료를 첨부해 충실히 답변하라"고 촉구했다.
또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철회에 대한 문화재심의위원회 개최 및 현장 의견 청취 ▲세계유산협약 180조에 따라 '위험에 처한 유산목록 등재기준'에 해당되는 용천동굴 주변 시설물 철거 ▲용천동굴 하류 및 남지미동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동부하수처리장 주변 세계자연유산 완충구역.보호구역 재설정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이 세계자연유산의 보편적 가치에 현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사업 지점과 시설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세계자연유산 완충구역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제주도 관계자는 "문화재청의 요구사항에 대한 조치는 조사기간과 추가예산이 필요, 다음해 연구용역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하수처리장 증설공사 기간 중에도 동굴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용천동굴 하류지역이 동부하수처리장 탓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대위 주장에 대해서는 "용천동굴 하류구간은 2006년 용천동굴 천연기념물 지정 당시 문화재 구역에서 제외된 구역"이라면서 "문화재청과 협의를 통해 세계자연유산구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남지미동굴은 당처물동굴의 일부로 이미 세계자연유산구역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별도의 등재 대상이 아닌 점도 짚었다.
아울러 하수처리장 인근 추가 동굴 조사 요구에 대해서는 "2009년 용천동굴 주변 동굴 분포 파악을 위해 지반조사를 실시한 결과, 추가 동굴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는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용천동굴 호수 구간 유입에 따른 오염문제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도는 "해안으로부터 약 1.3km 떨어진 하수방류관은 2019년 육상오염원별 해양생태환경 조사결과 수질평가지수 계산시 1등급에 해당됐다"면서 "해당구역 유속은 최대 초속 1.2m로 아주 빠른 편이다. 해류도 해안선을 따라 동쪽으로 흘러 연안으로 축적되는 오염물질 잔존량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용천 호수에 대한 수시 조사결과에서도 주변 농작물 경작으로 인한 비료 등 성분만 일부 검출됐고, 방류수로 인한 오염사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2007년 하루 처리량 6000t 규모로 설치된 제주 동부하수처리장은 2014년 1만2000t 규모로 증설된 바 있다.
제주도는 한 차례 증설에도 처리 용량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총사업비 538억원을 들여 오는 2024년까지 처리량을 현재 일 1만2000t에서 2만4000t 규모로 늘리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착공, 현재 삼양-조천-월정에 이르는 하수관로 공사를 거의 완료했다. 하지만 주민 반대로 하수처리시설 증설 공사가 멈춰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