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는 49종의 동식물을 보호야생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학술적・생태적 보전 가치가 높은 생물들을 지정・보호하고 있는 것. 환경부에서 지정하는 멸종위기종 생물과 다른 개념으로 지자체 차원에서 관련 조례에 따라 야생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다. 서울시가 ‘야생생물보호조례’에 따라 지정한 보호야생생물은 학술연구나 구조·치료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포획·채취·방사·이식 등이 금지된다.
그럼, 제주도의 경우는? 제주도가 지정, 관리하는 보호야생생물은 단 한 종도 없다. 제주도는 120여 마리에 불과한 제주남방큰돌고래는 물론,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인 비바리뱀이나 저어새 등도 보호야생동물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에 '야생생물보호및관리조례'가 제정돼 있지민 제주도가 이 조례를 사실상 사문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도에서 보전 지역의 등급을 세분화 한 ‘보전지역관리조례’를 제정해 실시하고 있는 데 기인한다. 제주 행정당국은 야생생물보호조례와 보전지역관리조례가 이중규제를 할 수 있다는 핑계를 댄다. 야생생물보호조례를 적극 적용하는 일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이중규제를 우려하고 있지만 두 조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보전지역관리조례는 야생생물보호활동이 아니라 지역별로 등급에 따라 개발행위 제한을 차등 적용토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조례다. 야생생물 보호와 관련해 행정이 적극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직접적인 조항은 미비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야생생물보호구역 지정 근거 조항이다. 제주도와 서울시를 포함, 야생생물보호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조례에 따라 야생생물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야셍생물보호구역은 전국적으로 수백 곳에 달한다. 그러나 제주도에는 야생생물보호구역이 단 한 곳도 없다.
보전지역관리조례에는 보호생물 지정 관련 조항도 없다. 제주 행정 당국은 야생생물보호 조례에 따라 야생생물보호구역을 지정하고 보호생물도 지정할 수 있지만, 보전지역관리 조례로 인한 이중제한을 이유로 들며 뒷짐을 지고 있는 모습이다.
또 야생생물보호조례는 야생생물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토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그러나 보전지역관리조례에는 그와 같은 조항도 없다. 이처럼 보전지역관리조례만으로는 야생생물보호조례로 할 수 있는 야생생물 보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야생생물보호조례에 의거해 취할 수 있는 야생생물 보호 조치를 하지 않고 있고, 이에 해당 조례를 사문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야생생물보호조례의 야생생물보호구역 지정 및 제주도 보호야생생물 지정을 의무화하도록 개정하거나, 보전지역관리 조례 안에 야생생물보호 조례의 조항들을 전적으로 포함시키고 현재 사문화되다시피 한 야생생물보호조례를 폐기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이상 지금처럼 제주 행정당국이 야생생물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일에서 손을 놓을 수 있는 명분을 줘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