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한 중학교 교사가 인권수업을 진행한 것을 두고 일부 학부모와 단체가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교사 측에 대한 연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14일 서귀포시 대정중 교사 등에 따르면 이 학교의 사회교사 A씨는 최근 '혐오와 차별'을 주제로 1학년 사회수업을 진행했다.
A씨는 중학교 일반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따라 '사회집단에서 나타나는 차별과 갈등의 사례와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탐구한다'는 주제로 수업을 준비했다.
교사는 장애인·노인·여성·성소수자 등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10가지 소수집단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학생들은 집단 중 한가지를 골라 '해당 소수자에 대한 차별없는 세상을 원한다'는 내용을 적은 손팻말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A씨는 이 중 동의한 학생에 한해 인증 사진을 찍고, 현수막 형태로 교내 복도에 전시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와 단체는 이를 두고 학교 측에 전시해둔 수업 결과물을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결과물 중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것을 두고 "동성애를 옹호한다"며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대정중 교사들은 이에 공식적으로 A교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이 들고 나선 손팻말에는 "나는 ○○교사로서 서로 존중하는 세상을 원한다", "자유롭게 수업할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는 말이 쓰였다.
‘대정중 사회 선생님의 혐오·차별 관련 수업을 지지하는 대정중 교사 일동’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해당 수업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가르친 정당한 교육활동”이라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교육 과정과 내용, 방법을 결정·편성·수업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수업은 '차이로 인한 사회적 차별'을 어떻게 다뤄야할지를 학생들과 논의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성소수자에 대해 좋고 나쁨을 가르치거나 강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
이어 "우리들은 교사로서 우리 사회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어떠한 소수집단도 차별받지 않기를 바란다. 그 모든 소수 집단이 바로 우리 학생들이고 제자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물론 교육내용에 대한 학부모의 의견 개진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극히 편향적 시각에서 수업내용에 대한 비난을 일삼고, 교육청에 항의하는 학부모와 단체의 행태는 명백한 교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올바른 민주시민적 소양을 갖추는 민주적 교육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몇몇 학부모와 단체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최소한 국제인권규범의 내용에 대해 학생들이 인지하고, 토론하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인권교육의 역할은 오히려 강조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방관하는 도 교육청 ... 적극 나서야"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도 교육청이 별다른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도내 모 고등학교 교사 B씨는 <제주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수업은 교육과정과 성취기준뿐만 아니라 국가 공인인 교과서에도 명시된 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라는 표현 하나만을 강조, 딴지를 걸면 교사 개인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도 교육청은 매우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의견을 냈다.
전국교직원노조 제주지부도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도 교육청이 교육활동 침해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대정중에 수업 내용을 확인한 도 교육청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해당 수업은 지극히 정당하다'는 내용이 담긴 검토 의견을 받아 학교에 전달했다"면서 "하지만 그 이후 도 교육청은 공식적 입장 표명없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도 교육청에 관련 보도자료를 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생뚱맞은 중립성을 운운하며 보도자료 배포를 중단했다"면서 "중립의 의미가 새삼 궁금해진다"고 꼬집었다.
또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활동조차 보호되지 못한다면 어느 교사가 학생들을 당당히 가르칠 수 있겠느냐"면서 "특히 외부단체의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교육청의 입장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한다면 교사들이 침해 사안을 누구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제주도교육청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등에 관한 조례 제5조(교원의 교육활동 보장)에 따르면 교원은 교육활동과 근무관계에서 교권이 보장되고 존중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교원은 교육행정기관, 학교 행정가, 학부모 등과 사회로부터 교육활동에 관한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도 교육청은 이와 관련, "해당 학교 선생님에 대한 교권침해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면서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학교의 안정적 운영이다. 입장표명 등의 대처는 현재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반대 측인 제주도민연대와 제주교육학부모연대는 이날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애 소개 교육과 주입식 교육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도교육청, 국가인권위원회, 도의회, 해당 교사를 향해 이 문제를 두고 빠른 시일 내에 토론회를 진행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