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굴 미디어아트(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만장굴 미디어아트(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만장굴 내부 벽면을 스크린 삼아 빔프로젝트로 쏜 영상을 관람객들이 관람토록 하는 미디어맵핑 사업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본부가 추진한 이 사업은 환경적 측면, 안전 측면에서 지적을 받고 있다. 빛에 의한 동굴 내 자연 생태계의 악화와 조명이 있는 곳에 이끼 등이 자라는 ‘녹색오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는 만장굴 내부에서 미디어아트 프로그램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탄생』을 지난 12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한 달 동안 이어갈 예정이다.

제주 지역 내 세계자연유산에서 추진하는 미디어맵핑은 이전부터 논란이 일어왔다. 앞서 성산일출봉에 빔을 쏴 야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성산일출봉 미디어아트 사업이 주민, 민간 단위에서 추진된 바 있다. 강한 반대 여론이 일면서 중단이 되었다.

이후 세계유산본부는 역시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 숲에 밤에 빔을 쏘는 사업을 추진했다. 거문오름에서 추진하던 사업은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선흘2리 주민들은 거문오름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보완이 이뤄졌다. 제주도 측에 따르면 음향 진동이 만장굴 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미디어맵핑 프로그램 관람자가 프로그램 내용을 이어폰을 통해 듣도록 했다. 관람 인원도 제한하고 있다.

회차별 관람인원은 15명이다. 하루에 총 8회 진행된다. 한달 동안 최대 3600명가량이 관람할 수 있다.

사업의 효용성 및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사업비는 10억짜리 사업이다. 문화재청 공모에 선정되면서 통해서 받아낸 국비 5억, 그리고 도비 5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관람자 1인당 27만원 꼴이다. 결과적으로 제주도가 논란을 무릅쓰면서 소수의 인원만 즐길 수 있는 고비용의 프로그램을 제공한 셈이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문화재청의 공모 조건에 따라 장비 등 구입은 안 된다. 그래서 장비를 대여 방식으로 진행했다. 기간이 지나면 반납해야 한다. 영상 컨텐츠는 제주도 소유하게 되는 방식이다. 앞으로도 컨텐츠는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논란이 거세게 이는 만큼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어렵다.

논란이 일자, 제주도 측에서는 이번 사업 성과를 높게 평가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자연유산인 만장굴에 인공적인 미를 더하는 것이 정말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답은 되지 않는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관광산업이 아무리 중요한들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제주의 관광산업을 지탱하는 것은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우수한 생태계다. 동굴을 어둡게 유지하는 것은 상식중에 상식이다. 지금이라도 문화재청과 제주도가 생각을 바꾸고 행사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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