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굴 미디어아트(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만장굴 미디어아트(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만장굴 미디어아트 정말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괜찮은 걸까?

문화재청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자연유산인 만장굴 내부에서 '대형 빔 스크린'을 활용한 미디어아트쇼를 진행하고 있다. 무려 한 달간이나 진행되는 이 행사를 두고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옛 만장굴의 신비한 모습을 지리학적 환경적 가치로 계승한다고 홍보한다. 자연·생태적 요소와 친환경적 미디어맵핑 기술을 융합했다며 열을 올리고 있다. 미디어아트와 친환경이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지 이해해가 어렵지만 어째든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친환경적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명 설치도 전문가 의견에 따라 하는 것이고 충분히 전문가 자문을 받았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환경단체 등 일각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근거가 과연 없는 것일까? 사실 이번 조명 문제의 근거는 문화재청이 가지고 있다.

천연동굴에 과도한 조명이 위험한 이유

문화재청은 10년전인 2012년 천연기념물 동굴공개 조명연구를 통해 조명이 동굴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한 바 있다. 이른바 녹색오염으로 불리우는 현상이 천연동굴 내 설치된 조명에 의해서 얼마나 심화되는가를 연구한 보고서다. 보통 일반적으로 동굴 내의 녹색오염은 동굴 내 설치된 조명에 의해 미생물이 자라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런 녹색오염은 동굴내에 희박하게 존재하는 일부 조류와 시아노박테리아종들의 광합성을 촉진해 급속히 확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보고서는 동굴이 활용되면서 동굴 내 환경변화가 발생하고 이러한 변화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조명등 주위에 발생하는 녹색오염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심지어 전 세계적으로 공개동굴 내에 발생하는 녹색오염은 공개동굴의 큰 문제점으로 간주되어 왔다는 점도 거론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들에서 녹색오염을 일으키는 생물에 대한 연구 뿐만 아니라 이를 제거하고 예방하는 것에 대한 대책수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적시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조명에 의한 녹색오염이 심각한 사항이라는 것을 문화재청은 자신들이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개동굴 내 조명 아래에서 녹색오염이 심화된다며 조류, 시아노박테리아, 이끼원사체가 실제 발생하고 있으며 동굴지형의 자연적 외형을 변화시키는 상황으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보고서는 녹색오염이 동굴 표면을 부식하는 유기산을 생산하기 때문에 동굴생성물 표면에 피해를 입히며 이 유기물이 둥굴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공개동굴 내의 조명 설치가 자연유산적, 학술 가치가 뛰어난 동굴의 환경에 훼손을 불러오고 동굴 보전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동굴을 관람하는 관람객이 동굴의 보전의 당위성을 느껴야 함에도 이를 못 느끼게 만드는 비교육적 영향까지 문제로 거론하고 있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공개동굴 내 설치된 조명과 녹색오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며 조명의 종류와 설치 위치, 조명이 비추는 위치 등에 매우 세심한 조절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특히 조명이 설치되면 녹색오염이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특별히 보전이 필요한 공간에 대해서는 상시적인 조명설치를 제한할 필요성도 역설했다.

동굴 내부 조명설치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문화재청

그러면서 보고서는 동굴내부 조명은 이동의 편의, 경관 등 동굴의 자연적인 모습이나 동굴 내 뛰어난 지점을 보여주고 관람객들이 동굴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시각적인 편의를 제공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조명은 최소화하여야 하고 동굴 내의 환경을 충분히 고려한 과학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명등은 암반이나 동굴생성물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설치하고 경관등과 보행등을 구분하여, 불필요한 빛의 유출을 최대한 막을 것을 제안한다.

특히 연구 가치가 있는 지역과 물기가 있는 지역은 아예 조명시설을 제외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심지어 가능한 낮은 조도를 유지하고 파장을 조절할 것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더해 만약에 동굴에 조명시설을 할 경우 반드시 동굴전문가가 해당 구간을 방문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자문을 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동굴의 조명이 매우 까다롭게 설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문화재청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미디어아트는 이런 문화재청의 제안에 따라 이뤄졌을까? 일단 이번 미디어아트는 명백히 암반과 동굴생성물에 직·간접적으로 조명을 비출 수밖에 없는 행위다. 또한 만장굴 내 습도와 물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자신들이 제안한 동굴 내 환경을 충분히 고려한 과학적 접근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해당 미디어아트 시설물이 설치될 때 동굴지질과 생태를 전문으로 하는 자문단이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자문을 했다는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특히나 가능한 낮은 조도를 유지하고 파장을 조절해야 한다고 했던 부분은 미디어아트가 시작됨과 동시에 성립될 수 없는 일이다. 문화재청은 자신들이 제안한 동굴 조명에 대한 제안을 명백히 무시하고 있다.

동굴환경과 생태계를 최적으로 보전하는 방법은 어두움을 유지하는 것이다

동굴의 보전의 핵심은 인위적인 빛의 차단에 있다. 당연히 어두운 환경과 생태계를 가진 공간에 인위적인 빛을 마구 뿜어대는 것 자체가 환경파괴이자 생태계 교란이다. 이미 그런 내용은 문화재청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행사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결국 천연기념물 마저 관광상품으로, 세계자연유산마저 관광의 산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에 기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관광산업이 아무리 중요한들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제주의 관광산업을 지탱하는 것은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우수한 생태계다. 동굴을 어둡게 유지하는 것은 상식중에 상식이다. 지금이라도 문화재청과 제주도가 생각을 바꾸고 행사를 중단하길 바란다. 자신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던 부분을 직접 만들어내는 모순은 제발 그만두길 바란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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