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항쟁 75주년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제주아트센터에서 ‘다시, 부르는 바람’을 주제로 전야제가 열렸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4.3평화재단이 공동주최하고 제주민예총이 주관한 이번 전야제는 광주 5.18 새벽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잠들지 않는 남도’ 연주로 문을 열었다. 이어 '현충은 & forest'가 ‘바람의 춤’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최상돈은 4·3정신을 이야기하는 ‘세월’과 제주도인민유격대 선언문 등 4·3 당시 선전물을 가사에 담은 ‘봉화’, ‘애기동백꽃의 노래’를 불렀다.
전야제 1부의 마지막은 김창범 4·3유족회장과 행사를 공동주최한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경학 제주도의장, 고희범 4·3평화재단 이사장, 주관한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의 메시지 낭독으로 채워졌다. 이들은 제주4·3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과 그 의의를 밝히면서, 제주4·3이 비극을 넘어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써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극우세력이 왜곡과 폄하로 4·3 흔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 평화와 인권의 가치는 그 누구도 훼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칠십오년을 참고 견디며 끝내 이겨낸 제주였습니다. 그 어떤 불순한 세력도 제주4·3의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 없습니다.”라며 “평화와 인권의 가치는 그 누구도 훼손할 수 없습니다. 해방된 땅에서 독립과 통일을 외쳤던 처음의 함성이 있었습니다. 이제 4·3은 새로운 100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 역사의 길이 사월이고 그 새로운 전진이 우리의 사월입니다.”라고 이번 전야제의 메시지를 전했다.
전야제 2부의 무대는 4·3 당시 청년들츼 고민과 선택을 그린 뮤지컬로 채워졌다. ‘뮤지컬 사월’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에 휘말려 드는 제주 청년들의 모습을 담았다. 청년들이 1947년 3월 1일 삼일절 기념식 발포 사건을 목격하고 시대정신에 눈을 뜬다. 하지만 4·3봉기 후 제주 전역에 피 비린내 나는 토벌 작전이 전개되면서 각 청년들은 시대가 강제한 선택에 떠밀리며 각기 다른 운명을 따라 걸어 나가게 된다. 누군가는 탄압에 맞서 죽음을 불사하며 싸워나가겠다는 선택을 해야 하고, 누군가는 비극을 후대에 남기기 위해서 일본으로 밀항한다.
산에서 게릴라로 싸움을 이어간 이들은 죽었고, 산에서 내려 온 이들도 서북청년단과 토벌대에 끌려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7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일본으로 밀항한 이는 그 긴 시간, 동료는 죽고 없는데 자신은 살아 남았다는 고통을 견디어 왔다.
때론 살아있는 것이 비겁하고 치욕스럽게 여겨져 자신과의 화해가 쉽지 않았을 터다. 하지만 그의 운명은, 끝내 살아남아 동료들의 싸움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스토리를 담은 ‘뮤지컬 사월’은 소설가 김석범과 재일 시인 김시종 등 재일 문인들의 삶을 연상케 한다. ‘뮤지컬 사월’은 끝내 살아남아 4·3이라는 역사를 말해 온 그들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