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도로구역결정 무효소송에서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받은 시민들이 항소했다.

앞서 지난 11일 제주지방법원은 ‘비자림로 도로구역결정 무효소송’에 대해 원고 10명 중 9명이 비자림로 공사가 이뤄지는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 내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들 9명에 대해 원고부적격으로 본 것이다.

원고로 인정된 1명 역시 ‘환경영향평가의 결여’, ‘야생생물법 및 생물다양성법 등 위반’ 등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기각했다.

이에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서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과 제주녹색당은 26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명에 대한 원고부적격 결정이 주민의 범위를 축소한 시대착오적 판단이라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도로법에 따르면 관리청은 도로 관리 시 사회적 갈등 예방을 위해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하고, 도로구역 변경 시 주민 의견청취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정하고 있다. 여기서 주민의 범위는 도로부지 소유자나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주민들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법률에서 명시한 ‘주민’에 해당하는 경우 비자림로 도로구역 변경에 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법원에서 도로구역 변경에 대하여 따져볼 기회 역시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은 재산권뿐과 더불어 환경권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우리는 비자림로와 그 주변 숲, 그곳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의 보존이라는 환경적 이익을 위하여 환경권에 근거하여 소를 제기하였다."며 "하지만 법원은 도로부지 소유자의 재산권 보장을 위해서는 재판을 해 주겠지만 환경 보전을 주장하는 주민들의 환경권 보장을 위해서는 재판을 해 줄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생물다양성 훼손과 기후위기로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생존이 위협받는 현 상황에서 환경권을 재산권보다 열등하게 여기며 재판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행태는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헌법이 부여한 사법권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법원은 비자림로 사업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하자 정도에 대하여 허위가 아니라 착오 내지 실수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하자가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하자의 중대성 여부는 하자의 내용과 범위 등 하자 자체에 집중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자림로 사업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사실상 평가를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만큼 부실 정도가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중 자연생태환경 항목의 경우 제주도는 새롭게 평가단을 구성하거나 제주대학교에 용역을 맡겨 장기간에 걸쳐 완전히 새롭게 다시 조사하여 기존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확보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기존에 없던 저감대책을 새롭게 마련하였다. 즉 기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내용은 부실 정도가 중대하여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은 것과 같은 정도로 보아야 한다."

이들은 또 이번 비자림로 도로구역결정 무효소송이 '환경소송'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환경과 기후 문제는 손에 잡히지 않지만 명백히 존재하고 있으며 지구 생명체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특정 당사자의 이익 문제로 협소하게 해석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 감염병의 시대, 비자림로는 곧 기후 재난의 현장이다.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적극적인 탄소 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시점에서 비자림로 판결은 기후위기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며  "비자림로 시민모임과 제주녹색당은 비자림로 재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기후위기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순간을 반드시 쟁취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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