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추진 중인 비자림로 확.포장공사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행정부는 15일 오후 2시 40분 제주녹색당과 시민단체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 활동가 등 10명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도로구역 결정 무효 확인' 항소심 마지막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제주도는 총사업비 242억원을 투입,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대전교차로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4km 구간을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원고 측은 지난 2021년 환경영향평가 과정이 위법하다며, 사업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대부분의 원고가 원고로서 적격하지 않다는 것. 환경영향평가 대상지 밖에 주소지가 위치해 있다는 이유에서다. 행정법에 따르면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 원고 적격이 인정된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 적격이 인정된 1명에 대해서도 사업을 백지화할 정도로 하자는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날 변론종결을 앞두고 원고 대리인인 이학준 변호사는 기후위기 시대 환경 관련 행정소송만큼은 활동가들에게 원고 적격을 인정하는 세계적 추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특정행정처분 발령 과정에서 의견제시.절차적 보장을 요구한 원고에 대해 원고자격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며 "독일 사례를 보면, 유럽연합재판소에서 시민단체에 원고 적격 인정하지 않은 게 잘못됐다는 판단도 나왔다"고 해외 사례를 들었다.
이어 "원고들은 제주에 거주 중인 주민이며, 도내에서 해당 공사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관심을 가져왔다"며 "비자림로 바로 옆에 거주하지 않는 이들이라도 활동과 성과를 고려하면 사업이 적법한지 다툴 자격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고 당사자들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법적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순애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제주에서 귤농사 중인 가족은 2년 전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 피해를 호소하고, 해를 거듭할 수록 심해지는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닌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삼나무 3000그루 벌목으로 인한 탄소흡수원 및 멸종위기종 서식지 상실 등으로 기후변화는 가속화되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공사지 주변 주민 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미친다"며 "기후피해는 정서적.사고적 측면과도 연관돼 있다. 1990년대 대법원 판례로 원고 적격 문제를 판단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고 강조했다.
안재홍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 이사장도 "환경영향평가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점이 많은 법 자체도 문제지만 '법에 따라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무력화시키는 게 아닐까"라며 "시간이 지나도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정의로운 판단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방청 중 발언권을 얻은 정근효 제청기행 청소년 활동가는 "헌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한 권리가 있다. 지금 당장은 작은 피해만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우리에게, 후손들에게 막대한 피해로 번질 것"이라며 "'자연과 함께하는 제주'를 자칭하는 제주도정에 자신들이 운운하는 자연을 파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알려달라"고 피력헀다.
피고인 제주도 측은 "비자림로에서 교통사고가 반복되고, 퇴근시간대 차량이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저감대책을 마련해 이행 중인 점, 환경청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점, 생태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고 있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3일 오후 2시 선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