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한가운데 돌멩이를 던지면 물낯에는 파장이 번진다. 물결은 호수 끝까지 가닿는다.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해당 지역과 그 주변에만 미치지 않는다. 제주와 지구 전체 환경총부하량 증가에도 기여한다.

하지만 현행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의 범위는 단순히 사업 주변 지역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개발이 환경총부하량에 기여하는 것 역시 그간 평가에서 제외됐다는 것.

정대연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 센터장은 지난 12일 오후 제주시소통협력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개정 정책토론회'에서 환경영향평가의 함의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발제를 맡은 그는 제주대 명예교수로, 환경과 사회시스템의 상호관계를 연구해 온 전문가다.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한국정부 대표, OECD 환경회의 한국정부 대표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현행 환경영향평가는 영향이 '0'에 수렴하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을 짚었다. 

정대연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 센터장이 지난 12일 오후 제주시소통협력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개정 정책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정대연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 센터장이 지난 12일 오후 제주시소통협력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개정 정책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개발로 환경용량 한계치 ... 실질적 이득은?

"환경영향평가는 제주의 자산이 자연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자연이 황폐화 되면 스스로 자산을 소비하는 셈이자, 내 집에 내가 직접 불지르는 격인거죠."

자연이 자원을 공급하고, 폐기물을 흡수·처리하는 능력을 뜻하는 '환경용량'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제주도가 1997년 실시한 환경영향평가 지표개발 용역 결과에 따르면 당시 적정범위보다 2.8배 초과됐다. 2003년 '제주시 생태도시 조성을 위한 환경보전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조사된 용량 역시 3.18배 초과됐다.

관광객 900만명, 자동차 24만대. 1997년 용역을 통해 산정된 제주도내 관광객과 자동차 수용용량이다. 당시 환경오염수준을 더이상 악화시키지 않고, 당시 계획 중인 관광인프라를 계획대로 확충하는 것과 도로서비스 수준을 B급으로 유지시키는 것이 전제 조건이었다. 

당시 유입된 관광객 수와 자동차 수가 436만명, 19만대로 측정된 때다. 하지만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난해 기준 도내 유입 관광객은 1389만명, 자동차는 69만6000대로 조사됐다.

다만, 지역내내총생산(GRDP)은 1997년 5조원에서 2003년 6조7억여원으로 늘긴 했다. 하지만 정 센터장은 이것이 과연 '남는 장사'인지, '밑지는 장사'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이득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도외 자본을 들여오기 위한 명분은 일자리 창출, 주민소득 증대였다. 하지만 개발이익의 지역환원은 매출액의 10%에 그쳤다. 결과적으로는 도민 소득 증대와는 별다른 연관이 없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폐기물 처리 비용과 자연 오염·파괴 비용을 산정하고 나면 10%는 적자"라면서 "호주에서는 개발이익의 25%가 지역에 환원되지 않는 사업은 자본 유치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개발로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 고려돼야

정 센터장은 이같이 환경용량을 분석, 개발로 인해 제주가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영향평가에서도 고려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환경훼손을 두고 찬반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훼손 대비 남는 장사가 아니"라고 말했다.

제주도가 2021년 내놓은 장래 항공수요 조사에 따르면 제주공항 이용객은 연간 4100만명 이상으로 예측된다. 1997년 조사와 비교하면 3200만명이 초과되는 것이다. 일평균 11만명이다.

제주에 상주하는 70만명을 포함한 81만명. 지역 내 인구의 과밀한 정도를 나타내는 인구밀도를 계산해보면 km²당 438명으로 책정된다. 육지부 평균인 518명보다 많다.

여기서 사람이 살지 않는 중산간 지대(589km², 제주도 전체의 31%)를 제외하면 643명으로 늘어난다. 육지보다 조밀해지는 것이다.

관광수입으로 GRDP는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관광객 1인당 관광수입이 50만원으로 조사된 점을 고려해 계산해보면, 3200만명이 유입됐을 때 16조원을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배출되는 쓰레기 및 오폐수 처리비용, 비행기 운항과 렌터카, 관광지 등에서의 전기사용 등으로 인한 탄소배출량 증가에 따른 감축비용을 고려한다면? 사회적 비용도 16조에 육박하게 된다.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는 한국환경연구원 환경갈등연구단, 한국환경사회학회와 함께 지난 12일 오후 제주시소통협력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개정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는 한국환경연구원 환경갈등연구단, 한국환경사회학회와 함께 지난 12일 오후 제주시소통협력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개정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환경영향평가 범위 확장, 기후위기 시대 화두"

주제발표 이후 토론에 참여한 김순애 '비자림로를 지키는 사람들' 활동가는 이와 관련, "환경영향평가 범위 확장 문제는 기후위기 시대 화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녹색당과 도내 환경단체 관계자 9명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한 '도로구역 결정 무효 확인' 소송 사례를 들었다.

그는 "재판부는 환경영향평가법 상 공사구역 내 주소지를 둔 1명의 청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원고 청구는 각하한 바 있다. 구역 내 거주하고 있지 않아서 원고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라면서 "범위가 확장되면 환경소송의 가능성이 열리는 등 기존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발제 내용에 공감하며 "특히 GRDP는 늘어도 전국 시도별 상용근로자 평균임금은 꼴찌 신세에, 비정규직 비율은 최고다. 관광지 특성상 땅값, 생활물가, 임대료도 높아 도민 개개인의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상황도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환경영향평가는 곧 사회영향평가다. 과학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갈등관리의 수단으로써 시민들에게 사회적 합리성을 어떻게 제공할 건지도 관건"이라면서 "현재 자료는 전문가들도 하루종일 봐야 이해할 정도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부분도 맹점"이라고 평가했다.

김자경 제주대 공동자원연구센터 연구원은 "특히 개발사업들을 보면 상하수도 처리방식이 중앙집중식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역으로로 도시계획을 이용해 평가에 접근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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