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평가 논란 등으로 ‘개발면죄부’ 오명까지 붙은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이하 환경평가)제도. 현재 제도상 한계로 지적되는 민주성·과학성·공정성을 담보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시민정치연대제주가치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연구센터는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지난 17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서 ‘2023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2023년 1월 17일 오후 2시 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열린 '2023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진=박소희 기자)
2023년 1월 17일 오후 2시 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열린 '2023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진=박소희 기자)

이들은 토론회를 통해 환경평가 협의 주체가 ‘민주시민’임을 강조하며 주체를 ‘행정 당국’에서 ‘시민’으로 전환해 민주성을 강화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평가 절차 과정에서 시민 참여 비율을 높이고, 투명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해당 조례를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무엇보다 조례 개정의 경우 도의회 설득이 중요함에 따라, 해외 사례 등 근거가 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수집하고 사회적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반면 사업자의 평가서 거짓·부실 작성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된 공탁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이영웅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발제문 편집
이영웅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발제문 편집

발제를 맡은 이영웅 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처장은 평가 과정 전반을 사업자가 수행하므로, 사전 조사와 사후 검증은 제3자 공탁 후 공개하고 영향 저감 계획만 사업자가 세울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토론자로 나선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탁제가 오히려 '사업자 면죄부'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부실작성에 대한 책임을 사업자가 지도록 법과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현행은 사업자가 의뢰한 평가대행자가 지도록 돼 있다. 

논의에 앞서 '특별한'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제도 이해하기 

도내에서 시행되는 환경평가는 ‘제주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특례가 적용돼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지 않고 제주도 ‘조례’에 따른다. 따라서 제주도는 환경부 장관이 아니라 도지사와 협의해야 한다.

일반적인 환경영향평가 협의절차는 크게 [스코핑 → 초안 작성·협의 → 의견수렴 → 본안평가서 작성·협의→사후관리]로 돼 있다. 

제주도 협의 절차는 의견수렴까지 비슷하지만 환경영향평가서 심의 결과에 대한 제주도의회의 동의 절차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협의 내용 사후관리를 위한 사후관리조사단 구성·운영도 타 시도와 차별성을 가진다.

평가서 심의 ‘부동의’ 할 수 있어야 한다

제주도는 환경평가 대상 사업이 결정되면 사업자가 제출한 평가서를 심의할 제주도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이하 심의회)를 구성한다.

문제는 도 조례가 평가서 심의 결과를 ‘동의’ ‘보완동의’ ‘재심의’로만 규정하고 있어 사업자가 ‘거짓 평가서’를 제출해도 ‘부동의’ 할 근거가 없다.

현행 규정상 평가서는 사업자가 작성하게 돼 있다. 따라서 평가서에 환경 영향을 축소하기 위해 법정 보호종을 누락 하는 등 사업자에 유리한 거짓·부실 평가서 제출은 늘 문제가 됐다.

이영웅 사무처장 (사진=박소희 기자)
이영웅 사무처장 (사진=박소희 기자)

발제를 맡은 이영웅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시민사회가 제도의 한계를 계속 제기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는 도의회에 책임을 묻기도 했다.

그는 심의 결과에 부동의 규정을 신설하고 사업자가 거짓·부실 평가서를 제출했을 경우 시민들이 조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조공장 연구위도 이런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환경평가 협의 권한을 환경부에서 제주도로 가져온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해당 제도가 민주성과 과학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느냐의 문제”라면서 사업자가 평가서를 부실하게 제출하면 “무조건 탈락시켜야” 제대로 된 평가서를 제출한다고 제언했다.

 

협의 주체는 시민이어야 한다

협의 주체를 시민으로 세우기 위해 평가 절차인 스코핑(Scoping)·초안·본안 단계 모두 시민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현행 제도는 초안 단계, 즉 사업자 측의 중간보고회 단계에서만 도민 의견 수렴을 해서다. 

스코핑이란 사업자가 환경 영향 평가서를 작성할 때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꼭 평가해야 할 항목과 범위를 미리 정하는 절차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 구성이 이에 해당하며 사업자는 이들이 정한 기준을 토대로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 제주도에 제출한 후 심의를 받게 된다.

협의회는 심의위원, 관계 공무원으로 구성되며 관련법에 따라 시민대표도 참여해야 한다. 이영웅 사무처장에 따르면 평가 절차에서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와 ‘의견제출’ 기간 뿐이다. 

그러나 제주도가 협의회를 부실하게 운영하며 시민참여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등봉 공원 개발사업의 경우 협의회 구성 시 시민대표를 누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행정 소송으로까지 이어졌으며 무엇보다 “협의회가 평가 기준을 마련하기도 전 사업자가 제안한 평가 기준을 토대로 이미 현장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 이영웅 처장의 설명이다.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박소희 기자)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박소희 기자)

조공장 연구위는 착수보고회에 시민참여가 제한된 것은 “법의 잘못”이라면서 조사 계획을 사전에 공개하고 조사 과정까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조사의 객관성과 과학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했다.

조공장 연구위는 “OECD 가맹국 상당수의 경우 스코핑·초안·본안 3단계에 시민참여가 가능하도록 보장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환경평가 협의 주체가 환경부인데 사실상 환경영향평가 목적은 지역 협의”라면서 시민참여 기회 확대를 강조했다.

또한 관련법에는 조사 과정에 시민참여가 가능하도록 돼 있지만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다면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도 조례로 규정할 것도 조언했다.

협의회 구성은 물론 심의회 구성 역시 시민참여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협의 주체가 환경부에서 제주도로 이행되면서 환경부 역할을 대신하는 심의회 역할이 사실상 중요하다.

심의회는 15명으로 내외로 구성되는데 현행은 도지사가 위촉한다. 도지사 입맛에 맛는 위원들로 구성해 심의를 통과시키기 유리한 구조다.

이영웅 사무처장은 시민 참여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조례에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하고 전문적이어야 한다.

조공장 연구위는 심의회가 제주도 거수기로 전락하지 않도록 위원 구성을 도지사와 환경부 장관이 일정 비율로 위촉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자고 했다.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중요한 항목은 복수의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개인을 위촉하는 대신 전문학회에 추천을 받도록 하는 실무적인 제안도 내놨다. 학회 이름이 걸려 책임 있는 추천이 가능해진다는 구상이다.

 '2023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회를 맡은 윤여일 교수 (사진=박소희 기자)
'2023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회를 맡은 윤여일 교수 (사진=박소희 기자)

무엇보다 투명성을 강조했다.

2011년 한 제주지역 시민단체가 심의회 속기록 공개를 요구한 적이 있었다. 이들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심의 안건 내역, 심사 결과 보고서, 참여자 명단 일체, 수당 지급 내역과 증빙 서류 등을 청구했는데 속기록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도 산하 각종 위원회는 345개에 달하지만 회의록조차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관련 제도 정비로 회의록 공개는 의무화됐지만 논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조공장 연구위는 “심의회 투명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심의회 일정을 사전에 공개하고, 위원회 명단, 회의 방청 허용, 회의 과정 공개, 녹취록 공개 등의 근거를 조례에 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성을 담보한 환경영향평가 조례로 개정해, 추후 환경영향평가법까지 바꿀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공청회가 무산되면 중점갈등사업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혜관계가 첨예한 사업일수록 시민 설명회나 공청회는 무산되기 쉽지만 현행은 개최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제2공항 관련 공청회에서 제2공항 찬성 측과 얘기나누고 있는 부순정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빨간 옷)(사진=김재훈 기자)
제2공항 관련 공청회에서 제2공항 찬성 측과 얘기나누고 있는 부순정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빨간 옷)(사진=김재훈 기자)

조공장 연구위는 “설명회와 공청회 무산은 시민 반대가 심하고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라면서 “이런 악법 조항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설명회와 공청회가 무산되면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 대상 사업으로 포함해 중점갈등사업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이영웅 사무처장은 공청회 주최를 현행 사업자에서 행정기관장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것도 갈등 조정 방안이라고 했다.

제주녹색당 김순애 공동운영위원장과 백신옥 변호사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녹색당 김순애 공동운영위원장과 백신옥 변호사 (사진=박소희 기자)

한편 이날 토론회는 제주가치와 제주대학교가 주관하고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녹색당, 곶자왈사람들, 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가 주최했다. 사회는 윤여일 제주대 교수가 맡았으며 토론자로는 조공장 연구위원을 비롯해 김순애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백신옥 변호사, 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 엄문희 활동가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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