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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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제2공항 건설 '결정'이라고 보기 어려워”

취임 1주년을 코앞에 둔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2공항 개발사업과 관련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고수했다. 다만, 추가 취합 중인 제2공항 기본계획 관련된 도민의견을 국토부에 단순 전달하는 데 그치기보다 제주도의 의견으로 심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오 지사는 27일 오전 취임 1주년에 즈음한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오 지사는 기자회견문에서 “제주 최대 현안인 제2공항 건설사업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다가가 도민과 소통하겠다”며 “지방정부가 가진 모든 권한과 책임을 다해 고통이 컸던 주민 간 갈등을 해결하고, 도민 이익이라는 원칙을 지켜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제2공항 갈등을 ‘주민 간 갈등’으로 표현함으로써, 국토부와 제주도민 간 갈등은 지워버린 셈이다.

제2공항에 대한 질문에 오 지사는 “(국토부에) ‘단순히 의견 수렴한 내용을 전달하는 데 그칠 것이냐’,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그래서 의견 수렴된 내용을 도민 제주도의 의견으로 심화하는 과정도 필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제주도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의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고시가 곧 결정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그 이후 제반 절차가 진행이 되어야 완료가 되어야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 분수령은 환경영향평가 동의 절차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제2공항 건설 사업 추진 및 백지화 '결정'은 제주도가 제2공항 건설 사업 관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제주도의회에 동의를 구하는 절차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당장, 국토부가 제2공항 기본계획 관련 제주도의 의견이 요구되는 상황인데 고시 이후의 후속 작업에 무게를 더 두고 있는 것. 사실상 국토부가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해도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협의로 제2공항 건설 여부 결정?...도내 갈등 증폭 우려

앞서, 제주도의회가 제주도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에 대해 ‘부동의’하고 사업을 백지화할 수 있는 권한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제주도가 제출한 대형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에 대해 제주도의회가 몇 차례 심사 보류 후 조건부로 동의하는 관행을 보여온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실제 제주도의회의 대형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제주도개발특별법이 제정되며 환경영향평가협의 권한을 제주도가 이양받은 지난 1991년 이래 제주도의회가 부동의로 결정내린 것은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이 유일하다.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부동의 후, 얼마간 혼란을 겪기도 했다.

제2공항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제출되더라도 '조건부 동의' 관행을 따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책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지방 의회가 부동의 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오 지사는 이날, 주민 간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말했지만 갈등 해결 방안은 여전히 전무하다. 갈등 해결의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가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하고 제주도가 절차를 밟게 되면 민-중앙정부 갈등이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날지 몰라도, 제주도내 민-관 갈등 및 주민 간 갈등의 심화는 우려할 만하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도의회가 부동의할 수 있도록 (권한 및 세부 내용을 명문화하는) 제도를 개설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오 지사는 “아직은 제도 개선 부분까지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도의회에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제출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제주도가 어떻게 더 심도 있게 연구를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에 고민이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국토부의 기본계획 고시를 전제로 한 뒤 이후 과정에 대해 고민을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을 드러낸 셈이다.

그런가 하면,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오영훈 지사가 그동안 즐겨 써온 표현인 제2공항 관련 도민의 ‘자기결정권 확보’ 및 시민사회에서 요구하는 주민투표와 관련해서는 단 한 차례의 언급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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