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지사(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오영훈 제주지사(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패션 도지사'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보며 떠오른 표현이다. 옷차림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남의 패션 감각을 지적할 처지가 안 된다. 오 지사가 정책을 패션으로 치장한다는 말이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부실하다. 그리고 잘 갈아 입는다. 이쪽저쪽으로 유연하게 움직인다고 보기 어렵다. 한 방향으로만 유연하다. 개발 쪽으로.

내뱉은 말을 책임지는 책임정치는 온데간데 없다. 취임 당시 내뱉은 제2공항 건설 사업 관련 도민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던 말은 허공으로 흩어졌다. 걷기 좋은 도시를 말하면서 버스를 감차하고, 원도심을 살리겠다면서 도시확장을 정책을 멈추지 않는다.

탄소중립을 말하면서 제2공항과 제주 역사상 최대 규모 바다 매립 공사(신항만) 절차를 밟는다. 15분도시를 말하면서 15분도시의 핵심 성과 지표인 승용차 감축 정책은 펼치지 않는다. 오히려 임기 3년 동안 도내 등록 자동차 수를 6000대 이상 늘었다. 자기 모순이 한도를 초과했다.

난개발 게임 2시즌. 오영훈 지사는 그 어려운 걸 서둘러 보여주고자 한다. 도정 견제 의지가 없는 '더불어힘 당'이 장악한 제주도의회 호위무사들과 함께 건축 고도완화 조례를 통과시키며 '압도적 난개발', '난개발 어게인'의 깃발을 높이 치켜 들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그래도 대형 토목 사업에 대한 열망과 의지를 선명하게 드러내기라도 했다. 개발 사업에 대해서 만큼은 꽤 솔직한 도지사였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당시에는 도정에 대한 강력한 견제 의지를 보였다. 지금은 흐리멍텅하다. 도의원들의 책임도 크다. 오영훈 지사의 3주년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든 생각이다.

바람연금 등 풍력발전 수익금 도민 직접 환원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햇빛·바람연금을 공약으로 내걸었기에 바람 자원이 풍부한 제주도가 바람연금을 선도적으로 추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기대는 깨지고 말았다. 결국, 추자도 풍력발전단지는 노르웨이 기업의 놀이터가 되고, 도민이 누려야 할 이익까지 외국 자본이 빨아들이는 모습을 보게 될 것 같다.

오영훈 지사는 지난 3년 동안 우주산업을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했다고 자부했다. 이전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있다. 몇 명? 68명이다. 그 사이 1만1000명이 넘는 주민이 제주를 떠났다.(한번 더 강조하지만 인구가 유출되는 동안 자동차는 6000대 이상 늘었다) 인구는 줄고 자동차는 늘어나고 건물 높이는 25층까지 높이고 도시는 확장하고 사상 최대 규모 토목 사업을 추진하는 제주도. 3년을 채운 오영훈 도정의 얼굴이다.

오 지사의 오늘 발언들을 몇 차례 복기해본다. 이게 오영훈의 최대치라면 재선은 아무래도 곤란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 같은 평가가 그리 야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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