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내 제주대학교(총장 김일환)가 4·3학 전공을 개설하기까지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11일 오전 11시 제주대학교는 사범대학 2호관에서 ‘제주대학교 대학원 4·3융합전공과정 신설 설명회’를 개최했다.
4·3융합전공은 다음 달인 2023학년도 2학기부터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이 운영하는 과정이다. 융합전공이란 둘 이상의 학과 간 협의를 통해 별도의 융합적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형태다.
제주대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석·박사 과정 연구자를 각 분야의 4·3전문가로 키워내기 위해 이 같은 과정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제주사회에선 4·3연구 후속세대를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 방안으로 제주지역 대학교 내 개별적인 4·3학 개설, 학과 간 협동과정 개설, 융합전공 개설, 연구소 개설 등 다양한 방식이 거론됐다.
이중 4·3학 개별학과 개설 또는 협동과정 개설의 경우 신입생을 따로 모집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대학의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제주대는 대학원 내 융합전공을 개설하는 방식을 택했다. 융합전공의 경우 참여 학과 소속 대학원 재학생이 지원 대상이다.
참여학과(전공)는 국어국문학과, 사학과, 사회학과, 일반사회교육전공, 정치외교학과 등 5곳이며 향후 더 많은 학과(전공)가 합류할 예정이다. 이번 학기에 개설될 과목은 4·3공간과 경계(김치완 교수), 4·3연구개론(팀티칭 방식), 4·3연구의 계보(고성만 교수) 등이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소영 전공주임 사회교육과 교수는 향후 10년 단계별 계획(△도약기 △성숙기 △확산기)을 설명했다.
도약기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이며 교육·연구 기반을 구축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시기다. 국내외 국가폭력 연구·연구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교육·연구용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운용한다. 또 4·3융합전공 세부 트랙을 개발하고 협동과정으로의 전환을 준비한다. 아울러 학술행사와 학생 교류 및 연수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올해의 경우 오는 12월 공동 학술대회 개최가 예정됐다.
성숙기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이며 교육·연구를 고도·전문·체계화하는 시기다. 해외 석학 및 초빙 교원 강의를 상설화하고 국내외 우수 학생 및 연구 인력을 유치한다. 또 컨소시엄 대학 간 학점교류제를 개발하고 4·3학 연구소를 신설한다.
확산기는 2029년부터 2032년까지 4년간이며 ‘4·3학’을 정립하고 아젠다를 확산하는 시기다. 국내외 연구자 및 연구기관이 함께 하는 차세대 워크숍(Next-Generation Global Workshop)과 여름방학 기간 교육 프로그램(Summer School Program)을 개최한다. 또 컨소시엄 대학 간 공동학위 과정을 개발하고 학사(교양 및 전공) 교육과정을 개설한다. 아울러 등재지를 발간하고 4·3학술상을 제정해 전문적인 4·3연구를 확산하는 기반을 마련한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 4·3 융합전공과정의 지속가능성 여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소영 교수는 “몇 명만 학위를 받고 과정이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상황으로 가지 않기 위해 융합전공과정이라는 방식을 택했다”며 “관심 있는 학생들이 전문가가 되고, 교수도 전문성을 키워 더 많은 강좌를 개설하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선 협동과정보다 융합과정이 더 적합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5년 동안 예산 지원 받고 끝나는 과정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며 “5·18 연구를 전남대학교에서 하듯이 제주지역에서 4·3연구가 장기적으로 안정화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키워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교수진의 전문성과 관련, 이 교수는 “충분하냐고 물었을 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저 역시 바깥에서 관련 연구를 해오며 전공 분야와 4·3을 연결하는 접점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서도 “다만 4·3과 지역 연구를 활발히 하고 계신 선배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고 신설 과정을 통해 대학이 4·3연구 기반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번 과정을 통해 다양한 세미나와 학술행사를 진행하고 앞으로 지역에서 오랜 기간 연구해오신 재야 연구자를 모셔 특강과 공동 연구를 진행할 계획도 있다”며 “아직은 충분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4·3융합전공과정은 제주대학교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과 협약을 맺고 예산을 지원 받아 운영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