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도정이 지역 현안에 대해 시민사회와 소통하겠다며 간담회를 가졌지만 내실없는 간담회가 되고 말았다.
오영훈 제주도정이 14일 오후 3시부터 제주 지역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간담회를 가졌지만 이렇다할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오영훈 지사의 일정 때문이다. 오 지사는 간담회 시작 후 1시간 뒤인 4시께 다른 일정 때문에 자리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의제에 대해서 심도 깊게 얘기를 나누기에는 시간이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
이로인해 간담회는 준비된 안건 5가지 중 절반도 논의하지 못한 채 마무리되고 말았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의제로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미래비전 재설정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 △성별임금 격차 개선을 위한 성별임금공시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간담회는 오 지사의 일정으로 인해 간담회가 1시간 만에 종료되면서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미래비전 재설정,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 성별임금공시제 등은 아예 거론되지 않았다. 무늬만 간담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간담회에 참석 했지만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시민단체 관계자와 공무원들이 다수였다. 촉박한 시간 탓에 아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오영훈 도정은 앞서 지난 2월, 2016년 이후 7년만에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간담회를 연 바 있다. 당시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언론은 간담회 논의 내용을 취재조차 할 수 없었다.(관련 보도☞[월간오영훈]시민단체가 쇼윈도의 마네킹인가) 이번 간담회는 그마나 공개 간담회로 열렸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의제에 대한 논의를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대책을 주문했다. 그러자 오영훈 지사는 "딜레마가 되는 부분이, 원전 오염수 방류를 막아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냐의 차이다. 그럴 수 없을 때, 제주도민이 입을 피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투 트랙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방류에 대해 적극 반대하고 입장 게재하는 것도 맞다. 다만, 이미 수산물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어서, 이 주장을 행정에서까지 하게 된다면 제주수산물의 안전성을 의심받을 상황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수산물 시장 안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방류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 입장 피력은 자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오 지사는 이어 "다만, 지방외교 차원에서 접근했던 한일해협연안 시도지사협의 때, 한국 측(지자체들)까지도 동의하지 않고 있는 사안이 있다. 부산과 경남, 전남과 제주 등 4개 시도지사 협의하고 있으나 같이 하는 게 부담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일본 측 역시 마찬가지다. 이 문제가 의제로 채택된다면 참석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참석하지 않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한일연안시도지사협의회 보이콧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의제 중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서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박외순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제주행정체제개편)용역진이 내놓은 걸 보면, 기초자치단체 부활 용역만을 제시해서 초기에 우려했던 답정너 스타일이 아닌가 우려된다"며 "내년 주민투표 할 경우에 올해 법이 통과돼야 하기에 시일이 굉장히 촉박해 보인다. 연내에 국회 통과가 될 것인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민사회에 6개 모형에 대한 설명 충분히 거쳤어야 하나 도민들은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오영훈 지사는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제가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권력은 분산돼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기관구성의 형태나 어떤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지에 대해선 도민원탁회의 등을 통해 도민들이 결정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올해 내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상임위를 일단 통과했으니, 법사위에 계류 중인 상황인 거라 크게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일정과 관련해선 여러 차레 걸쳐서 말했지만, 어쨌든 충분히 시간 확보할 수 있는데, 2026년 지방선거를 전제하지 않고 하지 않으면 안된다. 행정체제를 준비해야 하고, 청사도 마련해야하고 선거 준비도 해야 한다면 내년 중에는 결정이 돼야 그 다음 단계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주민투표 통해 자기결정권 중요하다고 했다. 문제는 도민들이 연구용역진에서 제시한 6가지 모형들을 제대로 모른다는 거다. 각 모형간의 장단점 등을 면밀히 숙지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제대로 숙지한 상태에서 여론조사에 참여한 건지 의구심이 든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뭔가 모형을 결정하는 걸로 아는데, 단 하루 몇 시간 앉아서 6가지 모형에 대해 분석과 학습 통해서 최적의 모형을 결정할 수 있을까 우려가 된다. 전문가들도 깊이 있는 연구 통해 대안을 내놓는 판국에, 제대로 도민들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판단하고 최종 심의를 했어야 했다"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제주도가 지나치게 촉박하게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추진하고 있다는 것.
좌 사무처장은 "(행정체제 개편을) 언제 도입하든, 도민들이 잘 판단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조상범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행정 계층구조 모형을 도민들에게 홍보하거나 설명할 기회를 전문가들이 토론해서 언론에 중계되고, 이를 통해 도민들에게 알리는 게 1차적인 목표고, 그 다음에 16개 지역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설명회가 추진하고, 행정구역 나뉘면 다시 또 16개 지역에서 설명할 예정"이라면서 "그럼에도 모자랄 수 있다. 보완이 필요하면 계속 설명회가 있을거다. 도민숙의단에도 온라인을 통해 설명 드리고 있다. 8월 19일엔 현장에서 설명과 토론 통해 내용을 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국장의 설명에 대해 좌 사무처장은 "그간 경청회와 설명회들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 형식적이었다. 설명회 끝나고 그때 참여한 도민들은 죄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게 대부분이었다"며 "19일 예정된 도민참여단 두 번째 모임에서 6가지 모형에 대해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한 번의 기회로 최적안을 도출해 내는 건 졸속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조 국장은 "도민참여단 운영 방식이 2박 3일로 할 수도 있긴한데, 1단계 2단계 방식으로 나눠놨다. 10월에 집중적인 시간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의제인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해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주민투표를 오영훈 도정에 요구했다.
김동현 이사장은 "현 정부에 분권이라는 권한을 강력하게 제안할 수 있는 게 경기도와 제주도 뿐이라 본다. 때문에 제주가 성공모델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주민투표 강력히 요구해달라"고 오 지사에게 주문했다.
오 지사는 주민투표를 요구해도 국토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제주도지사 권한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또 오 지사는 "제2공항에 대해 5가지 (쟁점에 대해) 검증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게 제 권한을 행사하는 방법이고, 법적 근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며 "5가지 검증에 문제가 있다면 이게 해소될 수 있도록 충분히 논의하겠다는 걸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문제가 없다면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오 지사는 "향후 환경영향평가 동의절차 과정에서 5가지 (쟁점을) 충분히 검증하고 논의하는 시간이 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 때에 시민사회 단체로부터 어떤 의견이든 받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