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ㄴ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도지사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공적 의미를 갖는다. 도지사는 간담회 등에서 내뱉는 발언과 약속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언론을 통해 공식화된다. 그렇지 않으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잡아떼면 그만이다. 공적 자리에서는 발언의 책임을 져야 한다. 발언과 책임은 언론을 통해 가시화된다.

제주도는 2일 오전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2016년 이후 장장 7년만이다. 제주도는 "현안 해결과 더 나은 제주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소통과 협력을 위해서라는 목적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비공개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제주도는 이번 간담회를 시민단체연대회의에 제안하면서 처음부터 비공개로 제안했다. 이에 따라 기자들은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그 내용을 취재할 수 없었다. 대신 제주도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이것이 오영훈 지사가 말하는 소통의 실체인가.

이번 간담회는 그간 쏟아져 나온 소통 부재에 대한 지적을 씻기 위한 이벤트로 전락했다. 오영훈 지사가 7년 만에 시민단체연대회의와 간담회를 열었다는 의미만을 챙기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시민단체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이미지보다 중요한 건 그 내용이다. 제주도정은 간담회를 비공개로 진행함으로써 간담회의 내용을 '통제'했다. 시민단체들을 보기 좋은 마네킹으로 전시한 격이다.

오영훈 도정의 '언론통제 지침'을 둘러싼 논란이 인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도민과의 소통을 내세우고자 한다면, 보다 공개적인 도정 운영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오영훈 지사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소통에 대한 기대를 더욱 떨어뜨렸다.

전임 원희룡 지사는 시민단체연대회의와의 간담회를 공개적으로 연 바 있다. 당시 현안에 대해 도정과 시민단체의 의견에 커다란 차이를 보였지만, 그 차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정책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간담회가 아무런 쓴소리 없이 이뤄진다면 그것은 그저 덕담이나 나누는 '티타임'에 지나지 않는다.

오영훈 지사는 시민단체들의 쓴소리가 두려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현안을 둘러싼 갈등 사안이 있다면 그 갈등을 숨기려 노력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 애매모호하게 넘겨버리는 대화가 아니라 따져볼 것을 정확하게 따져 보는 것. 그것이 소통이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