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생명평화대행진 2일차. 24일 오전 성산읍에서 출발한 행진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5시께 구좌읍 구좌체육관에 도착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 속에서 행진을 무사히 마친 이들은 숙소인 체육관에서 지친 발을 풀며 휴식시간을 가졌다.
4년 만에 열리는 행진 참가 인원은 다소 줄어들었다. 참가자가 많을 때는 제주 동쪽과 서쪽을 나눠서 진행하기도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행진 중단 기간이 길어진 것과 최근 폭염으로 인한 야외활동에 대한 우려가 참가자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행진 참가자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예전보다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발자국으로 남겼다.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로 인한 제주 군사기지화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과 중국과 대만의 전쟁 위기론으로 인해 더욱 첨예한 사안이 됐다. 최근 강정 해군기지에 핵잠수함이 기항한 사실이 알려지며 중국이 대만을 침략할 경우 제주도가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국방부가 제2공항에 공군기지를 설치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오영훈 제주지사가 국토부에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주민투표 요구 없이 사실상 제주 제2공항 절차를 밟아달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앞으로 제2공항 건설 관련 갈등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정부가 기어이 24일 오후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개시했고, 지구 전역은 기후위기로 인해 병들어가고 있다. 행진단은 이와 같은 문제 의식을 공유하며 걸었다.
행진 참가자들은 기후변화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로 인한 생태계 위기와 전쟁 위기로 내몰리는 지구촌의 평화에 대해 염원하며 걸었다.
이번 행진 참가를 위해 일본 오키나와 섬에서 온 카모시타 유이치 스님은 2014년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을 시작으로 매번 행진에 참가해 왔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시름하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다. 카모시타 스님은 강정 국제팀이 미군기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오키나와 주민들과 연대할 때 처음 강정마을의 소식을 알게 됐다.
카모시타 스님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대부분의 오키나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인으로서 많이 미안하다. 한국인과 생물들에 피해 없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카모시타 스님은 “오키나와 섬이 제주도와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오키나와 사람들과 제주 사람들이 긴밀하게 열결돼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행진에는 학생들도 다수 참가했다. 학생들은 지칠 법도 하지만 환한 기색이었다. 보물섬학교 학생들과 얘기를 나눴다. 정한비 학생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대행진에 참가해 왔다. 김해리 학생은 2015년에 한 번 대행진에 참가했었다.
김해리 학생은 평화대행진 자체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걸었다. 그는 "기후위기나 해군기지와 제주공항의 문제,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생각하면서 걸었다. 예전에는 나와 관련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우린 아직 10대인데 기후위기로 인해 미래가 암울하다. 이럴 때일수록 미래를 살아갈 우리가 나서서 바꿔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기후위기를 알리는 피케팅과 1인시위, 문화제 등을 통해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는 일들을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정한비 학생은 “우리나라가 피해를 보는 건데 한국 대통령이 제대로 말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막무가내로 처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화가 났다.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방류하지 않고 이용하는 방법이 있을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해리 학생 역시 “정부가 너무 무책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한 사회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두 미래가 함께 걸었다. 두 학생은 이번 행진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정치 참여 활동이라면서, 다음 대행진에도 함께 참여 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