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도정이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을 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하는 근거를 담은 조례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발생한 갈등이 4·3유족회로 번지는 형국이다. 충분한 소통 없이 조례안 개정을 추진하면서 유족회와 재단 간 갈등까지 촉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황이 심화되면 제주도정이 조례 개정을 추진하기 위해 4·3유족회 관계자들을 끌어들여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고희범 4·3평화재단 이사장이 오영훈 도정의 입법예고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히며 사퇴한 뒤, 오임종 직무대행까지 지난 20일 사퇴했다. 고 전 이사장이 사퇴하면서 급히 직무대행을 맡은 오 직무대행은 결국 사퇴를 결정했다. 갈등을 풀지 못했다.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4·3평화재단 이사회가 제주도정의 조례안 입법예고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임종 전 직무대행은 지난 14일 오영훈 제주지사와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재단 이사들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오 전 직무대행은 오 지사와 비공개 대화를 나눈 뒤, 이날 간담회가 이사회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방문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이사회 차원에서 도지사와의 공식적 면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사회 내에서는 직무대행의 이 같은 방문으로 인한 논란이 일었다.
오 전 직무대행의 기자회견문은 모호하면서고 재단에 공격적인 내용들로 채워졌다. 오 전 직무대행이 제주도정의 '봉급제 임명직' 조례 개정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 전 직무대행은 회견문에서 "4·3영령 팔이, 4·3유족들을 들러리나 세우는 재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진정으로 미래를 여는 재단이 되게 힘을 모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4·3평화재단이 "4·3영령 팔이"를 하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다.
이에 4·3평화재단이 현재 "영령 팔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냐고 한 기자가 물었지만 오 전 직무대행은 이 발언와 관련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4·3평화재단 이사진이 자신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는 점을 피력했다. 골자는 4·3평화재단 이사회가 제주도정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지사와 만나는 등 중재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사들이 비판적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제주4·3평화재단 이사회도 당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사회는 "제주4·3평화재단 이사회는 20일 제131차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지난 130차 이사회에서 의결한 제주4·3평화재단 조례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이의 철회 등을 요구한 이사회 의결사항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임 이사회에서 의결된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조례개정안이 철회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이사회 입장을 대변할 이사를 통해 언론 대응 등을 일원화하기로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재승, 허영선, 김동현 이사와 재단 직원 3명으로 구성되었다. 임시 대변인 역할은 김동현 이사가 담당한다. 비상대책위는 제주도가 입법예고한 조례안에 대해 오는 22일 의견을 제출하고, 이와 관련한 이사회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