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오영훈 제주지사의 대표 공약인 '제주형 15분 도시'의 윤곽이 나왔다. 오는 2035년까지 30개 생활권 내에 생활·교육·돌봄·건강·여가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게 된다.
제주도는 9일 제주시소통협력센터 1층에서 제주연구원이 맡은 '15분 도시 제주 조성을 위한 기본구상 및 시범지구 기본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프랑스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고안한 이론 '15분 도시'는 도보와 자전거를 이용, 15분 이내로 갈 수 있는 곳에서 주거와 일, 쇼핑, 건강, 교육 등 사회 기본 기능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동네 주민들간의 연계를 높이고, 도시의 삶과 서비스가 지역사회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파리에서 처음으로 구체화됐다.
핵심은 기존 도로·건물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도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용역진은 이날 보고회에서 "제주에서의 15분 도시 개념은 '도내 어디에 살든 도민의 동등한 기회와 삶의 질을 보장하는 도시'''로 정의했다.
이를 위해 제주를 모두 30개의 생활권으로 나눴다. 각 생활권별로 지역적 특성을 고려, 서비스 접근이 용이한 '행복생활권' 내에 이동 편의를 늘린 '보행생활권'을 여러 곳을 조성하게 된다.
생활필수기능으로는 생활·교육·돌봄·건강·여가 5가지에 업무를 추가했다. 기능별 주요 시설을 보면 ▲생활은 주차장, 버스정류장, 클린하우스, 마트 ▲교육은 학교, 주민자치센터 ▲돌봄은 어린이집, 경로당, 복지회관 ▲건강은 보건소, 병원, 약국, 생활체육시설 ▲여가는 도서관, 문화센터, 공원 등이다.
계획대로라면 생활권 안에서 주민들은 이곳들을 도보 및 차량으로 15~20분 내로 갈 수 있게 된다.
제주도는 각 기능별로 필요한 시설을 관련 부서와 연계, 2035년까지 12년 동안 시설 확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보행 및 자전거 통행 환경 개선을 통해 접근성도 높여나간다. 또 사업에 대한 재정 지원 등 제도적 근거를 위해 '제주도 15분 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칭)'도 마련하기로 했다.
시범지구 4곳 중 읍면지역 상대적 열악 ... 도, 기능 활성화-도로 정비·확장
제주도와 제주연구원은 이날 시범지구로 선정된 4개 생활권에 대한 기본구상도 발표했다.
▲삼도1·삼도2·이도1·이도2(이하 제주시 원도심) ▲애월 ▲천지·정방·중앙·성산(이하 서귀포시 원도심) ▲표선 등이다. 시범지구 조성사업은 이달부터 오는 2026년까지 추진된다.
보고에 따르면 각 지구별 생활필수기능 접근성은 제주시·서귀포시 원도심의 경우 모두 충족하고 있었다. 각각 가장 먼 시설까지 도보 9.8분, 11.5분, 차량으로는 모두 3분 가량 소요됐다.
그러나 읍면지역은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도보 기준, 애월.표선은 시설까지의 도달시간이 전반적으로 길었다. 특히 애월과 표선의 가장 먼 시설까지 각각 37분, 43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으로는 10분 내외였다.
제주도는 제주시·서귀포시 원도심의 주민만족도를 '보통'에서 '양호'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보통' 혹은 '취약'하다고 평가한 애월·표선 주민 만족도를 모두 '보통'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공공공간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건립하는 등 기능 활성화 사업을 추진한다. 또 보행로 자전거도로 정비 및 확장 사업도 벌인다.
대표적으로 이날 보고회가 진행된 제주시 원도심 생활권의 경우, 152억4000만원을 들여 10가지 중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주요 사업인 '전농로 사계절 걷기 좋은 거리사업'을 보면 56억원의 예산을 투입, 전농로의 용담일동~이도일동 구간 거리를 전면 조정한다. 보행자·자전거 우선도로를 지정.조성하고, 자동차 속도를 저감하는 도로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56억원의 에산이 투입된다.
또 노인복지공간인 '노을' 센터(35억원), 구 검역소 공간을 활용해 돌봄 시설·노인복지 시설이 들어서는 문화복합센터(32억원) 등도 건립한다.
"주민 소통 없다면 부작용 초래할 수도" 우려도
하지만 사업이 탑다운 방식으로 이뤄지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주민과의 소통 없이 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홍명환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질의응답 자리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주민협의체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홍 센터장은 "천만원 단위의 도시재생사업을 벌일 때도 주민들이 50차례 이상 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서 실제로 활용 가능하도록 추진한다"며 "큰 규모의 사업인데도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엉뚱하게 흐를 수도 있다.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불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회수하는 사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도청 모든 부서와의 연계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15분 도시 제주 플랜 워킹그룹 위원장이었던 김형준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기본구상의 방향을 상대적으로 열악한 생활권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업의 전제는 일상생활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 보장, 도내 어느 곳에 살든 비슷한 수준의 일상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기본계획에는 반드시 1회 이상 주민참여단체와의 협의를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5분 도시 사업을 통해 도시가 갖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도시를, 주민 삶을 들여다 보고 공간 격차, 노동 격차를 줄이고 불편함을 해소하자는 맥락에서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