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0일부터 제22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다.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봄, 수많은 전국의 시민단체와 주권자들이 모여 ‘2024 총선! 여성 주권자행동 어퍼’라는 이름으로 성평등 사회를 요구하는 시민 행동을 펼쳤다.
제주지역에서도 제주여민회·제주여성인권연대와 280여명의 제주 시민이 함께 정책질의서(7개 아젠다, 33개 세부과제)를 제주지역 후보자들에게 요구한 바 있다. 제주지역 어퍼는 22대 국회 개원에 맞춰, 후보들의 약속이 실현되고 더 진전된 의정활동을 기대하며 글을 보내왔다. 제주의 여성 주권자들은 어떤 여성 정책을 바라고 있을까. 22대 국회의원들이 새겨야 할 이야기를 8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2000년 군산 대명동 화재사건 발생 2년 뒤 일어난 2002년 개복동 화재 사건으로 업소에서 감금된 채 생활하던 성매매 여성들이 희생됐습니다. 두 사건 이후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쇠창살 감금이 세상에 알려지며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인권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고, 이는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 및 시행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성매매방지법과 마찬가지로 다른 젠더폭력 피해자 보호법들도 여성폭력 피해자들의 희생으로 법이 제정되고 시행됐습니다. 젠더폭력은 사회구조적 문제이고,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돕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책무입니다. 하지만 그 책무가 피해 유형과 체류자격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원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폭력피해여성주거지원사업'은 피해자들의 자립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입니다. 하지만 해당 사업에서 성매매 피해자는 성폭력·가정폭력·스토킹피해자와 구분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피해도 여성폭력으로 정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력피해여성주거지원사업'에서 성매매 피해자를 제외하는 것은 여전히 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성매매 피해자가 보호시설에 입소해 짧은 기간 안에 일상을 회복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성매매 특성상 대부분의 여성들은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고 신체적·심리적인 문제로 인해 취업활동이 쉽지 않습니다. 대안으로 자활지원사업에 참여해 자립을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짧은 기간 안에 경제적 자립이 가능할지는 의문이 듭니다. 그런 이유로 여성들이 시설 퇴소 후, 보다 안정적인 주거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절실합니다. 성매매 피해자도 여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시설 퇴소 시 평등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차별적 지원제도는 개선돼야 하고 다양한 주거지원 정책에 포함될 수 있도록 국가는 당연히 이를 반영하고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성매매 피해자 지원쉼터에는 외국인 여성들도 간혹 입소합니다. 성착취 피해 외국인 여성 대부분이 알선자의 사기와 기만적 행위로 국내 성산업에 유입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는 무사증 입국을 전면 확대하면서 현지 및 한국 브로커 등에 의해 성매매를 알선하는 마사지업소나 유흥주점으로 여성들이 유입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성산업에 유입된 여성들은 그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와 성매매를 강요당합니다. 성매매를 거부하면 에이전시 비용과 비행기값 등을 핑계로 여권을 압수당하고 감금 또는 감시 속에서 생활하다 미등록체류자가 되기도 합니다.
현재 성매매 피해자인 경우 '외국인여성에 대한 특례' 조항에 따라 형사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보호조치가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모든 피해 여성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매매 현장에서 단속되는 경우엔 자발적 성매매 행위자가 돼 성착취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도 전에 강제 출국조치가 이뤄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민형사상 사건이 있는 경우에 한 해서 체류 자격이 보장되는 것이 아닌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련 법률'에 따른 지원체계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체류자격이 보장돼야 합니다. '불법체류자 통보 의무 면제 제도'를 의무화해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모든 젠더폭력·성매매 피해자들이 피해 경험 또는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젠더폭력에서 벗어나 존엄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차별 없는 지원체계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강진영 / 제주여성인권연대 활동가
17년째 제주지역에서 반성매매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쉼터에서 활동하고 있고 치유회복을 위한 상담 및 프로그램 운영하며 피해 여성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일상 회복을 위해 함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