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지난 19일 열린 제426회 임시회 5차 본회의 교육행정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지난 19일 열린 제426회 임시회 5차 본회의 교육행정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조직개편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겨우 3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관련 용역으로 조직개편의 정당성을 확보한 후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거두절미하고 이번 조직개편안에서 내 눈에 비친 핵심 내용은 민주시민과의 폐지와 제2부교육감 신설안이다.

민주시민과는 제주정체성교육, 제주4·3인권평화교육, 민주시민 및 통일교육 등을 담당해온 다른 지역에 없는 모범사례에 해당하는 부서다. 이 부서의 폐지안이 알려지자 도민사회에서는 즉각 논란거리가 됐다. 도교육청은 부서의 기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부서에 통합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김광수 교육감체제에서 계속 교육청 직원 수를 직급을 가리지 않고 늘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행히 입법예고 안에는 빠졌지만, 더 지켜볼 일이다.

민주시민과의 폐지안은 크게 논란거리라도 되고 이번 입법예고에서 제외됐지만, 제2교육감 신설안에 대해서는 일부 교육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을 뿐 도민사회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 체 계획대로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입법예고에서 도교육청은 제2교육감의 역할이 ‘정무’(政務)에 있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김광수호의 도교육청은 왜 이렇게 정무부교육감 제도의 신설을 강행하려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신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을 들어보면 ‘정치적 의도’를 깔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특별법상 정무부교육감을 신설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인구 800만명 이상이고 학생 150만명 이상인 시·도에 한 해 부교육감을 한 명 더 둘 수 있다. 이 법률의 요건을 갖춰 현재 부교육감을 2인 두고 있는 곳은 경기도교육청이 유일하다. 제주도의 인구는 대략 70만이고 학생은 겨우 8만이며, 향후 학생 수는 계속 급감해갈 전망이고 이에 따라 교사 정수도 줄어갈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왜 제주에만 정무부교육감이 더 필요한가?

제주도교육청 청사
제주도교육청 청사

제주도교육청은 유치원과 보육원 통합, 늘봄학교, 디지털 AI 교육환경 구축, 교육발전특구 추진 등 정책과제가 증폭하고 있어 정무적 역할을 담당할 직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책과제가 늘고 있음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무적 역할을 왜 정무부교육감을 두고 해야 할 일인가? 잠시 관련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연구진이 밝혔던 주장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2026년 교육의원 일몰제 이후 교육의원의 기능과 역할을 대신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 사람이 제2부교육감이라는 것이었다. 논란이 일자 최종보고서에서는 교육의원 대안 논리가 사라졌지만, 김 교육감이 정무부교육감을 신설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났던 대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망컨대 신설된 정무부교육감은 정책과제 수행이라는 명분으로 대외협력 사무를 핵심업무로 삼게 될 것이다. 대외협력 대상이라면 학부모 및 지역·사회단체, 교육 관련 업체 등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주요 대상은 제주도정과 도의회일 것 같다. 그리고 불특정 다수의 도민과 언론도 포함될 것이다. 신설될 정무부교육감의 자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정 교육경력을 가진 교사나 장학관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다고 김 교육감은 보고 있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현재 부교육감은 교육부에서 내려온 국가공무원이다. 그러다 보니 제주 실정을 잘 모를 수 있고 제주도정이나 도의회를 대상으로 한 대외협력 사무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신설될 정무부교육감 후보로는 전직 도의원이 가장 유력할 것이다. 그래서 현재 도의원들도 정무부교육감 신설에는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현 부교육감은 행정부교육감이 되어 교육국, 안전국, 행정국을 관할하고, 신설될 정무부교육감은 대외협력사무와 함께 기획조정실 업무를 관할한다. 그러니까 향후에도 교육청 업무의 대부분은 현 부교육감이 담당하는 셈이다. 대외협력 사무라는 것이 성격상 상시적이고 일상적인 업무가 아니라면, 사안이 한가한 시기에 정무부교육감의 업무는 대언론 및 불특정 도민을 대상으로 한 일을 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이것은 ‘정치’라고 의심받을 여지가 크다. 교육 관련 단체에서 정무부교육감 신설안을 두고 김 교육감의 재선 행보를 위한 장치라고 비판하는 것도 지나친 주장이 아니다.

‘정무’(政務)라는 용어 자체가 행정사무를 뜻하지만, 그것은 정치에 관계되는 사무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교육감이 임명하는 정무부교육감을 두면 앞으로 누가 교육감직을 수행하더라도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된다. 또 정무부교육감(후보)은 교육감(후보)의 정치 참모로 선거나 업무수행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직은 논공행상 자리가 될 여지가 크다. 현실적으로 교육감이 되고 직을 수행하려면 정치를 할 수밖에 없을지라도 제도적으로 대놓고 정치를 허용하는 직제를 두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헌법정신이 유명무실한 측면이 있더라도 예하의 법률이나 제도로 위헌을 저질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 
강봉수 제주대 교수. 

제주도교육청의 주장대로 정책과제 수행을 위한 대외협력 사무가 중하다면 좀 더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이를테면, 현 부교육감을 제주의 교육인사로 보할 수 있는 방안을 특별법 개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교육자치 시대에 교육부 파견 고위직이 내려오는 것에도 나는 반대하지만, 예컨대 대학의 경우 부총장이 아니라 사무국장이 내려온다. 이를 준용하여 제주도교육청에서도 행정국장을 국가공무원으로 보하도록 하고, 부교육감을 제주교육 인사로 임명하는 방안을 특별법 개정으로 추진해 볼 수 있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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