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과 관련, 제주도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도내 에너지다소비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일반시민이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해당 건물 대부분 관광시설인 가운데,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뤄져야 기후위기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취지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전날인 21일 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도 주관으로 열린 '에너지 다소비업체의 에너지 효율적 이용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가 속해있는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매해 제주도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도내 에너지다소비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확인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고 있다. '에너지다소비' 건물이란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연료·열·전기의 연간 사용량의 합계가 2000TOE(석유환산톤) 이상인 건물을 뜻한다.
제주의 경우 14곳이다. 제주대병원과 제주대를 제외하면 공항을 포함해, 모두 대규모 관광시설이다. 김 정책국장은 "첫 정보공개청구 당시 제주도는 건물명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의제기 등을 통해 모두 공개된 상황"이라며 "현재 기준 전국에서 서울시와 제주도만 공개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도적이지만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에너지정보 홈페이지를 통해 도시 에너지 현황 및 온실가스 배출량 등의 정보를 일반에게 제공하고 있다. 에너지다소비 건물과 관련해서도 홈페이지만 들어가면 2019년부터 에너지 사용량, 온실가스 배출량,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기후위기에 영향을 주는 소비를 적게하는 방향으로 가치소비가 굉장히 중요한 시대다. 이는 관광산업에서도 강조되는 부분"이라며 "자료가 공개된 형태로 제시돼야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고 대응할 수 있고, 기업 역시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도내 대규모 관광시설의 경우 ESG 경영,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 전기소비나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하지만 일반에 자료가 공개된다면 사회적책임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정책국장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에너지 소비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기업이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 약한 규제, 소홀한 관리감독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도가 가진 관리·감독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정에서의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대규모로 전기소비를 줄여야 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발제를 맡은 한윤철 한국에너지공단 제주지역본부장에 따르면 제주도내 에너지소비량은 157만1000TOE로 전국(2억3466만7000TOE)의 0.67% 수준이다. 산업 비중(16%)이 낮으며 수송 비중(43%)이 가장 높은 게 특징이다. 전국 기준으로는 산업 비율(62%)로 가장 높다.
도내 에너지다소비사업자는 모두 35개소다. 부문별로 보면 건물 13개소, 산업 9개소, 수송 9개소, 발전 4개소 등이다. 지난 2022년 전국 기준 5049개와 비교하면 0.7% 수준이라고 한 본부장은 설명했다. 발전부문을 제외한 전체 에너지사용량은 9만1000TOE로 전국의 0.1%다.
하지만 사업장 부문별 사용량을 보면 건물 41.7%, 수송 38.2%, 산업20.1% 순이다. 서울(44.1%)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건물의 에너지사용량이 높다. 특히 건물 부문 중 9개소가 호텔 및 리조트다. 호텔.리조트는 전체 건물에너지사용량에서 76.8%를 차지한다. 에너지사용량 중 호텔 분야만 별도로 확인해도 서울과 강원에 이어 전국 3위 수준이다.
한 본부장은 도내 에너지 효율화 방안으로 ▲제주형 건물에너지 효율 목표제 ▲건물분야 에너지 진단 및 시설개선 ▲미래생태계활성화 사업 추진 ▲P2H 기술 활용 에너지 전환 추진 ▲사용 후 배터리 활성화 ▲제주지역 RE-100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는 에너지 소비 효율성 증진 방안을 모색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도정 정책에 반영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토론자로는 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양영식 위원장, 문용혁 제주도 에너지산업과장, 김정현 한국전력공사 효율향상팀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에너지다소비업체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좌장은 이개명 교수가 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