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온국민 실망 대작전?'...'모다드렁숲' 직접 가보니>)
지난 6월 8일 제주도는 사라봉공원 모충사 맞은편 모다드렁숲 공원에서 ‘온국민 모다드렁 낭심기 대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나무 식재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시민 수십 명이 참여했다. 어린이들도 함께 했다. 이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직접 삽을 들고 나무를 심었다.
나무에는 나무를 기부한 헌수자의 이름표를 달았다. 가족의 건강 등 희망을 담은 글귀도 넣었다. 이 나무들은 고향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과 바람을 담아 정성껏 심은 나무들이다. 이 나무들이 잘 자라도록 제대로 관리할 책임이 제주도에 있다. 하지만 이 행사를 통해 심은 나무들과 공원을 조성하며 심은 식물들 상당 수가 말라죽어 가고 있다. 공원에서는 죽은 나무와 화초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일일이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이다.
공원 중앙 전면 석축에 국내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는 보존자원대상식물(희귀식물) 숫돌담고사리 등을 꽂아 놓았는데, 역시 대부분이 시들시들 말라버렸다. 그늘 환경을 선호하는 고사리류를 해가 잘 드는 남향 석축에 꽂아두었기 때문에 타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제주를 상징하는 수목 및 화초를 심은 공간에는 서향을 식재했는데, 제주 자생하는 백서향이 아닌 중국 원산인 서향을 심었다. 그마저도 4분의 3가량은 이미 죽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원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몇 안 되는 식물 안내 팻말들은 이미 훼손되었고, 공사할 때 발생한 쓰레기나 잡석도 더러 흩뿌려져 있는 것이 확인된다. 우수관의 뚜껑들도 비틀려 제대로 닫혀 있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관리가 미흡한 실정이다보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식물들이 더 고사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준공 후 3달도 안 되었는데 이와 같은 상황이다.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한 책임을 명확히 따질 필요가 있다. 공사 설계 관련 검토 및 하자 보수를 위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에 제주투데이 취재진은 현장을 취재하고 제주도청 산림녹지과 관계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도 관계자는 고사 식물들을 파악해 하자 보식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자 보식은 나무 등을 심은 뒤 하자가 발생하면 보강 식재를 하는 것을 말한다.
그 전에, 식물 식재 시기가 적절했는지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모다드렁숲 2단계 조성사업 공사시방서는 식물 식재에 적절한 기간을 명시하고 있다. 시방서는 식재 적기를 2월 10일부터 5월 5일까지, 10월 20일부터 1월 10일까지로 설정하고 있다. 그 외는 식재 부적기(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해당한다. 시방서는 ‘부적기 식재로 추가되는 비용은 원인제공자가 부담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식재 부적기에 나무를 심은 원인 제공한 쪽은 제주도와 조경업체 중 어느쪽일까. 제주도 쪽에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애초 제주도는 올해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이 사업을 추진했다. 제주도는 이 올해 2단계 공사 관련 입찰 공고를 4월 25일 '나라장터 국가종합전자조달'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입찰 마감일은 5월 2일이었다. 결론적으로, 제주도가 올해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추진하면서 식재 부적기에 식재 공사를 진행하게 된 셈이다. 업체 선정 뒤 공사는 빠르게 진행됐다. 모다드렁숲 2단계 사업은 시방서에 따르면 명확히 식재 부적기인 5월 10일 착공했다.
제주도 산림녹지과 관계자도 공원 내 나무며 화초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도 관계자는 폭염을 공원 내 식물들이 고사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제주도가 식물을 심기에 적절하지 않은 시기를 택하고, 공사를 추진하며 식물들의 고사를 야기했다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다만, 모다드렁숲에는 2023년 진행한 1단계 공사와 올해 2단게 공사를 통해서 식재한 나무들이 혼재돼 있다. 1단계와 2단계 공사를 수주한 업체가 다르다. 그런 만큼 공원에 식재된 식물들의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고, 걱 업체와 제주도의 책임을 명확히 따질 필요가 있다.
제주도가 모다드렁숲 조성 사업 일정에 맞춰 진행한 ‘온국민 모다드렁 낭심기 대작전’ 역시 나무 식재에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이뤄졌다. 가족의 건강 등을 빌며 정성을 들여 심은 나무들이 말라 죽도록 만든 데 대한 비판 역시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