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다드렁숲 전경(사진=김재훈 기자)
모다드렁숲 전경(사진=김재훈 기자)

# 모다드렁숲 조성 사업...이것이 최선인가?

제주도는 지난달 8일 사라봉공원 모충사 맞은편에 '모다드렁숲'을 조성했다. 모다드렁숲은 나무 식재에 초점을 맞춘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 1일에는 이 모다드렁숲에서 기부 방식으로 구입한 나무를 식재하는 '온국민 모다드렁 낭심기 대작전' 행사를 열기도 했다.

제주도는 이 사업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이미 대상지도 선정했다. 제주도는 '온국민 모다드렁 낭심기 대작전' 제2호 대상지로 제주4·3평화공원을 택했다. 오는 20일까지 참여자를 모집한다. 서둘러 2호 숲을 조성하기 전에, 1호로 추진한 모다드렁숲은 '대작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잘 조성됐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직접 모다드렁숲을 찾아가 살펴봤다.

모다드렁숲 공사비로 5억원 가량이 들어갔다. 1단계 사업에 약5억원, 올해 2단계 사업에는 약3억원을 들였다. 공원 조성 사업으로 나무를 심고 광장, 쉼터, 홍보용 대형 디스플레이 등을 설치했다.

모다드렁숲이라는 거창한 사업명에 미치지 않는 미흡한 부분들이 상당 수 노출됐다. 공원 곳곳의 잔디는 생착되지 않아 노랗게 말라 있었다. 잔디가 겉만 마른 것이 아니라 뿌리까지 죽었다면, 잔디 전체를 재시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설 안전 문제도 일부 보였다.

제주도가 모다드렁숲 2호를 조성할 계획인 만큼 이번 사업을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이 사업과 관련해 "제1호 사업을 시작으로 국민참여 나무심기 분위기가 확산돼 600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600만 그루 나무심기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베롱나무 등이 간격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식재돼 있다. 서로 생장을 방해할 수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배롱나무 등이 간격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식재돼 있다. 서로 생장을 방해할 수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 촘촘한 나무 식재 간격...뽑고 다시 심어야 할 수도

제주도는 '모다드렁숲 대작전' 행사를 통해 참여자들의 이름을 건 나무를 식재했다. 하지만 이팝나무나 배롱나무 등을 적정 식재 간격을 무시한 채 심은 경우가 다수 확인된다. 이 나무들이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는 뽑고 다시 심어야 하는 상황이다.

가령, 키 큰 나무인 이팝나무의 경우 수 미터의 간격을 두고 식재하는 것이 좋다. 묘목을 키우기 위해 농장에 식재할 때도 2미터 가량의 간격을 권장한다.

가로수로 식재할 때는 간격을 8미터 가량으로 넓힌다. 충분히 생장하면 그렇게 떨어져 있어도 그늘을 충분히 드리우기 때문이다. 공원의 경우, 서로 생장에 방해받지 않도록 나무 간 간격을 충분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팝나무 등이 묘목 간 간격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식재된 상태다.(사진=김재훈 기자)
이팝나무 등이 묘목 간 간격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식재된 상태다.(사진=김재훈 기자)

하지만 '모다드렁숲 대작전' 참여자들의 이름표까지 건 이팝나무들의 간격은 1미터 남짓이었다. 이런 경우 각 나무가 서로의 생장을 방해한다. 이 나무들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뽑아내고 다시 심어야 하는 형편이다.

참여자들의 이름표까지 걸면서 진행한 나무심기 행사인데 보람 없는 일이 될 수 있다. 나무들이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나무심기 행사 시 식재 간격이나 식재 위치 등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 불량하게 쌓인 석축...안전 점검 필요

모다드렁숲 부지는 모충사에 접한 도로보다 지대가 낮다. 현무암 석축이 쌓여 있다. 하지만 석축은 시멘트로 고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한 석축 붕괴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석축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벽면과 밀착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모다드렁숲 내 석축. 현무암 사이사이 손을 쑥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성글게 조성돼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모다드렁숲 내 석축. 현무암 사이사이 손을 쑥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성글게 조성돼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모다드렁숲 내 석축. 현무암 사이사이 손을 쑥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성글게 조성돼 있다. 손으로 돌을 당기면 떨어질 것 같은 곳들도 보인다. (사진=김재훈 기자)
모다드렁숲 내 석축. 현무암 사이사이 손을 쑥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성글게 조성돼 있다. 손으로 돌을 당기면 떨어질 것 같은 곳들도 보인다. (사진=김재훈 기자)

석축 위 도로 변에서 석축을 밟으면 밑으로 돌덩이가 떨어지거나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 된다. 움푹 들어가 있거나 배가 부르는 등 석축 면이 고르지 않은 부분도 확인된다. 이곳 모다드렁숲은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원이므로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보다 더 예민하게 접근해야 한다. 석축의 안전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원에 설치된 고향사랑기부 캠페인 디스플레이(사진=김재훈 기자)
공원에 설치된 고향사랑기부 캠페인 디스플레이(사진=김재훈 기자)

# 나무 식재 탄소 감축효과 얘기하면서 거추장스러운 야외 디스플레이...'굳이?'

모다드렁숲에는 나무 조경과 굉장히 이질적인 시설물이 있다. 커다란 터치 반응형 디스플레이다. 고향기부제 관련 홍보가 목적이다. 인근 지역 주민들이 주로 다닐 공원이 고향기부제 홍보 시설을 설치하기에 좋은 공간일까.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가동하기 위해서 전기를 써야 한다.(이 디스플레이 설치와 가동을 위해 몇 그루의 나무가 흡수해야 할 탄소가 발생할까.)

그리고 이 디스플레이는 그늘 하나 없는 곳에 설치 돼 있다. 여름에는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고 눈과 비를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 야외 설치에 걸맞은 내구성을 갖도록 설치를 했다고 해도 어쨌든 전자 제품인 만큼 고장이 잦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무에게도 관심을 얻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여러 모로 공원숲에 잘 어울리지 않는 과잉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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