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작품전 ‘이윽고 슬어드는’이 다음달 1일부터 20일까지 포지션민 제주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후원한다.
박진희 작가는 2013년 제주살이를 시작하면서 제주를 깊게 바라보고 뿌리내리는 노력을 해왔다. 살림하는 붓질 전. 4·3 미술제, 어쩌면 잊혀졌을 풍경(4·3그림채록), A.C.E. 여성 예술인 네트워크, 도래할 풍경전, 마을예술학당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8년의 시간을 함께해 온 해안마을 삼촌들의 삶과 작가의 엄마의 이야기 사이 연결성에 주목했다. 작가는 “삼촌들의 짙은 주름이 우리의 심줄이 되었음을 철망 위에 바느질로 새기는 과정으로 작품을 등장시킨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일제강점기를, 4·3을, 전쟁을 지나오면서 목구멍에 가둔 감정들,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시간들, 죽음 위에서 삶을 이어온 어머니들의 시간을 깊이 바라보려 한다”며 “납작하게 접혀버린 통념과 관습의 빗장을 풀고 층층이 접힌 주름들 사이사이를 쭉 펼쳐내어 일상이 서사가 되고 이윽고 역사가 되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전했다.
김연주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 박진희는 ‘우리’라는 주어로 살아온 분들을 한 명씩 호명한다. 우리라는 주어로 살아가는 삶은 서로를 지키고, 이해하고, 보듬는 삶”이라며 “이때 우리는 내가 사라진 우리가 아니다. 개인을 지워버리지 않고, 서로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드러낼 때 우리도 견고해진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는 어머니 손의 표정을 기록해오고 동망 위에 바닷물로 그려내면서 삼촌들의 초상으로 상징화한 ‘낯_꽃’, 살암시민 살아졌다던 삼촌의 말 언저리에서 길어 올린 보살핌의 힘을 새기어간 ‘당신의 시간’,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동망 위에 바닷물로 쓰고, 오리고 접으며 위무를 담아 호명하는 ‘베인 눈물의 서시’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