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제주도청 본관 2층에 위치한 도지사 집무실 입구 양 옆을 청경 2명이 지키고 서 있다. (사진=독자 제공)
지난 30일 제주도청 본관 2층에 위치한 도지사 집무실 입구 양 옆을 청경 2명이 지키고 서 있다. (사진=독자 제공)

“소음이 아닌, 도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도민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내 불편은 감내할 각오다.”

지난 2022년 6월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취임하기 전 당선인 시절에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도민을 더 가까이에서 소통하고자 하는 첫걸음”으로서 도지사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관련기사☞도지사 집무실 42년만에 옮기는 오영훈 당선인 “소통하는 도지사 될 것”)

42년 만에 도지사 집무실 위치를 옮기는 '사건'이었다. 기존 집무실은 제주도청 본관 2층 남향이었으며 현재 도지사실은 같은 층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집회와 시위가 잦은 도청 정문 쪽이다. 제주도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소음’이 아닌 ‘소통’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였다. 

이는 도민사회에서 많은 공감을 얻어냈다. 지난 30일 오후 도지사실 풍경은 ‘소통하는 도지사’라는 슬로건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바뀐 건 집무실 위치뿐만 아니라 집무실 앞 경호 수준이었다. 이전 도지사의 집무실과 달리 청경 두 명이 도지사실 입구 양옆을 지키고 서 있다.  

도청 본관으로 (주말을 제외한)매일 출근하는 A씨에 따르면 이는 이날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 아니다. 집무실을 이전하고 나서는 도지사가 집무실을 비울 때도 볼 수 있는 일상적인 광경이다. 

오영훈 도지사가 취임한 이후 경호 수준을 강화해야 했던 배경이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제주도 총무과 관계자는 “여기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경호 업무가)이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답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때도 본관 2층에 청경 2명이 배치됐고 지금도 그대로라는 설명이다. 

2층 경호 인력 수에는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근무 위치가 고정되지 않았던 이전과 달리 도지사실 입구로 변경된 이유에 대해서 묻자 해당 관계자는 “도청 내 청경 근무 위치 거점이 총 6군데인데 보통 본관 2층 경비 근무 위치가 그곳(도지사실 입구)이 되는 것”이라고만 답했다. 

지난해 3월13일 오전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집무실에서 도정 현안 공유 티타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지난해 3월13일 오전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집무실에서 도정 현안 공유 티타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이를 바라보는 제주사회 시각은 긍정적이지 않다. 강경숙 젠더플러스 연구소 대표는 “권위주의적인 행정가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오영훈 지사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활동한 분 아닌가”라며 “이전 도지사가 제주 출신이긴 하지만 대부분 육지에서 살아왔던 것과 비교해 지금의 도지사는 도민과 더 친근하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주사회의 기대가 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도지사 집무실 앞에 이전과 달리 경호를 세워두는 모습은 ‘도민이 만나기 어려운 도지사’, ‘폐쇄적인 도지사’라고밖에 보여지지 않는다”라며 “도청에 방문한 도민이 집무실 입구에 경비가 두 명씩이나 서 있는 것을 본다면 그 앞을 지나가거나 그쪽을 바라보는 것조차 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지사는 공식석상이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와 ‘소통’ 등의 표현을 많이 하지만 실제로는 보여지는 것은 ‘권위주의’와 ‘불통’”이라며 “제주 공직사회에도 권위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지적이 시민사회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오영훈 도정이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이 지적을 받아들이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영훈 지사는 대학생 시절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던 이력을 자랑스럽게 언급하곤 한다. 30여년 전 그가 꿈꿨던 민주화한 한국 정치계의 모습과 오늘날 그의 집무실 앞 풍경은 얼마나 닮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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