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생성한 어린이집 자료 이미지.
AI로 생성한 어린이집 자료 이미지.

최근 제주시 내 한 공립어린이집 리모델링 공사에 참여한 업체가 작업이 완료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수주를 준 원청업체와 발주처인 제주시 모두 이를 모른 체하고 있어 하도급 업체만 억울한 실정이다. 

주식회사 A토건은 지난해 6월 제주시와 한 공립어린이집 리모델링 공사 계약을 맺었다. A토건은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B이사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공사 기간 에어컨을 비롯한 물품을 옮겨 보관했다가 다시 들여놓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은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B이사업체는 지난해 11월6일 모든 작업을 완료한 뒤 이튿날인 7일 A토건을 상대로 대금 750만원에 해당하는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B업체 관계자는 “A토건 측에서 처음엔 ‘기다려 달라’고 하길래 기다려줬지만 약속한 기한까지도 대금을 주지 않았다”며 “요즘은 연락을 받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답답한 마음에 공사를 발주한 제주시 해당부서에도 이 사실을 알렸지만 이미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했다는 답만 들을 수 있었다”며 “담당 직원이 A토건에 연락을 했다고는 하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고 했다. 

그는 “시청 직원이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 우리가 답답하다고 그 직원에게 계속 항의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할 수 없이 높은 수수료를 감안하고 채권추심회사에 이 일을 의뢰했다”고 했다. 

실제로 해당 어린이집 리모델링 공사 계약 정보에 따르면 제주시는 지난해 11월12일 A토건에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한 사실이 확인된다. 하도급 업체 작업대금 지급에 대해 제주시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관련 법령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강남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 제주건설지부 사무국장은 “하도급 업체가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일을 속칭 ‘배달사고가 났다’고 표현한다”며 “관급공사의 경우 하도급대금과 관련한 관리 감독을 비롯한 최종책임은 발주처, 즉 제주시에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4조(하도급대금의 지급 등)에 따르면 발주자는 하도급대금 지급보증내용을 확인해야 하고 보증내용이 적정하지 않을 경우 수급인에게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하도급대금이 보호될 수 있도록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보증서를 교부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제주특별자치도 조례에도 관급공사의 하도급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급공사의 체불임금 방지 및 하도급업체 보호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제주도지사는 하도급 부조리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책무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강남운 사무국장은 “관급공사의 경우 발주자인 공공기관은 하도급대금의 원활한 지급에 대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 대금을 받지 못한 하도급업체는 해당 공사시설에 유치권 행사를 진행해 발주처가 대금 지급에 적극 나서도록 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B업체 관계자는 “유치권 행사한다는 현수막을 거는 방법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곳이 어린이집 아닌가. 거기로 등하원을 하는 아이들이나 어린이집 원장님이나 선생님들이 그런 광경을 보면 혹시나 상처를 입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해당 공사를 발주한 제주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9일 “우선 관련 사실 내용을 계약부서와 확인해보겠다. 만약 원청업체가 하도급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 중재 또는 제재 여부를 검토하겠다”면서도 “당장은 사실 확인이 안 됐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제재 조치와 관련해서는 “하도급 지급을 위반했다고 하면 향후 실계약에서 배제하거나 관급공사 입찰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공공기관이 발주한 관급공사에서 하도급업체가 인건비나 장비대여금 등 대금을 정당하게 지급 받지 못하는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강남운 사무국장은 "법령도 있고 조례도 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방정부가 우선 해당 대금을 지급하고 책임이 있는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체불임금의 경우 노동청이 그러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 하도급금을 체불하는 업체는 관급 수주 공사 입찰에서 제외하거나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