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제주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10년대 중반 제주 관광 및 이주 붐이 일면서, 제주도의 환경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청정 제주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이에 제주도는 ‘2040 플라스틱 제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중이다. 쉬운 길이 아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다. 정부의 환경정책 후퇴, 기업의 비협조, 시민의 무관심 등 다양한 장애 요소에 부닥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의 담대한 목표와 현재 상황 그리고 과제를 다섯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2040 플라스틱 제로 계획에 따른 제주도의 정책은 현재 플라스틱 폐기물 자원순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원순환센터를 통해 플라스틱 폐기 비율을 낮추고, 순환의 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새활용센터의 경우도, 여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라스틱 제로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플라스틱 제품 생산 및 유통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문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정책들을 직접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플라스틱 제품 생산 및 유통에 대한 강력한 문제 의식을 보여주지 않는 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일례가 바로 일회용 컵보증금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 실시하겠다던 환경부가 뒷걸음질 치면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범사업의 성과를 확인한 제주도 역시 동력을 많이 잃었다. 이로 인해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도록 환경부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까지 껴안았다.

제주도는 단지 플라스틱 소비 지역만은 아니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플라스틱 생산자로서 제주도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제주삼다수는 국내 생수 시장을 선도하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와 함께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에 따른 환경적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제주삼다수의 연도별 플라스틱 생산량을 분석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2024년 제주삼다수의 플라스틱 총 생산량은 약 3만614톤에 달한다. 플라스틱 종류별로 보면 PET병 2만6156톤, 캡(HDPE) 2120톤, 수축필름(PE) 2122톤, 라벨(PP) 216톤이다. PET병이 전체 플라스틱 사용량의 77%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제주삼다수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초기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에는 3만363톤, 2021년에는 3만624톤, 2022년에는 3만2561톤, 2023년에는 3만448톤으로 증가했다. 2024년에는 3만614톤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양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제주삼다수는 무라벨 제품 도입으로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무라벨 제품의 비중은 2021년 12%, 2022년 29%, 2023년 40%, 2024년 39%로 증가했다. 하지만 제주삼다수의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플라스틱 생산량 증가는 제주삼다수의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가 생산하는 제주삼다수는 생수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페트병 관련 정책을 시장 선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더 나아가 일반 기업이 아닌 제주 공기업인 만큼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제주삼다수의 페트 재활용 비율은 아직 내세울 만한 수준은 되지 않는다. 유럽 생수 시장에 비하면 페트 경량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2021년 무라벨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라벨 부착 제품이 생산된다. 갈 길이 멀다. 제주삼다수는 페트 재활용 비율 상향 및 제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양을 줄이는 방안을 선도적으로 만들어 가야 할 의무가 있다. 시장지배적인 공기업도 하지 않는 플라스틱 저감 정책을 일반 기업에 요구하기는 어렵다.

제주도는 새활용센터를 조성하고 자원순환을 위해 새활용 사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규모가 작다. 제주도는 우주산업이나 드론산업 등과 관련해 다양한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 자원순환을 위한 본격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시설 조성 계획은 더디다. 소재 단위 연구에서부터 재활용 아이템까지 제시할 수 있는 연구 시설이 필요하다.

스페인의 담배꽁초 재활용을 위한 재떨이(사진=김재훈 기자)
스페인의 담배꽁초 재활용을 위한 재떨이(사진=김재훈 기자)

일례로, 스페인 등에서는 담배꽁초도 새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담배꽁초 수거를 위해 설계된 재떨이다. 담배꽁초를 모아 정화 작업을 거친 뒤 담배 필터를 솜 등으로 새로 만들어낸다. 폐기물 재활용에 대한 관심과 연구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이 같은 사업은 지자체의 충분한 지원이 없으면 추진하기 어렵다. 플라스틱 등 폐기물 새활용을 위한 연구 및 지원 시설이 필요한 이유다.

※<꼬닥꼬닥 걸어가는 '플라스틱 제로' 제주> 기획 및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취재지원 및 협조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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