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양희은과 합창단이 상록수를 부르고 있다.
제77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양희은과 합창단이 상록수를 부르고 있다.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가 끝내 이기리라"

양희은의 상록수가 4.3평화공원에서 울려퍼졌다. 담백하고 절제되었지만 힘 있는 양희은의 목소리, 그리고 한국 현대사의 굴곡과 함께 해온 노랫말은 여전히 푸르렀다.

'윤석열 탄핵심판' 헌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울려퍼진 노랫말은 4.3영령과 유족들을 위무하고, 윤석열 파면을 기대하는 시민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제77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추념광장에서 거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4·3생존희생자와 유족,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우원식 국회의장,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도 추모의 뜻을 함께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최형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 참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우원식 국회의장

우원식 국회의장은 "제주의 무고한 국민들은 정부가 내린 포고령과 계엄령으로 무참히 희생당했다”며 “77년 전 제주가 오늘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을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12.3 내란사태 및 작금에 이르는 현 시국에 대한 뼈 아픈 통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우 의장은 "낙인과 배제, 차별은 깊고 질기게 남아 오늘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4.3 왜곡은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의 적대와 선동, 혐오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파시즘의 출현, 그리고 파시즘을 자극하는 정치 풍토에 대한 지적이다.

한덕수 대통련 권한대행
한덕수 대통련 권한대행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추념사에서 '용서'와 화해를 기대했다.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하루 전인 만큼 정치적으로도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한 권한대행은 현 시국에 대해 "국민적 통합이 매우 절실한 때"라면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다시 일어선 4·3의 숨결로 대한민국을 하나로 모으고 미래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제주 4.3 정신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화합과 상생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12.3 내란사태는 비민주적 국가권력의 운영의 문제이고, 아직 그에 대한 사과는 물론 법적 처벌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제주도민이 힘들게 정립해 나가고 있는 '4.3정신'을 내란사태 책임 면피용으로 국가 편의적인 용서와 화합으로 전유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오영훈 제주도지사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권력은 언제나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며 "4·3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헌법의 가치 위에 흔들리지 않는 정의와 꺼지지 않는 평화의 불빛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범 4·3희생자 유족회장
김창범 4·3희생자 유족회장

김창범 4·3희생자 유족회장은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반복된다”면서 “대한민국이 국민의 아픔을 보듬는 정의와 양심의 공동체로, 평화와 인권을 존중하는 진정한 민주국가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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