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선흘2리 마을 임시총회 중 향약 개정의 건에 대한 거수 투표 중인 모습(사진=김재훈 기자)
선흘2리 마을 임시총회 중 향약 개정의 건에 대한 거수 투표 중인 모습(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시 조천읍 전 선흘2리 이장이 원희룡 제주도지사와의 면담 하루 전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월 기소의견으로 제주지방검창철에 송치됐던 정 모씨(50)는 ‘배임수재’와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지난달 28일 재판정에 넘겨졌다.

검찰은 수 차례에 걸쳐 정 씨에게 금품을 건넨 동물테마파크 사내이사 서 모씨(50)와 부정청탁 지시를 내린 대표이사 서 모씨(42)도 ‘배임증재’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정 씨는 ”마을회가 개발사업에 찬성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달라“는 사업자 측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5회에 걸쳐 총 2750만 원을 받아(배임수죄), 이를 아들 명의 계좌로 입금(은닉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 성립하며, 배임증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그 임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하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공여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당시 마을 이장이었던 정 씨는 마을회 총회 결의에 따라 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돼 개발사업 반대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그러나 돌연 찬성으로 돌아서며 마을회와 대척점에 섰다. 이같은 정 씨의 '배신'을 두고 제기된 ”사업자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추측은 이번 검찰 기소로 기정 사실이 됐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19년 5월 28일 정 씨는 선흘2리 마을회관에서 대표이사의 지시를 받은 사내이사 서 씨와 만났다. 서 씨는 사업 추진에 유리한 쪽으로 편의를 봐달라며 정 씨에게 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공교롭게도 부정 청탁이 오갔던 28일은 동물테마파크 사업자 측과 원희룡 도지사와의 비밀면담 하루 전날이었다.

한차례 중단됐던 동물테파크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사업자가 변경승인 심의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제주도는 ”지역 주민 및 람사르습지도시 관계자와의 협의“를 조건으로 변경사항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후 사업자는 도청과의 면담을 하루 앞두고 반대대책위원장인 정 씨를 만나 ‘뒷돈’을 약속했다.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9년 5월 29일 원 지사 집무실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20분가량 비밀리에 진행된 동물테마파크 관계자 면담에는 원희룡 도지사, 투자유치과 담당 공무원, 사업자와 정 씨가 함께 있었다. 이때 정 씨는 ”이해 요구 및 정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까지만해도 마을에서는 정 씨가 비밀면담에 참석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사내이사 서 씨는 대표이사 서 씨가 송금한 1000만 원을 28일 자기앞 수표 20장으로 출금해 면담이 있던 29일 정 씨의 집 부근에서 건넸다.

또 2019년 6월 21일 대표이사 서 씨의 명의로 정 씨 아들 계좌로 500만원을 보냈다. 마을회에 따르면 정 씨가 반대대책위원장직 사퇴를 통보하고 단체 카톡방을 나간 것이 6월 20일이다. 

이후 2019년 7월 9일 다시 한 번 서 씨 명의로 정 씨 아들 계좌로 300만 원을 송금했다. 이때는 정 씨가 마을회와 상의도 없이 제주도 투자유치과에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찬성위원회 구성“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낸 날이기도 하다. 같은달 16일에 진행된 행정사무조사에는 제주도 관광국과 사업자가 찬성측 주민만 불러 현장조사를 진행해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날 양기철 관광국장은 도의원에게 ”마을이 사업에 찬성한다“고 했다가 파문이 일자 말을 번복하기도 했다. 사실상 정 씨가 제주도청에 변경승인 허가 명분을 만들어 준 셈이다. 이같은 정황으로 미뤄 정 씨가 사업 추진에 유리한 행동을 할 때마다 그 대가로 돈을 보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해 보인다. 

그뿐 아니라 이듬해 2월 19일 정 씨를 상대로 ‘이장해임’ 소송이 제기되자 다음달인 3월 20일 경 사업자가 정 씨의 변호사 선임료 400만 원을 현금으로 고 모 변호사에게 대납한 정황도 포착됐다. 같은해 4월 서 씨는 550만 원을 고 변호사 계좌로 추가 입금했다.  

이에 반대대책위는 ”공소장에 드러난 금품을 전달한 시기와 당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사업자와 제주도 공무원, 정 씨, 찬성측 위원장 등이 공모하지 않고는 이런 상황 전개가 어렵다고 본다“며 ”수사당국은 정 씨 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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