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 전경. (사진=제주투데이DB)
녹지국제병원 전경.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한 녹지국제병원을 허가할 때 내건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영리병원 도입을 부추기는 판결”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6일 “이번 제주지법의 판결과 함께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려는 제주도 정책방향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정부와 제주도에 영리병원 도입 검토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제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전날인 5일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허가가 이뤄진 국내 첫 사례다.

제주도는 지난 2018년 12월 녹지병원에 내국인을 제외한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병원을 운영하도록 하는 조건부 허가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녹지병원 측은 이 같은 제주도의 조건부 개설 허가 처분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의협은 이에 대해 “이번 판결은 기존의 의료법을 뒤집고 영리병원을 합법화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료기관이 운영되는 궁극적 목적은 단 한 가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우리나라 의료법 33조에 따르면 의료기관 설립이 가능한 기관은 비영리 법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는 의료에 공공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고, 영리행위로 개방될 경우 환자들에게 많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리병원은 의료기관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보다 말 그대로 오로지 영리추구만을 위해 운영될 것”이라면서 "영리병원의 도입은 대형 자본 투자로 이어진다. 의료는 결국 이윤창출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리병원의 도입은 한 병원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고,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시스템 전반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는 것이 이 단체의 주장이다.

의협은 “영리병원은 소위 ‘돈이 안 되는’ 필수 의료과목을 진료과목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 필수진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들은 거대 자본을 앞세운 영리병원들의 횡포에 밀려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은 지방 중소 의료기관들의 연이은 폐업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키고,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의협은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감염병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언제든 또 다시 찾아올 의료위기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선 탄탄한 기초로 이루어진 의료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민간과 공공의 적절한 역할 분담과 협조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그러면서 “정부와 지자체에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검토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향후 의료계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건강한 모델을 같이 함께 만들어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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